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라클레스를 기다리며
헬라클레스를 기다리며
  • 김승기 원장(경북 영주·김신경정신과의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9.18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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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라클레스를 기다리며

1.
하루 종일 죽고 싶은 생각만 들어요
오늘 영정사진 찍으러 갈 거예요
의사 선생님을 다음 주에도 면담할 수 있을까요


다음에 들어온 고딩.
첫 마디가 그도 죽고 싶단다
흰 블라우스를 걷고
칼자국이 난 가냘픈 흰 손목을 보여준다


도시 곳곳에 넘실대는
이 검은 파도는 무엇인가


2.
불같이 타오르는
뜨거움 대신
단숨에 내달리는
철썩임 대신


뒤란 흙벽에 마른 무청같이
바스락거리며 걸려있는
젊음들


세상이 밋밋하단다
지루해 못 견디겠단다


술과 섹스와
그리고 칼 자욱
광란과 상처에 기대어
겨우 서있는 하루


3. 
회색 지붕 위에 태양은
점점 식어가고
창백하기만 한 에로스


그믐밤 문둥이처럼
하나, 꿀꺽
오늘도 또 하나,
꿀꺽

 

도시 곳곳에 서성대는
타나토스와 시프노스의 그림자


4. 
오늘도 손목을 또 그었니?
그으면 좀 시원해요!
참을 수가 없었어요!

 

아팠겠다
손목을 어루만진다

김승기
김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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