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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 대변으로 배출된다"…암 환자 속인 한의사들 '징역형'
"암이 대변으로 배출된다"…암 환자 속인 한의사들 '징역형'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9.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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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암세포 없애는 약 개발 광고 거짓…처방약은 독성 물질 검출 효과 없어
법원, "면허 취소된 한의사 검증 안 된 치료법으로 환자 사망해 죄질 나빠" 판단
ⓒ의협신문
ⓒ의협신문

암 환자들에게 "25년간 연구한 결과로 만들어진 특수 약으로 암을 완치할 수 있다"고 속여 수억 원대를 편취하고, 면허가 취소됐음에도 환자를 치료하다 사망케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들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7월 23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부정의료업자) 및 사기,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은 A한의사에게 징역 4년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은 B한의사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700만원, 그리고 A한의사의 증거 위조를 도와준 C한의사는 징역 6월을 각각 선고했다.

B한의사는 K한의원 원장이고, A한의사는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부정의료업자) 등으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2012년 12월 20일 자로 한의사 면허가 취소된 사람이다.

A한의사는 2016년 6월 20일 자로 한의사 면허를 재취득했으며, 2012년 3월∼2015년 6월까지 B한의사가 운영하는 한의원에서 면허가 취소된 가운데 연구원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진료를 했다.

A한의사 등은 2013년 11월∼2015년 2월까지 공모해 K한의원에서 암 환자를 대상으로 "암세포를 없앨 수 있는 효능을 가진 약을 개발했다"며 수억 원대의 치료비용을 받았다.

당시 면허가 없는 B한의사는 A한의사가 면허가 취소된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 치료를 받다 사망한 환자의 보호자에게 특효약을 개발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B한의사는 K한의원 인터넷 홈페이지에 2013년 10월경 '25년간 암에 대한 연구의 결실로서 만들어진 약이 Y입니다'라는 제목하에 'K한의원에서는 실제로 재발이 없이 암의 사이즈를 줄이는데 효과를 보이는 한약들을 연구해왔습니다. 그 결과, 뚜렷하고 특정 약재들에서 강력한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효능이 발굴됐고, 그렇게 만들어진 약이 Y입니다'라는 내용을 광고했다.

또 2015년 1월경에는 '한방치료로 암 극복, 생명 연장 넘어 완치가 목표'라는 제목하에 '암세포의 성장을 막아 인체 전방의 균형 바로잡는 치료법, 산삼원료로 만든 AA개발, 화학 항암제 부작용 줄이고, 면역력 키워 환자 체질에 맞게 제조되는 특수처방'과 같은 내용을 광고했다.

B한의사는 홈페이지에 게재된 말기 암치료 관련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망한 환자의 부친(피해자)에게 "전에는 소변으로 고름을 뺐는데, 지금은 대변으로 덩어리가 나오게 하는 기법을 쓰고 있다. 그게 최근에 도입이 됐는데, 그 약에 대해서는 연구원장(A한의사)이 따로 상담하니 연구원장에게 상담을 받아보라"고 했다.

A한의사는 피해자에게 "2년 전에 개발한 특수 약을 쓰면 고름 덩어리를 대변으로 뽑아낼 수 있다. 현대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으니 환자를 데려오면 특수 약을 써서 90% 이상 완치시킬 수 있으며, 3개월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비용은 한 달에 5000만원이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A한의사는 한의사 면허가 취소된 상태로, 실제로 암 치료가 가능한 특수 약을 개발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A한의사가 처방한 약에서는 독성 물질이 검출됐을 뿐, 암 세포를 없앨 수 있는 효능을 가진 약이라고 볼 수 없었다.

이 밖에 통상 환부에 고주파를 통과시켜 고온의 열을 가하는 방법으로 암세포를 파괴할 목적으로 행하는 고주파온열암치료와 달리 A한의사가 암독을 푼다는 빌미로 사망한 환자의 복부 등 환부에 밀착시켜 사용한 온열기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원적외선 전기온열기로서, 사망한 환자에게 화상만 입게 하는 등 말기 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그런데도 A, B한의사는 공모해 피해자를 기망하고, 다른 2명에게도 같은 수법으로 기망해 총 1억 4600만원을 치료비 명목으로 받았다. A한의사는 단독으로 피해자 3명에게 9900만원을 치료비 명목으로 받았다.

재판에서 B한의사는 "사망한 환자들에게 약을 처방한 사실은 있으나, 병을 완치시켜 주겠다고 기망한 사실이 없고, A한의사와 사기 및 부정의료행위 범행을 공모한 사실도 없다.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사실도 없고, 홈페이지에 게시한 글은 모두 사실로 확인된 내용이므로 거짓이나 과장된 내용의 의료광고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A한의사는 "B한의사의 치료에 관여한 사실이 없고, 사망환자들에게 병을 완치시켜주겠다고 기망한 사실이 없으며, 치료비를 편취하지도 않았다. 치료행위는 부정의료 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설령 구성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은 행위로 위법성이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사기 및 부정의료 행위 부분, 거짓 의료광고와 관련 A한의사와 B한의사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사기 및 부정의료 행위와 관련 재판부는 "A, B한의사가 처방한 약은 그 중 일부가 인체의 면역력을 높여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에 불과할 뿐, 암 치료제로서의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없고, 사용한 약재의 독성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망한 환자들에게 과량 복용하게 해 중독 증상을 일으켰다"라고 봤다.

그러면서 "A, B한의사는 암 치료 효과가 없는 약제, 주사액, 온열치료기 등을 사용해 진료행위를 하면서 사망한 환자들에게 암독이 대변으로 나오게 되어 암 치료에 효과가 있고, 암이 완치될 것이라고 기망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암 치료를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하는 가족의 간절한 마음에 편승해 적정성이나 상당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기망했다는 것.

또 "사망환자들에게 나타난 고열·구토·경련·마비 등의 증상은 A, B한의사가 처방한 약의 부작용일 뿐, 결국 이로 인해 환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했으므로 이를 두고 정상적인 치료라고 할 수도 없다"고 봤다.

무엇보다 "약 성분으로 인한 부작용 또는 독성 물질 흡입으로 인한 중독 증상을 암이 치료되는 과정이라고 속이면서 병원 진료를 받지 못 하게 해 사망환자들이 그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불가능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한의사는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음에도 의료행위를 했고, B한의사 역시 이를 알고 있음에도 묵인을 넘어 환자들에게 A한의사로부터 진료받을 것을 권유했고, 면허가 없음에도 의료행위까지 했다"며 사기 및 부정 의료업을 한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다음으로 의료법 위반(의료광고 관련)과 관련해서는 "B한의사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광고는 의료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암세포를 소멸시키고 재발 없이 암의 크기를 줄일 수 있는 치료 방법, 그리고 암세포의 성장을 막아 암을 극복해 생명을 연장하고 완치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이라고 오인할 우려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또 "A한의사는 부정의료 행위를 숨기기 위해 C한의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 했고, C한의사에게 처방전의 위조를 교사하고, C한의사 또한 A한의사의 교사를 부인하는 등 반성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들에게는 그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로서 실현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B한의사가 "전혀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권유해 피해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한 채 사망의 결과에 이르렀다"며 "죄질이 극히 좋지 않고, 반성도 하지 않아 실형을 선고하게 됐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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