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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의료 취약지 왜 발생하나 봤더니...
의료 취약지 왜 발생하나 봤더니...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7.3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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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부족 아닌 의료·교육 환경 등 인프라 열악한 탓
민간의료 지원·적정 보수·후송체계 강화 등 지원대책 필요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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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취약지로 지정된 시·군·구 의사회 절반 이상이 의료취약지로 지정된 사실도 몰랐으며 지정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같은 설문에서 해당 지역 의료 인력 71%가 타지역에 거주하며 타지역 거주 이유 1위로 '자녀 교육'을 꼽았다는 답변 결과도 나왔다. 의료계는 해당 설문을 토대로 취약지역 원인 분석 및 지정 기준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공공의대 신설 주요 근거 중 하나로 '의료취약지 개선'을 꼽는다. 하지만 해당 설문 결과를 볼 때, 의료취약지 선정 기준과 현황 파악, 문제 원인 분석부터 잘못됐다는 것이 의료계의 판단이다.

대한의사협회는 7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지정한 의료 취약지역에 있는 시·군·구의사회를 대상으로 실태 파악 설문조사 결과를 밝혔다.

의협은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의 의료 및 주거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의료 취약지 제도가 겉돌고 있다"며 "의료기관 및 의료 인력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강화 등 근본 원인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설문조사는 정부가 지정한 응급의료, 소아청소년과, 분만 의료취약지역 소재 99개 시·군·구의사회를 대상으로,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10일까지 실시됐다. 36개 시·군·구의사회가 설문에 참여했다.

설문 결과, 의료 취약지역에 근무하는 의료 인력 71%가 의료기관이 있는 근무 지역이 아닌 다른 시·도나 시·군·구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 지역 거주 이유로는 자녀 등에 대한 교육(73%)이 1위로, 거주 여건(15%) 문제가 2위로 꼽혔다. 근무 지역과 거주 지역과의 거리가 30km 이상 되는 비율은 62%에 달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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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취약지가 생기는 원인에 대해서는 "의료기관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답이 31%로 가장 많았다. "지역 인구가 부족하기 때문(21%)", "의료기관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18%)"이라는 답이 다음을 이었다.

의료 취약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묻자, 의료기관의 정상적 운영을 위한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민간 의료기관 경영을 위한 보상 기전 마련"을 꼽은 곳이 43%였고, 이어 "의료 인력에 적정 보수 제공(27%)", "지역 주민에 대한 이동 서비스 지원 등 후송 체계 강화(18%)", "의료 인력의 자기 계발 기회 및 교육 제공(9%)" 순으로 많이 답했다.

소속 지역에 국공립의료기관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94%가 "있다"고 답했지만 "해당 국공립의료기관이 응급환자, 소아 청소년환자 및 분만환자를 진료할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냐"는 질문에 65%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의료 취약지 사업(응급의료, 소아청소년과 및 분만 환자 진료)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89%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의협은 해당 결과를 토대로 "의료 취약 지역의 교육 및 거주 여건 등 생활 인프라가 다소 열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의료 취약지 제도와 의료 취약지역의 민간 및 공공 인프라에 대해서도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석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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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의료취약지 지정 시·군·구 의사회 절반 이상은 소속 지역이 의료취약지로 지정된 사실도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군·구의사회 61%기 소속 지역이 의료취약지로 지정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답한 것. 심지어 의료 취약지로 지정된 것에 58%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의료 취약지 선정 기준을 모르고 있다는 답은 무려 81%에 달했다.

동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료 취약지 분야(응급, 소아, 분만)를 잘못 지정했기 때문"이라는 답이 50%로 가장 많았고, "의료 취약지 지정 기준이 불합리하기 때문"이라는 답(27%)이 다음 순서로 많았다.

의협은 "해당 수치는 민간 의료기관의 자율적 참여가 필요한 의료 취약지 제도가 정부 주도적으로만 시행돼 겉돌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의료 취약지 지정 기준이 실제 지역 여건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의료 취약지 지정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금번 설문조사 결과는 지역별 의료서비스 격차 발생이 의료인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문제는 의료 및 교육 환경 등 의료 취약 지역의 기본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부의 지원 부족이다. 이는 결국, 의료 격차는 지역별·종별·전문과목별 의료인력 배치의 불균형에서 야기되고 있다는 의료계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 취약지 제도는 정부의 일방적 의사 증원 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 이에, 의료 인력에 대한 명확한 추계나 의료인력 배치 불균형의 근본 원인에 대한 개선 없이는 일방적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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