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 '의료과실' 인정...법원은?
한국소비자원 '의료과실' 인정...법원은?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10.05 06: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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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과실 '추정' 분쟁조정액 3억 6천만원 제시…정식 민사소송 진행
법원 "의료 과실 없고, 설명의무 위반 안해...환자측 진료비 내야" 판단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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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의 분쟁조정 결정으로 3억 6000만원 상당을 환자 측에 지급할뻔했던 대학병원이 조정 결정에 불복해 소송으로 이어진 결과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게 됐다. 또 병원 측 과실이 없어 환자 측으로부터 진료비도 받을 수 있게 됐다.

환자 A씨는 동네 병원에서 CT상 객혈로 진단받고, 2016년 6월 8일 피고 병원인 K대학병원을 내원했다.

K대학병원 의료진은 A씨에 대해 문진 및 각종 검사를 시행, 좌측 폐부위에 결핵(Tb)이 있어 20대에 치료받은 병력이 있음을 확인하고, 흉복부 대동맥류로 진단했다.

K대학병원 흉부외과 전문의(B의사)는 6월 20일 A씨의 배우자인 C씨에게 대동맥류 파열 시 급사 등의 위험이 있어 흉복부 대동맥을 인공혈관으로 치환하는 수술의 필요성·합병증 등을 설명하고 수술동의를 받았다.

B의사는 6월 22일 저녁 A씨에 대해 흉복부 대동맥류 인공혈관치환술을 시행했다. 또 K대학병원 의료진은 A씨에 대한 수술 이후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수 차례 시행했는데, 6월 22일 검사에서는 심장음영의 길이가 7.2㎝였고, 6월 23일에는 8.2㎝로 나타났다.

A씨는 수술 이후 6월 26일 오후 9시 10분 경 갑자기 호흡곤란, 혈압저하 등의 증상을 보였다.  K대학병원 의료진은 즉시 산소 공급 및 승압제 투여 등의 응급조치를 했다.

이후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 심낭삼출 소견을 확인하고, 6월 26일 오후 11시 20분경 심낭천자술을 시행하던 중 심정지가 발생, 심폐소생술(CPR) 및 체외막산소공급(ECMO)을 시행했다.

K대학병원 의료진은 6월 27일 새벽 1시 5분경부터 3시 15분경까지 진단적 개흉술을 시행, 좌심실 후측벽 부위에서 출혈 부위를 찾아내고(위 수술을 통해 혈심낭에 의한 심장압전, 좌심실 후측벽이 5㎜ 파열이 확인됨), 좌심실 봉합술을 시행했다.

새벽 3시 27분경 A씨의 뇌파 검사상 전반적인 심각한 뇌기능 이상이 확인됐으며, 의식 상태는 반혼수 상태였다.

K대학병원 의료진은 6월 28일 심폐소생술 당시 흉골 및 늑골의 다발성 골절 및 이로 인한 계속적인 출혈에 대해 혈종제거술 및 흉골조정술을 시행했다.

이후에도 A씨에게 여러 가지 의학적 조치를 시행했으나, 끝내 회복되지 못했다. 현재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인해 사지 마비, 인지 저하, 언어 장애 상태이다.

이런 결과에 대해 환자 측은 K대학병원 측이 의료행위상 과실과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며 한국소비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고,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대동맥류 수술 과정에서의 과실을 추정, K대학병원 측이 환자 측에 약 3억 6000만원 상당의 일시금과 매월 약 170만원의 정기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조정 결정을 했다.

K대학병원 측은 조정 결정이 부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자 측은 창원지방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 K대학병원측에 15억 4000여만원(A씨에 대한 손해배상)과 위자료 4000만원(A씨의 배우자 C씨에 대한 위자료)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K대학병원 측은 의료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이 없다며, 환자 측에 4500여만원의 진료비를 갚으라고 반소를 제기했다.

소송에서 환자 측은 ▲B의사를 비롯한 K대학병원 의료진은 수술 중 날카로운 수술도구로 흉막을 거쳐 좌심실에 미세한 손상을 일으킨 수술상의 과실이 있고 ▲수술 후 4일 동안 작은 손상이 점차 진행돼 좌심실에 파열 및 혈심낭이 발생했고 ▲A씨는 출혈에 의한 저혈압에 의해 저잔소성 뇌 손상 진단을 받고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고 주장했다.

또 ▲6월 22일 흉부 엑스레이 검사 결과와 6월 23일 흉부 엑스레이 검사 결과를 비교하면, 심장음영의 길이가 1㎝ 증가했음에도 K대학병원 의료진은 심장초음파를 시행하지 않아 심장음양 증가의 원인을 살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K대학병원 의료진은 수술에 앞서 A씨에게 수술의 필요성, 수술 과정 및 방법, 수술 과정 중 혹은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내지 후유증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A씨가 수술의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수술을 받을 것인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함에도 설명을 하지 않아 A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창원지방법원 재판부는 환자 측의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 설명의무 위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병원 측의 과실이 없다며 환자 측은 진료비를 병원에 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저산소성 뇌 손상'에 빠진 직접적인 원인은 '좌심실 후측벽의 파열'로 인한 출혈 때문이고, 수술 부위(흉복부 대동맥)와 심장은 같은 흉곽 내 구조물이기는 하지만 상당한 거리가 있으므로 의료진이 수술 시 심장을 건드릴 이유가 없다고 봤다.

특히 수술 과정에서 심장을 싸고 있는 심낭조차도 열리지 않았으므로, B의사가 수술 도중 A씨의 심낭 안에 위치한 좌심실에 미세한 손상을 가했을 가능성을 인정하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수술 과정에서 B의사의 술기상 과실로 좌심실 파열 내지 손상이 발생했다면, 즉시 고압의 혈액이 분출돼 대량의 출혈이 있었을텐데, 이 사건 수술 중에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도 않았고, 심낭압전이 발생한 당일에도 흉관으로의 출혈이 없었고, 수술 직후부터 A씨의 활력징후도 안정적이었다고 봤다.

또 심장파열은 특별한 전구 증상이나 위험 요인 없이 생길 수도 있고, 심장음영의 크기 변화는 촬영 방법, 환자의 체위 등에 의해 변할 수 있으며, 활력징후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 상황이라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며 환자 측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설명의무 위반과 관련해서는 A씨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인 '좌심실 파열'이 K대학병원 의료진(또는 B의사)의 침습행위인 이 사건 수술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수술로 인해 예상되는 위험이라고 볼 수도 없는 이상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도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A씨는 K대학병원에서 각종 검사, 수술, 투약 등 치료, 입원 등으로 진료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A씨에게 발생한 중한 결과가 K대학병원 의료진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탓이라고 볼 수 없는 이상 진료비를 병원 측에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환자 측의 손해배상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고, K대학병원의 A환자에 대한 반소 청구는 이유가 있어 4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6월 18일 판결했다.

한편, 환자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부산고등법원에 항소했다.

K대학병원 소송 대리인을 맡은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한국소비자원이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의 사실 인정이나 판단이 법원에서 그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님을 확인한 판결"이라며 "한국소비자원이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불리한 조정 결정을 받았더라도 이를 그대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법원에서 적극적으로 다퉈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특정 의료행위 이후 원하지 않은 나쁜 결과가 발생했더라도 해당 의료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라면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가 없음을 확인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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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ㅇ수 2020-10-05 19:36:59
의협? 의사협회? 그대들이 좋아할 기사네요. 언젠가 반드시 환자측이 병원측을 압도할 날이 올것임
AI가 빨리 완성되면...

자니나네 2020-10-03 08:39:13
죽음은 비통하지만 수술해준 의사가 불쌍하다. 의료에 무지한 환자도 죄가없다. 법적 판단 내리는 새끼가 무식하면 소비자분쟁원도 응당 심판을 받아야지.

ㄹㄹ 2020-10-02 10:08:55
고소고 고발이고 이기든 지든 걸려본 의사들은 다 안다.
걸린순간 이미 진거지.. 진짜 개고생 다하는데

1111 2020-09-30 10:17:22
소비자원에서 의료를 판단하다니... 진짜 사람이나 의료가 소비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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