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제출한 전공의까지 업무개시명령" 변호사도 '경악'
"사직서 제출한 전공의까지 업무개시명령" 변호사도 '경악'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10.0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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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료정책연구소 10일 정책포럼 '업무개시명령' 문제점 짚어
김용범 변호사 "보건복지부 처분,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헌법소원' 가능"
김용언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 ⓒ의협신문 홍완기
김용범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 ⓒ의협신문 홍완기

"사직서를 제출했던 전공의에까지 업무개시명령을 적용, 처분을 지시한 것은 법조계에서 큰 논란이 됐다"

김용범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8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의료관계법상 업무개시명령의 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로 개최한 의료정책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8월 파업에 참여한 전공의·전임의들을 향해 겨누었던 칼, 업무개시명령과 관련한 법조인의 비판 의견이 나온 것.

김용범 변호사는 보건복지부가 전공의·전임의들에 업무개시명령처분을 내린 데 대한 문제점으로 ▲절차상 하자 가능성 ▲사실오인 위법 ▲명확성 원칙 위배 ▲기본권 침해 가능성 ▲비례 원칙 위배 가능성 등을 짚었다.

명확성의 원칙과 관련해서는 조치의 근거가 단지 '정당한 사유',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 등으로 문구 자체의 모호성·추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범 변호사는 "문구가 모호한 경우, 이번 상황과 같이 행정청이 행정개시명령을 굉장히 정책적 필요에 의해, 마음대로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률 효과뿐만 아니라 법률요건에도 재량을 인정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행정부에 광범위한 재량을 부여하게 되는 위험성을 야기한다"며 "이번 사건에서 보건복지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함에 있어, 가령 파업 상황이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저해 요인이 됐는지 등의 의학적인 근거, 기준을 밝히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전임의까지 업무개시명령 발동이 이뤄진 데 대해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봤다.

김용범 변호사는 "헌법 제15조의 직업의 자유는 어떤 직업을 수행하지 않을 자유를 함께 보호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에서 보건복지부는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에 대해서도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형사고발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단지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사직의 자유까지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사건 처분을 통해 실질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공익보다 사건 처분을 통해 원고들이 입게 되는 일반적 행동 자유권이나 단결권, 단체행동권과 직업 수행의 자유에 대한 전면적 제한이 더 커 보인다. 발동의 필요성이 과연 있었는지,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면서 상당성의 원칙, 비례의 원칙 위배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감염관리 업무 수행 인력 기준 및 배치기준이 10명 미만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의료계 투쟁은 '준법 투쟁'으로 볼 여지가 크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8일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 7층회의실에서  '의료관계법상 업무개시명령의 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로 의료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의협신문 홍완기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8일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 7층회의실에서 '의료관계법상 업무개시명령의 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로 의료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의협신문 홍완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처분이 오히려 근거가 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헌법소원은 법령 자체에 대해 진행하거나 구체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당사자가 사건 관련 법률에 대한 위헌성을 심사받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이때, 전자의 경우 법령이 만들어진 뒤 1년이 경과했을 때 제기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현재·장래 의료인들이 "해당 법률이 이런 식으로 악용돼 침해할 줄 몰랐다, 정부 개시명령 이후로 이러한 침해 가능성을 인지하게 됐다"고 주장한다면 제소기간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김용범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해당 법을 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심의나 절차가 없기에 현행법 자체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사법심사를 제대로 받는다면, 법원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해당 조치로 인해, 필수과에 대한 지원율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김재현 대한전공의협의회 수련이사는 "현재 전공의들은 근로기준법에서 명시된 근무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인 주 80시간을 근무하고 있다"며 "여기에 파업까지 못하게 한다면 노예와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한탄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의대 정원을 늘려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필수과를 늘리겠다는 정책을 내놨다"면서 "그런데 정작 이번에 고발당한 전공의들은 모두 응급의학과 등 필수과에서 일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조치로 인해 이런 바이탈과에 대한 지원율은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8월 28일. 보건복지부는 4대 의료정책에 반발하며 단체행동에 나선 응급실 미복귀 전공의 등 10명에 대해 고발조치를 단행했다.

근거는 8월 26일 수도권 휴진 전공의·전임의를 대상으로 발부했던 업무개시명령. 보건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 당일 전격적인 수련병원 현장 조사를 벌였다.

여기서 파악한 이탈자(휴진자) 명단을 토대로 정부는 358명의 전공의 등에 대해 개별적으로 복귀를 명령, 다음날 미복귀한 인원들을 파악한 뒤 이들 중 10명을 의료법에 따른 업무개시명령 미이행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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