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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국시 1주일 연기…시험거부 학생 2839명 선택은?
의사 국시 1주일 연기…시험거부 학생 2839명 선택은?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9.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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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의대생 피해 최소화 위해 실기시험 연기…9월 8일 시행
조승현 의대협회장, "정책 변경 없는 연기 무의미…시험거부 예정대로"
ⓒ의협신문
ⓒ의협신문

보건복지부가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을 9월 1일에서 9월 8일로 1주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의대생들은 실기시험 연기를 주장한 것이 아니라,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반대 등 4대악 의료정책 중단을 요구한 것이라며 국시는 예정대로 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의사국시 실기시험이 1주일 연기됐음에도 의대생들이 시험을 거부하면, 2021년도에는 3000명에 가까운 의사가 배출되지 못하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8월 26일 내년도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을 예정대로 9월 1일 국시원 실기시험센터에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의 의사 실기시험 응시 거부 결정으로 실기시험 접수 인원 3172명 중 2839명(국시원 집계. 8월 28일 기준)이 응시 취소 및 환불신청서를 국시원에 제출했다.

전국 40개 의대·의전원 국가시험 응시자 대표는 공동 성명을 내고 "국가시험을 거부함으로써 국민과 의료계 모두에 중대한 해악을 끼치는 의료정책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자 한다"라며 "실기시험 접수를 취소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국시원은 이들 인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응시원서를 낸 학생을 대상으로 실기시험을 치르겠다고 강행 의지를 보였다.

3000여명에 가까운 의대생이 실기시험을 거부하게 되면, 당장 2021년 의사 배출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필기시험과는 상관없이 1년 뒤에 다시 실기시험을 봐야 의사면허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 국시를 치르지 않게 되면 의료 취약 지역 공중보건의사, 병원 응급실 등 인턴 의사,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군의관 충원도 어렵게 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전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KAMC)는 31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의사 배출이 안 되는 파장을 예상해 정부에 실기시험을 2주 연기해줄 것을 호소했다.

KAMC를 비롯해 여러 단체에서도 의사 국가시험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는 목소리를 내자 보건복지부는 8월 31일 오후 9월 1일 예정된 실기시험을 9월 8일로 연기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다수의 시험 취소자가 생기는 사태는 향후 병원의 진료 역량에도 문제가 발생해 국민의 의료 이용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것.

보건복지부는 "기존에 시험응시를 취소했던 학생들은 재신청 접수를 통해 시험을 응시할 수 있고, 재신청 접수 등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은 국시원에서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9월 1일에서 9월 7일 사이에 시험응시를 신청했던 의대생에게 양해를 구하고, 시험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대생들은 "우리가 원한 것은 의사 국시 연기가 아니라 잘못된 의료정책 변경이었다"며 예정대로 국시 거부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승현 의대협회장은 [의협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의대생들이 주장했던 것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던 공공의대 신설, 의대정원 확대,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등의 근시안적인 정책을 변경해 달라는 것이었다"며 "정책 변경에 대해 일언반구 없이 단순히 국시 연기만 발표한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책 변경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입장이 없는한 의대생들은 9월 8일 실기시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한편, 의대생 의사국시 거부는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한 번 있었다.

의약분업 사태 때 예비 의사인 의대생들은 의료의 미래와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자퇴서 제출을 결의하고, 2학기 학사일정을 전면 거부했다.

당시 전국의과대학비상대책위원회가 의과대학별로 실시한 자퇴 결의 찬반투표에서는 투표 학생의 60.9%가 자퇴서 제출에 찬성했다.

의대생들은 2000년 10월 4일 자퇴서를 제출한 데 이어, 전국 41개 의과대학 대표자 41명이 10월 5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기도 했다.

다행히 국시원은 2000년 12월 19일 2001년 1월 9∼10일 예정된 국시 일정을 2월 17∼18일로 변경해 대규모 의료인력 공급 차질을 면할 수 있었다.

의약분업 때는 실기시험 없이 필기시험만 치렀던 상황이라 큰 혼란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의대생 국시 거부는 실기시험과 필기시험 모두 치러야 의사면허를 받을 수 있어 의료인력 공급 차질은 불가피하게 됐다.

더군다나 공중보건의사 700여명이 배출되지 못하게 되고, 이들이 전공의 과정을 마친 뒤 군의관으로 700여명이 들어가지 않을 경우 의료 취약지 및 군에는 의료 공백이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본과 3학년 등 의대생들이 동맹 휴학을 결의한 상태여서 이들이 한 학년 유급될 경우 의료 인력 공급은 내년뿐만 아니라 후년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또 4학년이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될 경우 의과대학에서도 수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되는 등 의대생 국시 거부는 병원, 의과대학, 보건소 등 의료 취약지, 군 의료인력에 영향을 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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