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무료대상 확대에, 정작 고위험군 '공급 부족' 우려
'독감 백신' 무료대상 확대에, 정작 고위험군 '공급 부족' 우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9.2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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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과의사회 "정치인들의 '표'퓰리즘으로 의료현장, 극심한 혼란 빠졌다"
(직)산부인과의사회 "임신부 대상 백신 사업도 보건소에서 배당해야"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의협신문

정부가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의 동시 유행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대상을 확대한 가운데, 정작 반드시 예방접종이 필요한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공급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위험군인 어린이, 임신부에 대한 접종을 시행해야 하는 개원가에서 백신 확보 어려움 등 혼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올해 무료 접종 대상자는 생후 6개월부터 만 18세 소아·청소년, 임신부, 만 62세 이상 어르신 등 1천900만명. 전체 인구의 37%에 해당하는 규모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독감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의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정치권에서 앞다퉈 '독감 백신 대상 확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작 접종을 시행해야 할 의료현장에서는 백신 공급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4차 추경으로 전 국민 무료 독감 예방접종을 9일 제안했다. 원희룡 제주지사의 경우, 11일 개인 SNS를 통해 "독감 무료 예방접종을 전 국민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통신비 2만원 보다 전 국민 독감백신 무료접종이 더 시급한 민생과제"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국민 허용 수준에서 무료 접종 대상 확대를 좀 더 확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16일 낸 성명에서 "정치인들이 독감백신 무료 접종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의료현장은 극심한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독감 백신은 공산품과 다르다. 시장 수요가 폭증한다고 하루아침에 뚝딱 백신을 더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정치권의 '표'퓰리즘으로 인해, 고위험군인 어린이 백신의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독감 생산량의 대부분을 저가로 선점, 정작 고위험군 국가필수예방접종 대상자인 만6개월∼만12세 독감백신 물량 확보와 가격에 큰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이다.

임현택 회장은 "어린이 독감백신에 기획재정부가 배정한 예산이 적어 제약사는 이익이 적은 어린이 NIP에 쓰일 백신으로 일선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에 공급하는 대신 보다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는 일반인용 백신을 집중 공급했다"며 "그 결과 어린이 필수예방접종의 60%를 담당하고 있는 일선 소청과 병·의원이 독감 백신을 공급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심지어 단 한 개의 독감백신도 못 구한 소청과 병·의원도 있다"고 밝혔다.

외국으로부터의 수입 역시, 대부분의 나라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자국에서 쓸 수 있는 양이 부족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임현택 회장은 "이는 무료접종 대상자에 고위험군인 아이들과 임산부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에 대해서 의료현장 전문가에 단 한 번도 묻지 않고, 표퓰리즘을 남발한 결과"라며 "독감 합병증으로 사망까지 할 수 있는 고위험군인 아이들과 임산부들이 독감 예방 접종 자체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산부인과 개원의사들 역시 백신 공급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임신부 대상 백신 사업에 대한 백신 공급을 각 의료기관에서 알아서 구입하도록 한 것은 의료기관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21일 성명을 통해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사업에서  임산부 예상인원은 30만 명으로, 전체 예상인원인 1900만명 중 1.6%밖에 되지 않는 점을 짚으며 "임신부 대상 백신 사업 역시, 보건소에서 배당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석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장은 "국가에서 책정된 백신의 금액이 1만 410원이다. 이는 각 민간 의료기관에서 제약회사를 통해 구입할 수 있는 금액 약 1만 6500원에서 1만 8000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며 "그나마 최근 인플루엔자 백신 물량 부족해 반품 불가능 조건으로 2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인플루엔자 백신을 확보할 수 있는 실정"이라고 한탄했다.

이어 "산모 독감 무료 접종에 참여를 신청한 다수의 의료기관에서는 제약사로부터 산모용 1만 410원의 독감백신을 배당받지 못해 접종을 못하게 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산모 독감 접종에 동참하겠다고 신청한 의료기관이 접종하지 못한다면 의료기관이 민원 제기를 당하는 피해가 우려된다. 무료접종 홍보는 국가에서 하고 그에 대한 책임과 피해는 민간 의료기관에 짊어지게 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석 회장은 "저출산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전체 사업의 1.6%밖에 되지 않는 임신부 대상 백신 사업을 의료기관의 책임으로 미뤄선 안된다"며 "어르신 백신과 같이 보건소에서 배당해 각 의료기관이 편리하게 산모 접종을 하도록 해야 한다. 또는 제약사에서 산모용 백신을 의료기관에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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