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강제입원" 주장...법원 "적법" 판결
환자 "강제입원" 주장...법원 "적법" 판결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1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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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보호의무자 될 수 없는 아버지 동의...병원이 강제입원"
법원 "정신과 치료받는 아버지라도 보호의무자 해당" 판단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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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가 정신의료기관 의료진이 보호의무자가 될 수 없는 친족의 동의를 받아 자신을 강제입원시키고, 친족들의 허위 진술을 근거로 잘못된 입원 결정을 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신의료기관이 환자를 입원시킬 때 친족들로부터 적법하게 동의를 받아 입원시켰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특히 법원은 환자의 직계혈족인 아버지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아들의 정신과 입원에 동의할 수 있는 보호의무자가 될 수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유사 사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환자 A씨는 B병원(2009년 8월 13일∼2009년 9월 9일)에 정신과 전문의 권고와 A씨의 어머니와 남동생의 동의로 입원했다.

또 C병원(2010년 1월 21일∼2010년 5월 4일, 2010년 11월 1일∼2011년 2월 9일, 2014년 6월 12일∼2014년 12월 8일)에는 정신과 전문의 3명의 권고와 A씨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동의로 입원했고, D병원(2015년 7월 15일∼2015년 11월 16일)에서도 정신과 전문의 권고와 A씨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동의로 입원했다.

A씨는 D병원 정신과에 입원 중 수원지방법원에 인신보호명령을 신청했고, 2015년 11월 12일 수용해제명령을 받아 D병원에서 퇴원했다.

A씨는 B, C, D병원에 각각 입원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에 반한 강제입원을 당했고, 보호의무자 자격이 없는 친족의 동의로 입원을 결정한 것은 명백한 하자에 해당한다며 2018년 11월 12일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했다.

A씨가 요구한 손해배상 금액은 B병원 및 의료진 3000여만원, C병원 및 의료진 4억여만원, D병원 및 의료진 1억 4000여만원 등 총 5억 7000여만원에 해당한다.

A씨는 재판에서 B병원 정신과에 입원하는 과정에서 보호의무자가 아닌 동생이 입원에 동의했고, 정신과 전문의가 아닌 정신과 수련의가 동의해 입원이 결정되는 등 불법하게 정신과에 입원시켰다고 주장했다.

B병원 정신과 입원 과정에서는 2006년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고 치료약을 복용하고 있는 아버지가 자신을 입원시키는데 동의할 수 있는 보호의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아버지의 동의가 유효하다고 보고 자신을 입원 결정한 것은 명백한 하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B병원 정신과 전문의들은 입원을 결정하면서도 자신을 제대로 진찰하지 않았고, 가족들이 자신을 정신과에 입원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의사로서의 양심과 책무를 망각하고 인권유린행위를 방치했다고 강조했다.

D병원과 관련해서는 정신과에 입원중이던(2015년 7월 15일∼2015년 11월 16일) 2015년 11월 12일 법원으로부터 수용을 즉시 해제하라는 결정을 받았는데도 불법적으로 입원을 시켰다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원지방법원 재판부는 "A씨의 각 병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9월 9일 판결했다. A씨는 9월 22일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수원지방법원 재판부는 B병원과 관련 "정신과 수련의가 입원 결정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정신과 전문의는 어머니와 동생에게 A씨의 정신과 입원을 권고했고, 가족들은 보호의무자로서 동의한 사실만 인정될 뿐"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A씨와 동생은 어머니에게 생계를 의존하고 있었으므로 A씨와 동생은 생계를 같이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어 정신과 입원에 동의할 수 있는 보호의무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C병원과 관련해서는 "A씨가 세 차례에 걸쳐 C병원에 입원할 당시 A씨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동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A씨의 아버지가 2006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약을 복용중인 사실이 인정되지만, 민법 제974조 제1호에 의해 부양의무가 인정되는 직계혈족이므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거나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A씨의 아버지가 정신과 입원에 동의할 수 있는 보호의무자가 될 수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C병원 의료진들이 가족들의 거짓말을 듣고 입원을 결정한 사실이 없는 등 어떤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D병원과 관련해서도 "정신과에 입원중일 때 법원의 수용해제명령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A씨의 정신과 입원에 하자가 있다거나 A씨의 입원이 불법적이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 재판부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인데, A씨가 B병원(2009년 9월 9일 퇴원), C병원(2014년 12월 8일 퇴원)을 퇴원할 당시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병원 측 소송을 맡은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법원이 친족이 정신질환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보호의무자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보호의무자 적격 문제에 대한 혼란을 줄여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손해배상 책임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해 퇴원할 당시로 판단했다"며 "최근 증가하고 있는 강제입원과 관련한 소송 및 정신의료기관의 입원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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