요양급여비 지급결정 취소 않고 부당이득반환청구 불가능
요양급여비 지급결정 취소 않고 부당이득반환청구 불가능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10.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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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사무장병원이지만 급여비 지급결정 당연무효 아니라면 부당이득 아냐"
"비의료인·의료인 손해배상 책임비율 동일 인정은 손해분담 공평에 어긋난다" 판단
ⓒ의협신문
ⓒ의협신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기관(사무장병원)에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해준 것을 취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요양급여비용을 부당이득으로 보고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요양기관의 요양급여비용청구권은 요양기관의 청구에 따라 건보공단이 지급결정을 함으로써 권리가 발생하는 것인데, 요양급여비용 지급결정이 당연무효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이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

따라서 건보공단의 요양기관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또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수령하는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는 제반 사정을 참작해야 하는데, 피고들(비의료인, 의료인)의 책임비율을 모두 동일하게 인정한 것은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과도 맞지 않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9월 3일 비의료인(이른바 사무장)이 실질적 의료기관 운영자인 경우 부당이득 징수 조항(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2항)이 신설(2013년 5월 22일)되기 이전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개설한 의료기관에 지급한 요양급여비용을 비의료인(사무장)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 또는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 문제된 사건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건보공단이 요양급여비용 지급결정을 취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요양기관에 대해 요양급여비용 상당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의료기관 개설자격 없는 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수령하는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 그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책임비율 산정이 주요 쟁점이 됐다.

비의료인 A, B, C씨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음에도 2012년 1월경 건물을 공동으로 매입해 병원을 개원키로 하고(지분을 서로 나눔), 병원장으로 D한의사를 섭외했다.

피고 B는 D한의사에게 'H요양병원'을 개설해 2012년 9월 3일부터 2013년 2월 6일까지 월급을 받고 환자를 진료하도록 했고, E의사에게는 2013년 2월 7일부터 2013년 5월경까지 같은 병원에서 월급을 받고 환자를 진료하도록 했다.

건보공단은 H요양병원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으로 2012년 9월 3일부터 2013년 2월 6일까지 10억 3000여만원, 2013년 2월 7일부터 2013년 5월 21일까지 5억 1000여만원 등 총 15억 4000여만원을 지급했다.

건보공단은 1심 재판(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의료인이 아닌 피고 A, B, C씨가 의료인인 D한의사의 명의를 빌려 H요양병원을 개설한 다음 이 병원에서 D한의사, E의사에게 진료행위를 하게 하고, 건보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함으로써 손해를 입게 했으므로,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 B, C씨는 각자 15억 4000여만원을 건보공단에 손해액으로 배상해야 하고, D한의사는 10억 3000여만원, E의사는 5억 1000여만원의 손해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피고들에게 일률적으로 손해액의 책임제한 비율을 80%로 적용해 건보공단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선택적 부당이득반환청구와 관련해서는 "피고들의 건보공단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의무가 인정되더라도, 피고들이 건보공단에 반환해야 할 부당이득의 각 액수가 손해배상금을 초과한다고 볼 사정에 관한 증거가 없으므로, 건보공단의 부당이득반환청구원인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1심판결에 불복한 건보공단은 서울고등법원(2심 재판)에 항소했다.

2심 재판에서 건보공단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주위적 청구(원고가 먼저 판결을 구하는 청구원)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예비적 청구(주위적 청구가 기각될 경우에 대비해 예비적으로 청구하는 청구원)로 변경했다.

건보공단은 2심재판에서 1심 재판과 마찬가지로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음에도 D한의사와 E의사는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며, 15억 4000여만원은 부당이득으로 건보공단에게 반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주위적 청구)

주위적 청구에 대해 2심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용 지급으로 피고들이 실제 이득을 얻었는지, 얻었다면 피고들 각각 어느 정도의 이득을 얻었는지 알아보기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는 "비의료인 A, B, C씨는 각자 손해배상금 12억 3200여만원, D한의사는 8억 2300여만원, E의사는 4억 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피고들에게 손해액의 책임제한 비율을 80%로 적용한 것을 그대로 인용했다.

건보공단은 2심판결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건보공단은 피고들에 대한 부당이득반환과 손해배상청구를 다시 판단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건보공단의 피고들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1심, 2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고,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는 피고들에게 일률적으로 책임제한을 80%로 적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에는 제반 사정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제한해야 하는데, 피고들에게 공평하게 손해분담을 하지 않았다고 본 것.

대법원은 "요양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 내용과 요양급여 비용의 액수, 의료기관 개설·운영 과정에서의 개설명의인과 실질적 개설자의 각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의료기관 운영성과의 귀속 여부와 개설명의인이 얻은 이익의 정도 등에 따라 개설명의자 등의 책임은 실질적 개설자의 책임과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들의 책임비율을 모두 동일하게 80%로 인정한 것은 손해배상 책임비율 산정에서 고려할 사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책임비율을 과다하게 산정한 것이지만, 원고(건보공단)만 상고한 이 사건에서 원고에게 더 불리한 판결을 선고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상고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과 관련 김주성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최근 대법원이 사무장병원에 대해 요양급여비용 전액환수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선고하고 있었고, 그 관점에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손해배상으로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무장병원이 개설위반을 했어도 환자에게 정상적으로 요양급여를 실시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므로, 그런 전제에서 보면 사무장병원(피고들)에 대해 책임제한을 일률적으로 80%로 적용하는 것은 과하다고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법령>
*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요양급여비용의 청구와 지급 등)
① 요양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제2항에 따른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심사청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의 청구로 본다.
② 제1항에 따라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려는 요양기관은 건강심사평가원에 요양급여비용의 심사청구를 하여야 하며, 심사청구를 받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를 심사한 후 지체 없이 그 내용을 공단과 요양기관에 알려야 한다.

*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부당이득의 징수)
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
②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제1항에 따라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요양기관을 개설한 자에게 그 요양기관과 연대하여 같은 항에 따른 징수금을 납부하게 할 수 있다.
1.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의료인의 면허나 의료법인 등의 명의를 대여받아 개설·운영하는 의료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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