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19 15:07 (화)
한의학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한의학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7.26 19:57
  • 댓글 6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7월 17일 대한한의사협회의 보도자료에 흥미로운 내용이 담겼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과 함께 한의약의 현대화·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라는 제목에 내용 중에는 의약계의 비판에 대한 "한의약의 과학화와 현대화에 대한 맹목적인 반대"라는 표현도 들어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한의학이 비과학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졌으며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상식을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최고 권위의 과학저널 <Nature>는 작년에 WHO가 ICD(국제질병분류)에 한의학을 포함시키기로 결정하자 사설에서 한의학에 대해 "경락과 기라는 근거 없는 이론", "비과학적 행위와 근거 없는 철학", "적절한 검증을 거치지 않았고 해로울 수도 있는 의학"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1961년에도 언급되던 한의학 과학화가 첩약급여화를 한다고 2021년부터 될 리가 없다는 사실을 한의사들도 알 것이다. 그들의 진심은 작년 7월 24일 한의신문 보도에서 발견할 수 있다. 첩약급여화 찬성파 한의사들의 홍보현장 사진에 "정관장 보고있냐? 다 죽었쓰!!", "치과는 임플란트 대박, 안과는 백내장 대박, 우리도 대박 좀 해봅시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첩약급여화를 정부가 강행할 의지를 굽히지 않자 건강보험에서 한방을 분리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그런데 첩약만이 아니라 한의학을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일이 타당한지, 한의사의 진료행위를 비롯해 침·뜸·부항·추나 등 한방 치료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한방 치료를 건강보험에서 축출 또는 축소시키자는 주장이 극단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데, 우리의 제도가 극단에 치우쳐있어서 객관적 시각을 갖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2015년 <한의학 서비스 보험급여 합리화 방안> 보고서를 보면 건강보험에서 한방 비중이 우리보다 높은 나라는 전세계에서 중국뿐이다. 일본은 침·뜸·부항 치료비를 보장하지 않고, 대만은 입원환자에 대한 한방 치료를 보장하지 않는 등 우리보다 범위가 좁다. 

전세계적으로 한의학이 대우받지 못하는 이유는 한의학이 보급된 나라가 드물어서가 아니다. 수십 년 전부터 중국의 중의사들이 세계에 진출해 활동해왔다. 한의학 대학과 침술사(acupuncturist) 면허 제도를 가진 나라들도 있다. 미국은 공공보험에서 침술을 극히 제한적으로 보장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체요법인 카이로프랙틱과 비교해도 미미한 수준이다.

중국에서는 한의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일대일로에 포함시켜 외화벌이 수단으로도 육성하고, 자국민에 대한 코로나19 치료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의사들과 공무원들은 중국의 행태를 따르자고 주장하지만 <Nature>, <Science> 같은 권위 있는 과학저널이나 New York Times, Guardian, CNN 같은 주요 언론사들은 한의학과 중국의 한의학 정책을 줄곧 비판한다. 한의학은 중국이 국격을 깎아먹는 요소 중 하나인데, 우리나라의 한의학은 외국에서 관심이 없어서 아직 국격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 같다.

지난 5월 중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한약제제 연화청온이 코로나19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고 안전해서 사용을 고려할만하다는 결론의 임상시험 논문이 국제학술지에 실렸다. 중국의 한의학 임상시험은 믿을 것이 못 된다는 사실이 알려져서인지 학계나 다른 나라들은 무시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미국 FDA는 7월 7일에 연화청온 등 한약을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며 판매한 업체들에게 경고서한을 발송했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한약·뜸·부항은 말할 것도 없고, 수십 년간 여러 나라에서 임상시험이 실시된 침 치료도 근거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효과를 봤다고 증언할 사람들이 줄을 섰지만, 피부를 관통하지 않거나 경혈이 아닌 곳을 찌르는 가짜침 대조군과 비교한 임상시험을 해보면 대조군에 비해 우월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일부 증상에 도움이 되기는 하는데 플라시보 이상의 진정한 효과가 있는지는 불분명해서 2018년 BMJ에는 '통증' 환자에게 침 치료를 권하는 게 정당한지 찬반 입장의 전문가들 의견이 나란히 실렸다. 통증은 침술의 효과가 가장 인정받는 영역이라는 점도 주목하자.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한의학의 거의 대부분은 건강보험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 제대로 된 근거는 빈약하면서 효과에 대한 개인적 증언이 가득한 대체요법이나 전래요법은 한의학 말고도 많다. 왜 중국인의 선조들로부터 전래된 한의학에만 특혜를 주어야 하는가? 

어떤 한의사들은 한의학이 질병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환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져 좋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양하게 주어진 엉터리 관점과 효과 없는 치료법은 환자의 재산을 갉아먹으며 고통을 지속시킬 뿐이다. 

건강보험은 국민에게 최선의 치료와 혜택을 제공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 한의사에 대한 배려나 평등 같은 정치적 문제가 아닌 건강보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