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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을 전제로 한 실손보험사 '채권양도' 소송은 "무효"
소송을 전제로 한 실손보험사 '채권양도' 소송은 "무효"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9.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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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보험사의 채권자 대위 소송에 이어 채권양도 소송도 '기각' 판결
현두륜 변호사, "채권양도, 법에서 금지하는 '소송 신탁'에 해당" 강조
ⓒ의협신문
ⓒ의협신문

실손보험회사가 피보험자로부터 채권을 양수받은 것은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므로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9월 2일 나왔다.

최근 실손보험사들이 채권자 대위 소송에서 패하자 채권양도 소송으로 소송 전략을 바꿨는데, 이번 판결은 법원이 채권양도 소송까지 무효라고 판결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A보험사는 50% 이상 일반병실을 확보하지 않고 피보험자들에게 입원을 시켜 부당하게 상급병실료를 받아 손해가 발생했다며, 병원을 운영하는 B의사를 상대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보험사는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병·의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는 경우 그 의료비 상당액을 약관에 따라 지급하는 실손의료보험을 포함한 보험계약을 피보험자들과 체결했다.

피보험자들은(325명) 이 사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는데, B의사는 피보험자들에게 상급병실료를 청구해 1억 8459만원을 지급받았다. 또 피보험자들은 A보험사와의 보험계약에 따라 보험금을 청구해 8955만원을 받았다.

이에 A보험사는 재판 과정에서 "의료기관이 상급병실료를 비급여 진료비로 지급받기 위해서는 50% 이상 일반병실을 확보한 후 예외적으로 청구할 수 있는데, B의사는 50% 이상 일반병상을 확보하지 않은 채 임의로 피보험자들에게 상급병실료를 청구했다"며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규정에 위배되는 행위로 무효이므로 피보험자들에게 상급병실료 차액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보험자들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해 피보험자들의 B의사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행사한다"며 "B의사는 A보험사가 피보험자들에게 지급한 보험금 8875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피보험자 중 일부는 A보험사에게 자신이 B의사에 대해 갖는 부당이득반환채권 중 지급된 보험급 상당액 부분을 '양도'했다"며 "B의사는 A보험사에 피보험자들로부터 양수받은 부당이득반환채권 80만원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즉, A보험사는 소송을 통해 B의사에게 채권자 대위, 채권양도 두 가지를 근거로 부당하게 지급된 비용을 되돌려달라고 주장한 것.

그러나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재판부는 A보험사의 채권자 대위 및 채권양도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먼저 A보험사의 채권자 대위 자격과 관련 재판부는 "피보험자들의 의사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A보험사가 이들을 대신해 권리를 행사하고, 그 이익을 A보험사에 귀속시키는 것은 피보험자들의 자유로운 재산관리 행위에 부당한 간섭으로 볼 수 있다"며 채권자 대위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A보험사가 피보험자로부터 채권양도를 받아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A보험사가 피보험자로부터 채권을 양수받은 것은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무효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권양도가 이 사건 소송 계속 중 이뤄진 점 ▲원고와 피보험자들 사이의 채권 양도양수계약의 내용에는 피보험자의 피고에 대한 채권을 확인하고 이를 양도한다는 기재만 있을 뿐 채권양도로 인해 피보험자들의 A보험사에 대한 채무가 변제되는 등의 원인관계에 대한 기재가 없는 점 ▲이 사건 소송 제기 전 피보험자들이 피고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행사한 흔적이 전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채권양도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A보험사가 소송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피보험자들의 채권양도는 무효이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양수금 청구는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보험사의 부당이득반환채권 대위 행사 부분은 부적법해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는 인정할 수 없어 기각한다"고 9월 2일 판결했다.

B의사 측 변호를 맡은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이 사건 채권양도는 법에서 금지하는 '소송 신탁'에 해당해 법원이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탁법(제6조)에서는 소송을 목적으로 하는 신탁을 금지하고 있고, 법원도 신탁법 위반을 주장하는 B의사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변호사는 "최근 보험사들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채권자 대위 소송이 줄줄이 부적법 각하 판결을 받게 되자, 보험사는 전략을 바꿔 환자들에게 채권양도를 받아 양수금 청구 소송으로 청구원인을 변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다른 보험사들이 제기한 유사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현재 보험사가 환자들의 채권을 보험회사에 양도하는 내용으로 보험 약관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이런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관련 법령>
* 신탁법 제6조(소송을 목적으로 하는 신탁의 금지)
수탁자로 하여금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신탁은 무효로 한다.
* 신탁법 제7조(탈법을 목적으로 하는 신탁의 금지)
법령에 따라 일정한 재산권을 향유할 수 없는 자는 수익자로서 그 권리를 가지는 것과 동일한 이익을 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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