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강변에서
진눈깨비 흩날리는
인적 드문 벤치 위에
버려진 신발 한 짝
비에 젖고 있네
그 잔해 위에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너는 어디서 왔는가
신발의 주인처럼
작은 새는 잠깐 머물다 가고
무릎까지 물에 잠긴 채
떨어진 갓끝, 도포 자락 흩날리며
우우! 흔들리는
나는 갈대
쉼 없이 달려오는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돌아서서 이제는
아득히 멀어지는 강물을 바라보네
눈이라도 펑펑 내리면 좋으련만…
무슨 말 못할 사연인가
하늘은
무채색 물감만 줄줄 흘리고 있네
▶ 인제대 명예교수(흉부외과)/온천 사랑의요양병원장/<미네르바>(2006) 등단/시집 <때론 너무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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