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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전담전문의는 대체 인력이 아닙니다"
"입원전담전문의는 대체 인력이 아닙니다"
  • 김준환 입원전담전문의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9.1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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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환 입원전담전문의(서울아산병원 내과)·대한입원전담전문의협의회 홍보이사

어려운 시기입니다. 이 칼럼을 작성하고 있는 시기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도권에는 2.5단계의 상향된 방역조치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의 4대 의료정책의 일방적인 추진에 반대해 전공의 선생님들의 무기한 파업이 시작된지 1주일이 넘고 있습니다.

입원전담전문의들은 다른 교수진과 함께 병원의 남은 인력으로 묵묵히 병원 현장을 지키며 마음으로 전공의, 전임의 선생님들의 파업을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각자의 병원에서 이전보다 더 많이 응급실에서 입원하는 환자를 진료하며 인턴 업무 또한 병행하고 환자 안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현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 8월 28일 정부는 입원전담전문의 단체와 사전 논의 없이 입원전담전문의를 비상 진료 지원패키지에 포함해 8월 31일부터 담당 입원 환자 이외에도 일반 환자를 진료할 수 있게 의료 인력의 업무 범위를 한시적으로 조정했습니다. 이 조정의 의미와 아쉬운 점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현재 대다수 병원의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은 2016년 9월부터 시행해 온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 제도를 따르고 있습니다. 이 시범사업은 입원전담전문의 2인 이상을 운영하는 병원에 대해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을 지정하고 각 환자별 시범사업 수가를 적용하는 제도입니다. 이렇게 제도를 운영한 이유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입원 환자를 담당하는 전문의로서 담당 입원 환자를 집중적으로 잘 진료하려는 점에 있습니다.

입원전담전문의 1인이 무제한으로 환자를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환자의 수는 제한될 수밖에 없고 그 제한을 입원전담전문의 병동 지정을 통하여 운영했습니다.

전공의 선생님들의 파업 이후 이미 각 병원의 입원전담전문의들은 입원전담전문의 수가를 포기하면서까지 응급실 환자 진료를 돕거나 응급실 통한 환자 입원을 늘리면서 각자의 역할을 120% 이상 해왔습니다. 

하지만 8월 28일 정부의 비상 진료 지원패키지 보도를 보면서 많은 입원전담전문의들은 '앞으로의 진료 방향에 대한 걱정과 과연 이 직업을 계속 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감까지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번 의료 인력의 업무 범위 조정은 다음과 같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1) 상황이 급박했던 것은 이해하나 사전에 입원전담전문의 단체와의 논의가 없었습니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아직은 생소한 제도이므로 제도의 임시적인 변경이라 하더라도 실제 근무하고 있는 입원전담전문의들의 의견이 꼭 필요합니다. 전국에 근무하는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300명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의견 수렴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습니다. 사전 논의 없는 제도의 변경은 이미 진료를 받고 있는 입원환자들에게도 혼동을 줄 수 있습니다.

2) 담당 입원 환자 이외에도 일반 환자 진료 가능이라는 의미는 자칫 잘못하면 적용하는 병원들이 입원전담전문의를 일종의 대체 인력으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즉 입원전담전문의는 본인들만의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병원에 따라 이와 비슷한 상황이 오면 똑같이 입원전담전문의를 대체 인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정부에서 주었다는 것입니다. 입원전담전문의 본 사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굉장히 우려되는 점입니다.

3) 업무 범위 조정에서 일반 환자 진료라는 부분의 정의가 모호합니다. 입원 환자 이외에 외래, 응급실 환자 진료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입원전담전문의 병동 지정 환자 이외에 타 병동 입원 환자 진료를 말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분명하지 않다는 것은 결국 '운영하는 병원의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의료 인력이 없는 곳에 입원전담전문의를 투입하라'라는 의미로 잘 못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입원전담전문의는 대체 인력이 아닙니다. 

입원환자를 집중적으로 진료하고 효율적인 입원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전문가들입니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병원 내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극대화 하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즉, 입원전담전문의는 급성기 치료에 강점을 보이고 재원 일수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에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을 최대한 급성기 치료하는 병동으로 운영하여 응급실의 부담을 줄여 주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또한 한시적으로 입원전담전문의에게 타 병동 입원 환자의 입원 환자 관리 협진을 허용하여 입원전담전문의가 가진 재원 기간 관리 노하우, 입원 중 자주 일어나는 문제점 해결을 공유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필요시 타 병동 입원 환자의 회진과 기존 교수진과의 공동 진료를 허용하며 이에 따른 입원전담전문의 수가도 부여할 수 있게 해야 입원전담전문의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입니다. 이럴수록 전문가와 논의해 진행하는 모습들이 필요합니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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