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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이면 무조건 급여비 전액 환수…대법원 판단은?
사무장병원이면 무조건 급여비 전액 환수…대법원 판단은?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7.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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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부당이득징수처분 대상 맞지만 개별 사정 고려 재량권 행사해야" 판단
'의료생협·비의료인 3명 각각 급여비 전액 환수 결정' 인정한 원심판결 파기환송
ⓒ의협신문
ⓒ의협신문

비의료인이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 명의를 빌려 요양병원을 공동으로 개설·운영하다가 적발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처분을 받은 사안에서 대법원이 재량권을 고려하지 않은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7월 9일 의료생협과 비의료인 3명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냈다.

건보공단은 비의료인 3명이 의료생협의 명의를 빌려 요양병원을 공동으로 개설·운영하면서, 의사가 실제 하지도 않은 진료행위를 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이유로 개설 명의자인 '의료생협' 및 실질 개설자인 '비의료인 3명'에 대해 각각 요양급여비용 전액 징수처분을 했다.

1심 법원(광주지방법원)은 건보공단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고, 2심 법원(광주고등법원)도 원고(의료생협 및 비의료인 3명)의 항소를 기각했다.

원심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 제2항에 따른 부당이득징수 처분은 재량행위라고 하면서도, 전액 징수가 원칙이기 때문에 개설 명의자인 의료생협 및 실질 개설자인 비의료인 3명 각각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전액 징수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개설 명의자와 비의료인 개설자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얻은 이익의 정도 등과 같은 개별·구체적인 사정을 심리하지 않은 채 각각에 대한 전액 징수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비례의 원칙,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의료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 내용(자격을 갖춘 의료인이 요양급여를 시행하였는지 여부, 요양급여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 적절한 수준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이를 초과하여 소위 과잉진료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 ▲요양급여비용의 액수 ▲의료기관 개설·운영 과정에서의 비의료인 개설자와 개설 명의자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의료기관 운영성과의 귀속 여부 ▲비의료인 개설자와 개설 명의자가 얻은 이익의 정도 ▲그 밖에 조사에 대한 협조 여부 등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의료기관의 개설 명의자나 비의료인 개설자를 상대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하는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비례의 원칙에 위배돼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이번 판결에 앞서 대법원은 2015두39996판결(2020년 6월 4일 선고)에서 국민건강보험법의 각 규정의 내용, 체재와 입법 취지, 부당이득 징수의 법적 성질 등을 고려할 때,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 제2항이 정한 부당이득징수는 재량행위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 바 있다.

즉, 부당이득징수를 할 때 무조건 요양급여비용을 전액 환수 처분하는 것이 아니라, 재량에 맞게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것.

대법원은 건보공단의 부당이득징수 처분이 재량행위냐 아니냐에 대한 기준이 된 2015두39996 판결에서 "비의료인이 개설한 '사무장병원'이 부당하게 받은 요양급여비용을 병원에 고용된 의사에게 전액을 물도록 한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용 전액 징수 처분은 월급만 받는 신분에 있는 개설자에게 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제재 처분이 과중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비의료인에 의해 개설된 사무장병원일지라도 병원장으로 고용된 의사가 얻은 이익의 정도를 고려해 환수 금액을 적절하게 정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반면, 대법원은 2018두37250 판결(2020년 6월 11일 선고)에서는 사무장병원의 실질 개설자(사무장)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전액 징수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의료생협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한 자(비의료인)에 대해 건보공단이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환수한 것은 적법하다고 본 것.

의료기관 개설·운영 과정에서 비의료인 개설자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의료기관 운영에 따른 이익과 손실이 비의료인 개설자에게 귀속된 것이 분명해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하는 것은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다시 말해, 대법원은 비의료인 개설자에게 의료기관 운영에 따른 이익이 직접 연관돼 있는지, 명의만 빌려준 의료인 및 의료생협이 실질적 이익과 관련이 있는지 등을 고려해 재량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판례를 굳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 "2018두44838 판결, 2018두45190 판결의 사안에서는 비의료인 3명이 지분 투자를 해 해당 요양병원을 공동 운영하는 등의 개별·구체적 사정이 있어,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판단에서 고려해야 할 사정이 다르다"고 밝혔다.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판단은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으로, 앞으로 하급심법원은 사무장병원 관련 사건에서 대법원 판례에 근거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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