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19 13:14 (화)
서울대병원 등 "파업하면, 불이익" 전공의 '겁주기'에 교수들 병원 맹비난
서울대병원 등 "파업하면, 불이익" 전공의 '겁주기'에 교수들 병원 맹비난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8.13 17:15
  • 댓글 16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부 병원 전공의 단체행동 제한…전공의들 "외부 압력에 굴복한 것"
대전협 비대위 "도움은 못 줄망정…방해 병원 명단 공개 등 강경 대응"
서울대병원교수협의회장 "내부 징계 방침 이해 불가…파업 참여 적극 지지"
ⓒ의협신문
서울대병원 교육인재개발실은 13일 문자를 통해 단체행동 불허를 통보하며 "만약 지침을 어기고, 근무지 이탈시에는 근무평가를 비롯한 인사상의 불이익이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의협신문

'병원에서는 8월 14일 단체행동을 위한 인턴 선생님들의 집단 연차사용 및 외출 등을 불허합니다'

대한민국 의사들이 의대정원 확대를 포함한 4대악 의료정책에 대해 반발, 14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번 투쟁에는 특히 전공의, 의대생 등 젊은 의사들의 단체행동 열기가 특히 뜨겁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젊은 의사들의 투쟁에 일부 수련병원이 '인사상 불이익' 등을 거론하며 제동을 걸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교육인재개발실은 13일 문자를 통해 단체행동 불허를 통보하며 "만약 지침을 어기고, 근무지 이탈 시에는 근무 평가를 비롯한 인사상의 불이익이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해당 문자가 발송된 것이 사실이다. 병원 소속 인턴들을 대상으로 문자를 전했다"고 말했다.

지역 소재 B수련병원장 역시 같은 날 병원에 소속된 전공의들에게 "14일 의사협회 중심으로 한 개원의 파업이 예정이다. 모든 의료진은 외래진료, 병실 업무, 수술장 및 당직 업무 등 8월 14일 정해진 업무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조금이라도 불행한 사태 발생 시 개인 또는 병원이 모든 비난을 받고 또한 그 책임을 지기에 그 무게가 너무 버겁다"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

실제 B병원 소속 전공의는 [의협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체 다수 의견은 전공의 단 한 명도 남지 않고 전원 파업하자는 쪽으로 모였지만, 7일 진행된 1차 단체행동 때와는 달리 지금은 특히나 교수님들의 지원이 부족하다"며 "병원장님 역시 단체행동을 불허하는 상황이어서, 교수님들께서는 원내 징계 및 졸국하는 해에 3월 연장추가수련, 전문의 시험, 무단결근으로 인한 본인 환자의 안전 문제에 대한 책임소재 등을 전공의에게 되묻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공의의 모든 업무를 '필수 의료'로 규정, 단체행동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는 병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C수련병원 전공의는 "제가 속한 수련병원의 경우, 대전협이 14일 총파업 시 '필수 의료 업무 유지'를 단서로 건 것과 관련, 모든 업무를 '필수 의료'라고 과대 해석하고 있다"며 "이에 전공의의 모든 업무를 필수 의료라고 규정,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고 한탄했다.

전공의들은 1차 파업 당시 필수 의료를 모두 포함한 전면파업을 선언했다. 하지만 14일 총파업에서는 백업을 맡았던 전임의·교수들이 함께 행동할 것임을 고려, 필수인력은 병원에 남겠다는 지침을 밝힌 바 있다.

김형철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1차 전면파업 당시보다, 필수인력 배치를 선언한 2차 파업에서 오히려 제동을 거는 것은 필수 의료 부족이 아닌 보건복지부 등 외부 압력에 의한 것임을 의심케 한다고 짚었다.

김형철 대전협 비대위 대변인은 [의협신문]과의 통화에서 "7일 파업 당시에는 전공의가 단체행동에 참여해도 된다고 했던 병원들이 이번엔 안 된다고 한다"며 "그런 병원들은 결국은 필수 의료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복지부에서 압박을 넣으니 무서워 그런 것 같다. 그렇게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작 제일 무서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우리 전공의들이다. 이에 비해, 병원은 훨씬 힘이 있다. 병원 책임자가 교수님이나 병원장님이다. 대부분 같은 의사다. 이 상황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하지만 외부의 압박에 의해 자기 신념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나아가 아랫사람들의 행동까지 막고 있다. 도와주지 못할 거면 자기 후배들이 옳은 행동을 하는 것만이라도 막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일부 전공의가 없으면 운영이 어려운 몇 군데의 병원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 경우 역시 애초에 병원 인력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형철 대변인은 "일부 전공의가 없으면 정말로 병원이 안 돌아가서 못 나가게 하는 병원도 분명히 있을 거다. 그런 경우는, 병원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전공의는 수련받는 입장이다. 유권해석에서 학생의 역할을 인정하기 때문에 법정 근무시간을 52시간이 아닌 80시간으로 적용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짚었다.

대전협은 전공의 단체행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행사하는 병원에 대한 적극 조치를 예고했다.

대전협은 1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일련의 수련병원 단체행동 참여를 제한하거나 개별 전공의에게 불이익을 주는 단위병원은 대한전공의협의회 홈페이지 게시 및 회원 공지 예정"이라며 "대한의사협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를 통해 철저히 조사 및 적극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권성택 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장은 서울대병원이 파업에 참여하는 인턴에 징계하겠다는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다.

권 회장은 "정부의 압박이 있더라도 서울대병원장 이기 전에 제자들의 스승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경영자 입장만을 취하는 태도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인턴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평가점수를 언급하면서 내부 징계를 내리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의약분업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서울대병원은 전공의들이 없는 것을 대비해 교수들 중심으로 당직표도 다 짜놓은 상태"라며 "전공의가 파업에 참여하는 것을 적극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주축이 된 '젊은 의사 단체행동'에는 전국 12000여 명이 넘는 참여 인원을 기록했다. 대전협 설문 결과, 14일 의료계 총파업에는 95%의 전공의가 "무조건 동참하겠다"고 답했다.

의대생들 역시, 수업·실습 거부와 삭발 투쟁 감행에 이어 국시 거부 협의체 구성과 동맹 휴학 방안까지 모색하면서 선배 의사 못지않은 투쟁 열기로 '역대급' 젊은 의사 화력이 전망되고 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