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8 14:44 (목)
'의대 정원 확대'에 의료계 입 모아 "실패할 정책"

'의대 정원 확대'에 의료계 입 모아 "실패할 정책"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7.27 17:50
  • 댓글 3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공백? '의료수가·지역 불균형'가 원인…인구절벽 속 의사 부족 주장은 '억지'
의학회·병원의사협의회·산부인과의사회·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등 성명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여당과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당정이 23일 국회에서 '의대 정원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을 협의한 데 대해 의료계가 연일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입을 모아 해당 정책으로는 지역 의료공백이나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을 막아낼 수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역 의료공백과 특수 분야 의사 부족 문제 등은 기본적인 의료수가의 저하 및 불균형, 아직도 충분히 해결되고 있지 못한 지역 간 사회적 불균형 등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대한의학회 "의사 증원 위해선 이득과 부작용 반드시 수반…비교 뒷받침돼야!"

대한의학회는 27일 성명을 통해 '의사 수'가 문제였다면, 지난 십여 년간에 걸쳐 매년 3천여 명의 의사가 배출되고 있어, 이미 많은 문제가 해결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의학회는 "의사 증원을 위해선 이득과 부작용이 반드시 수반되므로 이를 기본적으로 비교해야 한다"며 "이때, 빠르게 예상되는 인구절벽의 문제, 4차산업혁명으로 예상되는 의사 역할의 재조정 등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의사 증원 정책에 이러한 비교가 얼마나 뒷받침돼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에서 향후 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의사 증원 근거로 든 것에 대해서도 "현재 우리나라의 방역은 K방역이라는 이름하에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상태"라며 "만약 의사의 수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면 이러한 성과를 거둘 수 없었을 것이다. 해당 논리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의학회는 "공공의료 확충의 기본은 국가의 시스템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며 "천문학적인 국가 재원이 투입되는 공공의대의 설립을 추진하기에 앞서, 기피 지역과 기피 과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의학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전문가 단체와 협의 없는 의사 증원 정책, 실패한 의사 수급 정책 전철 밟을 것"

대한병원의사협의회도 27일 성명에서 각종 보건의료 관련 OECD 통계에서 대부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던 의료 선진국들의 실패를 언급하며 "단순히 의사 및 의료 인력의 숫자, 의료 자원의 숫자, 의료비 지출액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해줬다"고 평가했다.

각종 통계에서 나타나는 숫자보다 인력과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 및 활용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병원의사협의회는 "보건의료 시스템과 정책의 핵심은 효율성, 안전성, 유연성에 있고, 이를 얼마나 잘 구현할 수 있느냐에 국민 건강과 국가 보건 정책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제언했다.

과거 지방 의대 신설 정책과 의학전문대학원 제도 역시 부작용만 심화시킨 결과를 가져왔음을 분명히 했다.

많은 지방 의대 신설 정책이 낙후된 지역 의료 인프라를 향상시키고,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부실의대만을 양산한 채, 의료 인력 및 인프라의 수도권 집중화만 더욱 심화시켰다.

의학전문대학원 제도 역시 부족한 기초의학 인재를 양성하고,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인재들을 의사로 육성해 임상과 및 특정 인기 과에 인재들이 몰리는 현상을 막고자 도입됐다.

하지만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임상과 및 특정 인기 과에 지원이 몰리는 현상은 바뀌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재계 권력층 자제들의 의사 만들기 도구로 전락하면서 완전히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았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위 사례에서 보듯, 의사 및 의료 인력 수급 정책은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해당 전문가 단체와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러한 과정 없이 막무가내로 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앞서 실패한 의사 수급 정책들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저출산 심화·인구절벽 코앞…의사 수 부족 주장은 억지!"

개원가의 반대 성명 역시 계속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이충훈)는 27일 성명에서 저출산이 심해, 인구절벽이 코앞인 상황에서 의사 수가 모자란다는 주장은 억지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세우는 OECD 자료를 근거로 한다면, OECD 최저 분만 수가로 인해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 현장을 떠나고 있는 현실을 똑바로 보라는 일침도 가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2020년 분만 취약지는 전국적으로 33개 지방자치단체에 이른다. 산부인과 의사가 부족해 분만 취약지가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이는 원가 이하의 분만 수가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방치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농어촌 지역의 가임기 여성의 감소로 인해, 저출산으로 분만 건수의 감소를 보상하는 분만수가의 인상 없이는 분만실을 운영할 수 없다는 호소도 이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지방 의사 부족 문제는 의과대학 증원이 아니라 건강보험 부과체계에 지역 수가 가산제를 시행한다면 해결될 수 있다"며 "지역의료 강화 대책으로는 의과대학 증원이 아니라 의료 취약지 보험수가 가산과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 필수의료 영역에 정책 가산 강화와 응급·중증소아·외상·감염 등 건강보험 수가 개선과 농어촌 등 필수의료 취약지에는 지역 가산을 즉시 시행한다면 해결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소리를 높였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혼란을 악용해 졸속적 정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며 "단순히 산술적인 통계만으로 의사가 부족하다는 근거를 내세우며 신중한 검토 없이 의사인력을  함부로 확대하려 든다면, 결국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해 보건의료의 질적 하락과 의료체제의 대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눈앞에 훤히 보이는 악 결과를 애써 외면한 채 무리한 정책을 강행하려는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대한의사협회가 추진하는 강력한 투쟁에 적극 동참해 행동으로 결사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