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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심의 받은 의료기기 광고만 허용은 사전검열…위헌"

"사전 심의 받은 의료기기 광고만 허용은 사전검열…위헌"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9.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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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식약처의 행정권이 개입됐다면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 판단
의료기기협회 사전심의업무, "행정권으로부터 독립성·자율성 보장 보기 어려워"

ⓒ의협신문
ⓒ의협신문

사전 심의를 받은 의료기기 광고만 허용하도록 한 의료기기법은 헌법이 금지한 사전검열에 해당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8월 28일 재판관 8:1의 의견으로, 의료기기와 관련해 심의를 받지 않거나 심의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행정제재와 형벌을 부과하도록 한 의료기기법은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문제가 된 의료기기법 조항은 ▲제24조 제2항 제6호(기재 및 광고의 금지) ▲구 의료기기법 제36조 제1항(허가 등의 취소와 업무의 정지 등) 제14호 중 '제24조 제2항 제6호를 위반해 의료기기를 광고한 경우' ▲구 의료기기법 제52조 제1항(광고의 심의) 제1호 중 '제24조 제2항 제6호를 위반한 자' 부분이다.

즉, 의료기기를 광고하려는 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한 심의 기준·방법 및 절차에 따라 미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심의를 받아야 하고, 누구든지 심의를 받지 않거나 심의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할 경우 허가 또는 인증의 취소, 1년의 범위에서 업무정지 처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A의료기기회사는 2017년 '의료기기 광고 심의를 받지 않거나 심의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함으로써 의료기기법 제24조 제2항 제6호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전주시장으로부터 의료기기 판매 업무정지 3일의 처분을 받았다.

A의료기기회사는 업무정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소송을 진행하던 중 심의를 받지 않고 의료기기 광고를 한 것에 대한 업무정지 처분은 부당하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고, 제청 법원인 전주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위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 밖에 B의료기기회사 대표인 C씨도 '관할관청의 심의를 받지 아니한 내용의 광고물을 게시하는 방법으로 의료기기를 광고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돼 공판이 진행되던 중 A의료기기회사와 같은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고, 제청 법원인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위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법재판소는 의료기기법 제24조 제2항(누구든지 의료기기의 광고와 관련해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 제6호(의료기기를 광고하려는 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한 심의 기준·방법 및 절차에 따라 미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심의를 받지 않거나 심의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그리고 이를 근거로 처벌을 한 것은 문제가 없는지를 살폈다.

헌법재판소는 "현행 헌법상 사전검열은 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이면 예외 없이 금지된다"고 밝히면서 "의료기기에 대한 광고는 의료기기의 성능이나 효능 및 효과 또는 그 원리 등에 관한 정보를 널리 알려 해당 의료기기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상업광고로서 헌법 제21조 제1항의 표현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 됨과 동시에 같은 조 제2항의 사전검열금지원칙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광고의 심의기관이 행정기관인지 여부는 기관의 형식에 의하기보다는 그 실질에 따라 판단돼야 하며, 민간심의기구가 심의를 담당하는 경우에도 행정권이 개입해 심의에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거나, 행정기관의 자의로 개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 개입 가능성의 존재 자체로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재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식약처장으로부터 의료기기 광고 심의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으나,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 광고 심의업무의 주체는 행정기관인 식약처장이고, 식약처장은 법상 언제든지 위탁을 철회하고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에 전면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

헌법재판소는 "심의기관의 장이 심의위원을 위촉하려면 식약처장과 협의해야 하고, 심의위원의 수와 자격, 임기 등 심의위원회의 구성에 관해 식약처 고시로 규율하는 등 심의위원회 구성에 행정권이 개입할 뿐만 아니라 지속해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하는 이상 그 구성에 자율성이 보장돼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의료기기법은 의료기기 광고의 심의 기준·방법 및 절차를 식약처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식약처장은 심의 기준 등의 개정을 통해 언제든지 심의 기준 등을 변경함으로써 심의기관인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 심의 내용 및 절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는 ▲실제로 식약처장은 의료기기 광고의 심의 기준을 정하면서 심의의 기준이 되는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점 ▲심의기관의 장은 매 심의결과를 식약처장에게 문서로 보고해야 하는 점 ▲식약처장은 심의 결과가 위 심의 기준에 맞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 심의기관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고, 심의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재심의를 해야 하는 점 등에 비춰볼 때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업무 처리에 있어 행정기관으로부터의 독립성 및 자율성이 보장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사건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는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로서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고, 이러한 사전심의제도를 구성하는 심판대상 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반대의견을 낸 이영진 재판관은 "광고 심의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심의업무와 관련해 식약처장 등 행정권으로부터 독립된 민간 자율기구로서 그 행정 주체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는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한편, 이번 위헌 결정과 관련 헌법재판소는 "상업광고도 표현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고, 표현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면 예외 없이 사전검열금지원칙이 적용되며, 행정권의 개입 가능성이 있다면 헌법상 금지되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다시 한번 확인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심판대상 법률 조항>
* 의료기기법 제24조(기재 및 광고의 금지 등)
② 누구든지 의료기기의 광고와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광고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6. 제25조 제1항에 따른 심의를 받지 아니하거나 심의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

* 구 의료기기법 제36조(허가 등의 취소와 업무의 정지 등)
① 제조업자등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의료기기의 제조업자·수입업자 및 수리업자에 대하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판매업자 및 임대업자에 대하여는 특별자치도지사,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이 허가 또는 인증의 취소, 영업소의 폐쇄, 품목류 또는 품목의 제조·수입·판매의 금지 또는 1년의 범위에서 그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 다만, 제1호·제22호 및 제23호의 경우에는 허가 또는 인증을 취소하거나 영업소를 폐쇄하여야 한다.
14. 제24조 제2항 및 제3항을 위반하여 의료기기를 광고한 경우

* 구 의료기기법 제52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10조 제1항·제2항 전단·제4항, 제12조 제1항(제15조 제6항 및 제16조 제4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제13조 제1항, 제16조 제1항 본문, 제17조 제1항, 제24조 제1항·제2항, 제26조 제2항부터 제7항까지 또는 제45조 제2항을 위반한 자.

<관련 법률 조항>
* 의료기기법 제25조(광고의 심의)
① 의료기기를 광고하려는 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한 심의기준·방법 및 절차에 따라 미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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