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 의사가 꼽은 '惡 of 惡'…'4대악' worst 정책은?
[설문] 의사가 꼽은 '惡 of 惡'…'4대악' worst 정책은?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7.2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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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에 부정적 영향 미칠 정책 1위 '첩약 급여화' 꼽혀
의협 명명 '4대악 의료정책' 모두에 '부정적 영향' 평가 96%↑
그래픽·일러스트/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일러스트/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첩약 급여화'가 1순위로 꼽힌 설문조사가 나왔다. 대한의사협회가 꼽은 '4대악 의료정책' 중, 의사 회원들이 '첩약 급여화'가 의료계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평가한 조사 결과가 나온 것.

대한의사협회는 15일부터 21일까지 7일간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4대악'으로 명명한 각 정책과 관련, 해당 정책이 의료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회원들의 생각을 물었다. 의사 회원 96% 이상은 모든 정책에 '의료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했다.

총 2만 6809명의 의사회원이 참여, 전국의사 4명 중 1명이 설문에 동참하면서 '4대악 의료정책'에 대한 의사회원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의협이 '악'이라 규정한 정책은 ▲한방 첩약 급여화 ▲의대 정원 4천 명 증원 ▲공공의대 신설 ▲원격의료 등이다.

의사 84.9%는 이 중 '첩약 급여화'가 의료계에 미칠 영향이 '매우 부정적'일 것이라 평가했다. '대체로 부정적·부정적'이란 답변까지 합하면 99.1%가 첩약 급여화에 부정적 의견을 갖고 있단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결과는 최근 의료계와 약계, 심지어 한의계 일부에서도 복지부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강행에 반대 입장을 내고 있는 것과 맥을 함께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7일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약사회·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등 직역 대표단체와 대한의학회·대한민국의학한림원·대한약학회 등 의·약학계는 '과학적 검증 없는 첩약 급여화 반대 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첩약 급여화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의료계를 넘어 병원계와 약계, 학계에 이르기까지 특정 이슈를 놓고 한목소리를 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의협 설문조사 결과는 의료계 내부 역시 통일된 목소리로 '첩약 급여화' 문제를 심각한 사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로 바라볼 수 있다.

특히,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높았던 근무 형태가 △군의관(91.7%) △전공의(89.2%) △공보의(86.1%) 순으로 나타나, 젊은 의사들의 반대 입장이 더욱 극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계는 "과학적 검증이 없는, 급여화 원칙이 무시된 첩약 급여화는 국민의 건강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며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시범사업 추진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의사가 의료계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평가한 '의료 악법' 2위에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98.5%)'이, 3위에 '공공의대 신설(97.4%)'이 연이어 꼽혔다.

정부는 두 정책 추진 이유로 '코로나19 사태로 의사 부족 문제가 부각됐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의대 입학정원을 2022년도부터 400명씩 증원해, 10년간 의사 4000명을 추가 양성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언론 보도되면서 의료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의료계는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과 관련, 각 지역·직역을 불문하고 반대 성명을 쏟아내며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의사 수 부족 근거로 정부가 내세우는 'OECD 국가 간 의사 수 비교'는 단순 산술에 불과하며 의사 근무시간·의사 밀도·인구감소·활동 의사 증가율 등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 의사 수 부족 주장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의료계의 분석이다.

김대하 홍보이사 역시 22일 "특정 분야에 대한 의사 부족 현상은 의사 절대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해당 분야에 우수한 의사가 지원할 제도적 유인책이 없기 때문"이라며 "무작정 의사 수를 늘리거나 특정 업무를 강제화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며 의대 증원 계획을 비판했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4월 이슈브리핑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3.0%이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 2.5%보다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 연평균 인구증가율은 0.49%. 이를 감안한다면 2028년 OECD 평균치를 추월한다는 보고도 있다.

이외 의료계는 △의학교육의 질 저하에 따른 의료 질 저하 △지역 간 의료 격차 심화 △의료 과수요·과도경쟁으로 인한 의료제도 왜곡 등을 우려하며 의대 정원 확대·공공의대 신설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가장 뒷순위로 꼽힌 정책은 '비대면 진료·원격의료'다. 4순위로 꼽혔지만, 원격의료에 대한 부정적 의견 역시 총 '96.4%'로, 높은 '반대'를 끌어냈다.

특히 '첩약 급여화'에서도 '매우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가장 높았던 △군의관(77.2%) △공보의(74.4%) △전공의(73.4%)가 '원격의료'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가 거센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전공의의 경우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1.8%로 가장 낮았다.

반면, 비교적 부정적 의견이 약했던 근무 형태는 교수(매우 부정적 49.1%, 대체로 부정적 19.3%)로 나타났다. 교수 직군은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답변 역시 9.7%를 기록, 타 직군에 비해 다소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근무 형태별로 약간의 차이를 보였을 뿐, 설문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절대다수를 이뤘다.

의료계는 비대면·원격의료 정책이 문진, 청진, 시진, 촉진, 타진 등 진료의 기본을 제대로 못하게 해, 결국 의학의 근본을 흔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비대면 진료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는 게 의료계의 주된 지적이다. 실제, 의료인들은 환자를 진료하면서 비대면 진료, 원격의료 상황에서는 놓칠 수 있는 질환들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의료계는 코로나19 등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의 비대면 진료는 더욱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의협은 "코로나19는 증상만으로 다른 감염성 질환과 구분이 불가하다. 의심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확진 검사를 받는 것이 최선"이라며 "증상을 확인하는 정도의 원격 상담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조기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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