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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한 피부병 약 마시고 치매환자 사망…간호사 '금고형'
방치한 피부병 약 마시고 치매환자 사망…간호사 '금고형'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7.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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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간호사가 신경독성 약품 별도 시설에 보관하지 않은 과실 인정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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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병 치료제를 병실에 보관하다 치매 환자가 음료로 착각해 마시면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 법원이 요양병원 간호사에게 과실을 물어 금고형을 선고했다.

울산지방법원은 지난 6월 5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수간호사 A씨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경상남도 한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A씨는 2017년 7월 20일 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 B씨가 입원할 때 피부병인 옴 치료제인 '린단 로션'과 '라벨리아 로션'을 B씨 보호자로부터 전달받았다.

그러나 이 약물을 특별히 보관하지 않고 병실에 방치했다가 B씨가 음료수로 착각해 마신 후 약물중독으로 같은 달 27일 사망하게 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린단 로션은 신경독을 포함하고 있어 음용 시 신경계통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약품이다.

의사, 간호사 등의 의료인에게는 치매 등으로 인지능력이 저하된 환자들이 약물 등과 음식물을 구별하지 못해 음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약품은 간호사실 내 의약품 보관실에 보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검찰은 "A씨는 보호자로부터 전달받은 로션들을 B씨의 병실에 방치한 과실이 있으며, 이런 업무상 과실로 환자가 약물중독으로 인해 사망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 측은 "린단 로션을 방치한 과실은 있으나, B씨가 린단 로션을 마셨는지가 불분명한 점, 실제로 린단 로션을 마셔 C대학병원 응급실로 전원 됐더라도 이후 의식 상태가 호전돼 일반병실로 이동했다가 사망한 점, 그리고 다른 요양병원에서 린단 로션 복용법을 지키지 않은 과실이 B씨의 사망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 B씨의 부검 결과 신체에서 린단 로션의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의 과실과 B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이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의 보호자는 린단 로션과 다른 요양병원으로부터 받은 린단 로션 사용법이 적힌 메모지를 A씨에게 건네줬고, A씨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같은 날 정상적으로 퇴근했다.

또 A씨가 퇴근한 후 그날 저녁 간호조무사가 B씨의 병실을 방문했을 때 B씨가 뚜껑이 열린 라벨리아 로션 약통을 들고 있는 것을 발견했고, 피해자의 입 주위에 하얀 액체가 묻어 있었으며, 그 주변에 뚜껑이 개봉된 상태에 있는 린단 로션 약통도 있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요양병원 약물 보관지침에 의하면, 약품은 정확하게 라벨링을 해 정해진 약장이나 장소에 보관하고, 고위험군 약품은 다른 약품과 분리해 '고위험군 약품' 표시를 해 보관해야 함에도 A씨는 약물 관리 업무를 위반해 병실에 방치한 과실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치매 증상으로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B씨는 린단 로션을 음료수로 오인해 마셨고, 그 결과 의식을 잃고 경련 증세를 보여 C대학병원으로 전원 돼 치료를 받던 중 사망에 이르게 됐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의 과실이 있고, 여러 정황에 비춰볼 때 B씨가 린단 로션을 음료수로 착각하고 마신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

재판부는 "C대학병원 의사가 경련 및 의식 저하 증세는 린단 로션 중독 증세로 볼 수 있다며 사망진단서에 약물중독을 사인으로 기재한 점을 종합하면, B씨의 사인이 린단 로션 중독에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위험한 약품을 방치한 과실로 B씨가 사망하는 중한 결과가 발생해 죄질이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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