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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얼굴기형 어린이 '대부' 김석화 서울의대 교수 '정년'
얼굴기형 어린이 '대부' 김석화 서울의대 교수 '정년'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0.08.1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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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엔 엄하고, 아이들에겐 인자...호랑이 같은 스승이자 따뜻한 선배"
"어린이병원 진료하면 할수록 적자...보험수가, 의료제도 문제 개선해야"
김석화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소아성형외과) ⓒ의협신문
김석화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소아성형외과) ⓒ의협신문

얼굴기형 어린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퇴원하는 날을 기다리며 40년 넘게 서울대 어린이병원 진료실을 지켰다. 얼굴기형 어린이의 '대부' 김석화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소아성형외과)가 8월 말 정년퇴임을 맞는다.

김 교수는 영화계 원로 김수용 감독의 2남 1녀 중 장남이다. 김 감독은 1958년 구봉서 주연의 '공처가'로 메가폰을 잡은 이후 40여 년 동안 '갯마을'·'안개'·'저 하늘에도 슬픔이'  등 100편이 넘은 영화를 감독한 영화계의 산 증인. 어머니(공숙영 여사)는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다.

"1978년 인턴으로 시작해 긴 병원 생활을 마치게 되어 행복합니다. 그동안 저를 지도해주신 선배 교수님과 협조를 아끼지 않은 동료와 후배 교수, 전공의, 간호사, 직원 여러분께 감사하고, 또한 저를 믿고 진료에 함께 한 환아와 부모님께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서울대병원 성형외과에서 전공의 과정을 거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김석화 교수가 선천적 얼굴기형 어린이를 위한 재건성형 분야로 터를 잡은 것은 스승 김진환 교수의 영향이 컸다. 1990년 김진환 교수를 따라 뉴욕대학 성형재건연구소 방문교수로 참여하면서 재건성형에 새로운 눈을 뜬 것.

김 교수의 진료실은 입천장이 갈라진 구개열과 인중이 갈라진 구순열 등 안면기형 어린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수술한 후에도 정기적으로 환자들을 외래에서 진료하고 있는데  '이 애기가 왜 왔나?' 싶을 정도로 상처가 잘 아문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수술한 보람도 크고, 굉장히 기쁘기 이를 데 없지요."

키를 크게 하는 일리자로프 수술법을 안면기형 수술에 적용한 것도 그다. 얼굴의 절반이 지나치게 작은 안면기형 환자의 뼈를 종전보다 2배 이상 빨리 늘리는 수술법과 인중의 양쪽이 갈라진 환자를 한번에 교정 치료하는 밀라드법도 개발했다. 얼굴 반쪽이 덜 자란 반안면왜소증과 뇌수술 후 얼굴 성형수술이 필요한 환자 치료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1989년부터 얼굴기형 어린이를 위해 무료 수술을 하다 1996년 '동그라미회'를 결성, 본격적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얼굴기형 어린이들의 손을 잡았다. 서울대 어린이병원장(2014∼2016년)을 맡으면서 어린이를 위한 화상클리닉도 개설했다. 

3D 초음파의 보급으로 선천성 얼굴기형 환아는 급격히 감소했지만 여전히 김 교수를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정년을 맞는 김석화 교수의 마지막 외래진료를 축하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한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성형외과 의료진들. ⓒ의협신문
정년을 맞는 김석화 교수의 마지막 외래진료를 축하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한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성형외과 의료진들. ⓒ의협신문

"어린이를 진찰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성인에 비해 4∼5배의 인력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성인을 기준으로 정한 보험수가로 인해 어린이병원은 매년 막대한 적자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소아 환자를 진료하면 할수록 적자를 봐야 하는 건강보험수가체계와 의료제도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공공전문진료센터 지정과 어린이병원의 법적 기준을 제시하고, 수가 보존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어린이병원의 적자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 교수는 "당분간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고, 해외 의료봉사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를 옆에서 지켜본 정지혁 서울의대 교수(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성형외과)는 "스승으로서는 조그만 실수도 환자에게 큰 해가 될 수 있다며 더할 나위 없이 무서운 호랑이 같은 분"이라며 "'아는 만큼 보인다'며 늘 공부하길 당부하고, 무지에 대해서는 눈물이 나도록 꾸짖기도 했다"고 말했다. "항상 먼저 후배들을 도와주고 걱정하면서 길을 열고 제시하는 고맙고 따뜻한 선배"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8월 5일 김석화 교수의 외래진료실 입구. 42년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성형외과 외래진료를 마무리했다.
8월 5일 김석화 교수의 외래진료실 입구. 42년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성형외과 외래진료를 마무리했다.

김석화 교수 약력

1978년 서울의대 졸
1987년∼ 서울의대 교수(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성형외과)
1990∼1991년 미국 뉴욕의대 성형재건연구소
2002∼2004년 서울대병원 홍보실장
2008∼2014년 서울대병원 성형외과장·서울의대 주임교수
2014∼2016년  서울대어린이병원장
2006∼2007년 대한의료정보학회 이사장
2008∼2010년 대한성형외과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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