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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나보타' 수입금지 결정 내렸지만…
미국, '나보타' 수입금지 결정 내렸지만…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0.07.0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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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예비판결 '영업비밀 침해' 인정
대웅제약 "권고사항일 뿐…균주 도용 명백한 오판"
11월 ITC 최종 판결 불복 땐 연방법원 항소할 듯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첫 판단은 메디톡스였다.

ITC는 7일 앨러간·메디톡스가 에볼루스·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보툴리눔톡신 제품 영업상 비밀 침해 소송 예비판정에서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10년간 대웅제약 나보타의 수입을 금지한다'는 주문을 냈다.

예비판정이 한 차례 미뤄지면서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메디톡스 제품에 대한 허가취소 처분이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졌지만, 미국 내 산업 보호를 근간으로하는 ITC 판단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번 예비판정 결과는 오는 11월 6일로 예정된 최종판결에서 확정된다. ITC 최종판결이 끝은 아니다. 판결에 불복할 경우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대웅제약은 예비판정 전부터 자사에 불리한 판단이 최종판결까지 이어지면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ITC 예비판정이 최종판결에서 뒤집힌 경우는 드물지만, 이번 균주 도용 논란으로 시작된 이번 소송이 실체적인 접근보다는 미국 내 산업 보호에 중점을 두고 판단이 이뤄졌다는 판단이다.

ITC는 미국이 자국 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대통령 직속 준사법적 연방 기관이다. 미국 기업이 해외 기업으로부터 미국 내 사업 활동에 방해를 받는 행위가 있을 때 미국 행정부에 조사를 요청해 수입금지 조치, 관세율 인상, 수입허가서 발급 정지 등의 조치를 대통령에게 권고한다.

문제는 이 소송의 출발점이 된 균주 도용 논란이다. 2006년 메디톡스가 '메디톡신'을 출시한 이후 대웅제약은 2014년 나보타로 국내 시장 진입을 알렸다. 글로벌 진출을 모색한 두 회사는 메디톡스가 2013년 미국 앨러간과 액상형 보툴리눔톡신 '이노톡스'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으며, 대웅제약은 국내 출시 전 미국 애볼루스와 현지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2016년 메디톡스는 대웅제약 나보타의 균주 출처 의혹을 제기하며 각종 소송을 제기했다. 이듬해 메디톡스는 나보타 임상이 진행중인던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지방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균주 도용 관련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균주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메디톡스의 미국에서의 두 시도는 일단 무산된 상황이다. 미국 지방법원은 한국 회사간 문제를 다루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2018년 4월 소송부적합 결정을 내렸다. FDA 역시 지난해 2월 '허위성을 의심할만한 부정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현재는 한국에서의 민사소송만 진행 중이다.

FDA 결정 이후 메디톡스는 이번엔 미국 측 파트너인 엘러간과 함께 대웅제약·에볼루스를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제조기술 도용 주장과 관할권·영업비밀 인정은 명백한 오판"이라며 "ITC 판단 여부는 수입금지 여부에만 한정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문에는 예상보다 긴 수입금지 기간이 담겼지만, 예비판정은 권고사항일 뿐이라는 인식이다. 또 ITC 최종위원회의 원고 적격성을 검토를 통해 소송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도록 주력할 방침이다. ITC 최종판결에서도 예비판정 결과가 이어지면 연방법원에 제소할 계획이다. 최근 지적되고 있는 ITC의 관할권 남용에 대한 연방법원의 지적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균주 도용 논란에 자신감을 표하는 대웅제약으로서는 진실공방으로 이어질 연방법원 다툼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보툴리눔톡신의 치료제로서 확장성 때문에 타 국가 기업의 미국 진입 차단에 이번 판결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앨러간의 보톡스는 미용성형 분야 외에도 편두통 개선·근육장애 치료 등 14개의 적응증을 갖고 비미용 분야에 사용되는 비율이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웅제약 역시 탈모·난치성 고혈압 개선 치료제로서의 연구를 이어가면서 적응증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어떤 제품보다 향후 확장성이 크다. 

메디톡스에게는 일단 이번 판결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메디톡스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앨러간은 2022년 이노톡스에 대한 미국 내 시판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실추된 기업 이미지 회복에 반전 계기를 마련할 수 있으며, 허가품목 취소 처분에서 살아남은 이노톡스가 미국시장에 진입한다면 반등의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의 입장은 확고하다.

균주 도용과 관련 "나보타가 개발중이던 2006∼2007년 경에는 국내 여러대학에서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갖고 있었다. 우리도 서울대·한양대 균주가 모두 있었다. 균주를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왜 훔치겠나"라며 "모든 소송에서 진실을 찾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보타에 대한 기대도 감추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미국내 수입금지에 관한 것으로 세계 시장 진출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앨러간의 '보톡스' 외에는 뚜렷한 경쟁품이 없는 상황에서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연착륙을 자신했다.

한편 이번 소송은 일각에서 제기한 것처럼 패소한 측에게 천문학적인 보상금 지급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소송비용 부담과 수입 금지 여부만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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