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처방전 발행 의사 형사는 유죄, 행정소송은 승소...서로 다른 판결?
전화 처방전 발행 의사 형사는 유죄, 행정소송은 승소...서로 다른 판결?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7.21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전고법 파기환송심,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인정한 원심 판결 취소
"전화로 처방전 작성·교부 지시했다고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환자에게 전에 처방받은 내용과 동일하게 처방해 주세요"라고 전화로 간호조무사에게 처방전 발행을 지시해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가 기나긴 재판 끝에 최종 승소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개원하고 있는 A의사는 의료기관 밖에서 전화로 간호조무사에게 종전에 진찰을 받고 처방전을 받급받았던 환자에 대해 "전에 처방받은 내용 그대로 처방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간호조무사가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행한 사건에 대해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의사면허 자격정지 2개월 10일 처분을 내렸다.

자신이 부재중에 간호조무사에게 원외처방전을 발행하게 하고, 이후 자신이 원외처방내역 등을 진료기록부에 기재하며 실제 실시하지 않은 진찰료 등을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했다는 이유.

A의사는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대전지방법원), 2심(대전고등법원) 재판부는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같은 사건에 대해 형사재판에서 벌금형 등이 확정된 것을 고려하면, 간호조무사가 처방전을 교부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

또 A의사가 간호조무사에게 지시한 사항은 '전에 처방받은 내용과 동일하게 처방하라'는 것일 뿐, A의사가 환자별로 처방할 약의 종류와 양을 특정하는 등 세부적인 지시를 한 것으로 보지 않았다.

A의사는 대법원에까지 상고한 결과, 억울함을 풀 수 있게 됐다.

대법원에서는 의사인 원고가 전화로 지시해 간호조무사에게 원외처방전을 발행하게 한 행위가 의료법이 금지하는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행위'(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지난 1월 9일 "원심은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이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으나, 의사가 '전에 처방받은 내용과 동일하게 처방하라'고 지시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방전 기재 내용은 특정됐고, 그 처방전의 내용은 간호조무사가 아니라 의사인 원고가 결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설령 원고가 환자들과 직접 통화해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간호조무사에게 처방전 작성·교부를 지시했더라도, 간호조무사가 처방전의 내용을 결정했다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라고 봤다.

즉, 의사가 처방전의 내용을 결정해 작성·교부를 지시한 이상,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

대법원은 "원심은 원고가 간호조무사에게 지시한 것은 처방전 작성·교부를 위한 세부적인 지시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라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고 대전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파기환송 법원(대전고등법원)은 7월 17일 의사의 면허 자격정지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1심판결을 취소하고, 보건복지부가 A의사에게 한 의사면허 자격정지 2개월 10일 처분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처방전 내용은 간호조무사가 아니라 의사인 원고가 결정한 것으로 봐야 하고, 의사가 처방전의 내용을 결정해 작성·교부를 지시한 이상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간호조무사가 처방전을 작성·교부했다는 것을 전제로 '진료기록부에 거짓으로 기재했다'는 처분사유도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