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같은 다국적사 CP, 빅5 병원에도 적용할까?
'하늘' 같은 다국적사 CP, 빅5 병원에도 적용할까?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20.08.0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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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외 리베이트 의혹…삼성·서울대·아산 등 병원 연루
다국적사 "의약품 제공이 우선"…고무줄 잣대?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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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제약사는 본사의 CP(Compliance Program)를 철저하게 지킨다. 이 과정에서 해당 회사와 관계된 고객(의사·약사 등)이나 업체들이 피해를 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다국적제약사의 입장은 "본사 CP 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그 절대 기준인 CP를 적용해야 하는 대상이 빅5에 속하는 대형병원이라면 어떨까.

최근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JW중외제약이 자사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의료진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본사 등에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연루 의사가 600명에 달하며 규모는 2016년부터 400억원에 달한다는 의혹이다.

연루 의사의 규모로 봤을 때 의국 차원의 관행식 리베이트일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병원도 책임을 피해 가기 어렵다. 문제는 해당 병원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초대형 병원이 포함돼 있다는 데 있다.

많은 다국적제약사는 리베이트 등 불법에 연루된 업체와 거래를 일정 기간 끊어야 한다는 CP를 갖고 있다. 만약 병원 차원의 책임이 확인된다면 다국적제약사는 기존 방식대로 CP를 철저하게 적용할 수 있을까.

21일 <의협신문>은 다수의 다국적제약사의 한국지사 법무팀을 통해 해당 사안에 대해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엇비슷했다.

A 다국적제약사는 "벌어지지 않은 상황에 대해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빅5와 거래를 끊는 것은 제약사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다"며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좋은 의약품을 공급해야 하는 제약사의 궁극적인 목적을 고려해 CP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B 다국적제약사 또한 "환자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며 "의사의 개인적인 리베이트 문제라면 모르겠지만, 대형병원 전체에 대한 거래정지 가능성은 작다.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답했다.

C 다국적제약사는 "결과가 나온 뒤 CP를 면밀히 살펴야겠지만, 대형병원 환자에게 의약품 공급이 끊기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다국적제약사들은 입 모아 CP의 유연한 적용을 답했다. 본사의 CP를 법으로 여기던 그간의 사례와는 다른 반응이다.

지난해 한국MSD는 의사들의 식사자리에서 나온 사적인 대화를 기록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직원들의 CP 준수를 감시하기 위한 외부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불거진 일이다.

보도가 나오면서 의사들의 사생활 침해 논란까지 일었다.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한국MSD는 개선을 약속했지만, 정작 외부모니터링 대상이 되는 스몰미팅의 범위까지 확대하고 있다.

보도에 대해 한국MSD 측은 본사 차원의 규정이라 프로그램 운용을 멈출 수 없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홍보 에이전시들도 다국적제약사의 철저한 CP 준수의 피해자가 되곤 한다.

여러 다국적제약사는 계약 가능한 에이전시의 규모와 직원 관리체계, 시스템이 정해져 있다. 본사 CP에 계약 업체의 조건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를 갖추기 위한 부담은 고스란히 에이전시가 안고 있다. 본사 CP 상 해당 다국적제약사와 계약을 하고 싶으면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일부 다국적제약사는 CP 준수를 위한 것이라며 에이전시에 회계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계약을 요구한다. 실제로 문제가 발생하자 에이전시의 10년 치 회계를 들여다보겠다고 엄포를 놓는 상황도 있었다. 어쩌면 모든 문제를 에이전시로 떠넘기는 식의 대응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국·내외 제약업계는 CP를 계속해서 강화하는 추세다. 부적절한 위험 부담을 줄이고 투명한 의약품 공급을 이뤄나가겠다는 방향이다. 방향성에 대한 문제는 관련 업계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다국적제약사의 CP가 자칫 초대형병원에는 적용되지 않고 의사 개인이나 에이전시에게는 철저히 지키는 이중잣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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