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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 벗은 전공의들…전국 '12000여 명' 집결
가운 벗은 전공의들…전국 '12000여 명' 집결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8.0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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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수 증원에 반발한 젊은 의사 '병원 밖' 행동, 수도권만 '8천여 명'
'일주일 수업·실습 거부' 교실 나온 의대생들 "의료 위해 교육 멈추겠다"
헌혈증 기부 '착한 투쟁'·QR코드 인증·페이스쉴드 착용 등 '방역 철저 집회'
ⓒ의협신문 이정환 기자
ⓒ의협신문 이정환 기자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분노한 전국 전공의들이 병원에서 뛰쳐나왔다. 젊은 의사들은 의사 수 증원·공공의대 신설·첩약급여화 등 정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8월 7일 하루 가운을 벗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주축이 된 전국 전공의 집단행동에 1만 명이 넘는 인원이 동참, 젊은 의사들의 뜨거운 투쟁 열기를 보여줬다.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리는 집회에만 전공의 5000명, 의대생 3000여 명이 집결한 것으로 추산했다.

집회 열기가 더해지면서 생중계에 나선 KMA TV의 트래픽이 과도하게 몰리며 전송 중단 현상까지 발생했다. 이에 진행자가 현장 참석자의 KMA TV 접속 자제를 요청하는 등 집회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가늠케 했다.

젊은 의사들이 반대하는 정책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의료계는 교육환경이나 시스템 등 제대로 된 수련환경도 갖추지 않은 채, 의사 수만 늘리는 정책은 의료비 증가 등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행사를 진행한 관계자는 "솔직히 이정도로 모일 줄 몰랐다. 예상을 뛰어넘었다. 전공의는 잠이 부족하다. 자고 쉬고 싶을텐데 이자리에 이렇게 나와주셨다"며 "정부도 놀랐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국 규모 전공의 단체행동은 7일 오전 7시부터 8일 오전 7시까지 24시간 이어졌다.

여의대로에 도착한 서울·경기·인천 전공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한 줄로 서서 QR코드 인증, 발열 체크, 페이스쉴드 및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지키며 '피켓'을 들고 섰다. 가운, 스크럽복, 활동복 등 근무복 착용 역시 금지했다.

피켓은 '나는 ○○○의사가 되고싶다!', '나는 ○○○한 의료를 원한다!' 등 빈칸을 두고, 자유롭게 문구를 쓸 수 있도록 했다. 빈칸에는 '소신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 '최선 진료가 가능한 의료를 원한다' 등의 문구가 채워졌다.

ⓒ의협신문 이정환기자
ⓒ의협신문 이정환기자

"정부는 4000명 의대 정원 확충과 첩약 급여화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

전공의들은 단체행동 결의문 및 대정부 요구안을 통해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에 대해 전면 재논의를 촉구했다. 더불어 전공의가 포함된 소통 기구 설립 등 의료 정책 수립에 젊은 의사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것을 함께 제안했다.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젊은 의사가 목표로 하는 것과 정부가 목표로 하는 것은 같다.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해 달라"며 "세상의 아픈 곳에서 언제나 묵묵히 버티던 젊은 의사들이 바라는 한 가지는 국민을 생각하는 저희의 생각이 반영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정부 요구안은 ▲의대 정원 확충과 공공 의대 등 전면 재검토 가능성을 포함한 소통 ▲전공의가 포함된 의료정책 수립·시행 관련 전공의-정부 상설소통기구 설립 ▲전공의 수련비용 지원, 지도전문의 내실화, 기피과에 대한 국가 지원 등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요청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한 전공의 관련 법령 개정 등 4가지다.

ⓒ의협신문 이정환기자
ⓒ의협신문 이정환기자

전공의가 환자에 드리는 편지 "오늘이 지나면, 저희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아픈 환자 곁을 밤새 지킬겁니다"

전공의들은 '환자분들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집단행동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한편, 전공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젊은 의사들은 서연주 대전협 부회장이 낭독한 편지를 통해, 엉망인 의료체계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전공의들의 상황을 전하며 제대로 수련받을 수 있는 길을 걷고 싶다고 전했다.

서연주 부회장은 "우리 전공의들에겐 병원이 일터이자 쉼터이고, 환자들이 가족이자 스승이다. 거리로 나가느라 내일은 못 올지도 모르겠다 어렵게 말하던 제게 웃어주던 환자분이 생각난다"면서 "지독한 병마로 뼈만 남은 몸을 일으켜 잘 다녀오라는 인사에, 죄송함이 앞서 눈물을 삼켰다"고 울먹거렸다.

이어 "어제도 여느 때처럼 힘든 하루였다. 당직을 서며 날밤을 꼬박 세웠다. 제때 끼니를 챙겨먹은 것도 가족들 얼굴을 본 것도 언젠지 모르겠다"면서 "환자 곁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실현할 수 있는 떳떳한 의사가 되도록 해달라. 이것이 전국의 1만 6천여명 전공의들이 병원 대신 거리로 나오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오늘이 지나면, 저희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아픈 환자 곁을 밤새 지킬거다. 불꺼진 병원에서 생사의 기로에 선 외로운 환자들과 기꺼이 함께 할 것"이라며 "죄송하고 송구한 마음을 한켠에 둔 채, 이 자리에선 크게 목소리 내겠다. 젊은 의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전했다.

ⓒ의협신문 이정환기자
ⓒ의협신문 이정환기자

정부에도 제대로 된 수련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젊은 의사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키워야 할지, 지방의 병원에는 왜 의사들이 부족한지, 내외산소라 부르는 생명을 다루는 과들이 왜 기피대상이 됐는지, 소명과 사명이라는 의사의 덕목이, 왜 이젠 바보같은 헛된 꿈이 됐는지 정부도, 병원도 관심이 없다"면서  "엉망인 의료체계를 만들어 놓고도, 정부는 아직도 쉬운 길만 찾으려 한다. 제대로 배우고 수련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은 대한민국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숫자만 늘리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무턱대고 급여화 해주는 것이 미덕은 아니다. 국민을 위한다면,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다면, 눈가리고 아웅식의 해법이 아닌, 진짜 해답을 찾아달라"고 요구했다.

ⓒ의협신문 이정환기자
ⓒ의협신문 이정환기자

'일주일 수업·실습 거부' 교실 밖 뛰쳐나온 의대생들 "의료 바로 잡기 위해 교육을 잠시 멈추겠다"

이번 투쟁에는 의대생들의 열띤 참여도 이목을 끌었다. 의대생들은 의료를 바로 잡기 위해 기꺼이 교육을 잠시 멈추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의대생들은 앞선 3일, 대한전공의협의회 파업 일인 8월 7일 금요일부터 대한의사협회 파업 일인 8월 14일 돌아오는 금요일까지 40개 전 단위 수업 및 실습 거부를 진행하고 있다.

조승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장은 "정부가 의료계를 절벽까지 몰아붙여 학생까지 거리로 밀려 나오게 됐다. 이 자리에 모인 만 명에 가까운 여러분들과 의지에 가득 찬 눈빛을 보고 다시금 깨달았다. 오늘은 우리 투쟁의 결과가 아닌 그저 시작일 뿐"이라고 전하며 전공의와 의사 파업 등 투쟁 대열에 적극 참여할 것임을 선언했다.

7일 새벽 2시 반, 의대협이 대한민국을 대표해 세계의대생협회연합 정기총회에 참석했고, 이 자리에서 한국의 현 상황을 역설했다고도 전했다.

조승현 회장은 "우리는 세계로 향했다. 오로지 의료인들의 헌신과 노고에 의해 간신히 버텨지는 기형적 의료전달체계에서 우리 앞에 놓인 것은 포퓰리즘에 젖은 지역 이기주의적 무논리뿐이었다. 이를 외쳤다"며 "발언이 끝나고, 수많은 국가의 대표들이 이렇게 외쳤다. Education Without Populism. 전세계가 집중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교육에 대한 고려 없는 포퓰리즘적 정책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의료가 바로 잡힐 수 있도록 저희는 기꺼이 저희의 교육을 잠시 멈추겠다. 선배님들께 대의가 되는 방법을 함께 배우고 싶다. 부디, 큰 의사가 되는 길을 가르쳐달라. 큰 의사가 되는 길에 함께 해달라"면서 "아직 환자 한 명을 보기 어려운 저희지만 선배님들과 함께 큰 의사로서 국민의 건강을 위해, 올바른 교육을 위해, 미래의 의료를 위해 당당한 목소리를 내고 오겠다"고 선포했다.

ⓒ의협신문 이정환기자
ⓒ의협신문 이정환기자

헌혈 릴레이·SNS 챌린지 투쟁 등 '착한, 젊은 감각' 투쟁 눈길

전공의들은 집회 등 단체행동과 더불어, 파업 시작 시간이었던 오전 7시부터 헌혈릴레이 투쟁과 SNS를 통한 '덕분에 챌린지' 등을 함께 진행했다.

특히, 헌혈 릴레이의 경우 코로나19로 심화된 혈액 수급난 해소에 의료인이 앞장선다는 의미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으로 전공의들의 피가 끓어오른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아 큰 호응을 얻었다.

전공의들은 오전 7시부터 자율적으로 헌혈의 집 등을 방문, 헌혈 인증샷을 잇달아 올렸다. 6일부터 시작된 '성명서' 자필 릴레이도 계속되고 있다.

헌혈 릴레이는 대한의사협회 총 파업 예정일인 14일까지 계속된다. 헌혈증은 병원별로 모아, 백혈병어린이재단 및 각 대학병원으로 기증할 예정이다.

여의대로에서 진행된 전공의, 의대생 집회는 민주당사까지 행진하며 마무리됐다. 전공의들은 이후, 서울특별시의사회관으로 이동, 파업을 예고한 8일 오전 7시까지 밤샘토론을 비공개로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첩약급여화 등을 포함한 의료계 현안을 논의한다.

전공의·의대생들의 단체행동은 지역별 집회 등 전국 주요 시도에서도 이어졌다.

▲서울·경기·인천(여의대로) ▲제주(제주도의사회관) ▲강원(강원도청 앞) ▲대전·충청(대전역 서광장) ▲대구·경북(엑스코) ▲부산·울산·경남(벡스코) ▲광주·전남(김대중컨벤션센터) ▲전북(그랜드힐스턴) 등지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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