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한 응급환자 진료거부·난동…응급의료행위 방해로 '유죄'
술취한 응급환자 진료거부·난동…응급의료행위 방해로 '유죄'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7.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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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환자 행동 응급의료행위 방행죄 성립해 응급의료법으로 처벌 타당" 판단
응급의료행위 방해는 환자의 생명·건강 위험 초래…환자 자기 결정권 제약 가능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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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환자가 응급실에서 진료를 거부하고 의료진을 폭행해 응급의료행위를 방해한 죄로 처벌받은 것은 적법하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환자가 응급의료행위를 거부할 수 있는 자기 결정권이 있더라도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자기 결정권을 일부 제약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지난 6월 4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8년 10월 8일 오전 6시 40분경 B병원 응급실에 치질 진료를 위해 술에 취한 상태로 내원해 침대에 누워서 수액을 맞는 등 진료를 받았다.

그런데 진료를 받던 중 같은 날 오전 7시 10분경부터 특별한 이유 없이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간호사들에게 큰소리로 욕설을 했다.

만취 상태에 있던 A씨는 C간호사가 심전도 검사를 하려고 하자 이를 거부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삿대질을 하는 등 소란을 피웠다.

또 계속해서 응급실 침대의 폴대를 손에 쥐고 폭언을 했으며, C간호사를 손으로 밀고 발로 차는 등 A씨 자신에 대한 응급의료를 방해하는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의협신문(일러스트=윤세호)
ⓒ의협신문(일러스트=윤세호)

응급의료법 제12조(응급의료 등의 방해 금지)는 '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이송·응급처치 또는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 위력,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거나 의료기관 등의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시설·기재·의약품 또는 그 밖의 기물을 파괴·손상하거나 점거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이를 어길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1심 재판부(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는 "A씨의 행위는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의료행위를 방해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는 수원지방법원에 항소하고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행위를 거부할 수 있는 자기 결정권이 있으므로 자신은 응급의료행위 방해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설령 응급의료행위 방해의 주체가 될 수 있더라도 병원에서 자신의 의사에 반해 검사를 진행하려는 것에 항의하고 몸부림을 쳤던 것일 뿐이므로 이런 행위를 응급의료 방해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정당행위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응급의료법의 입법 목적은 응급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데에 있으므로 A씨에게 응급의료행위를 거부할 수 있는 자기 결정권이 있더라도, 생명권 등의 보장을 위한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자기 결정권이 일부 제약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응급의료법에서는 응급의료행위 방해의 주체를 '누구든지'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응급환자 본인이 제외된다고 해석할 근거가 없다"며 "응급환자 본인도 자신에 대한 응급의료행위 방해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응급환자가 자신에 대한 응급의료행위를 방해하는 경우에도 응급의료법 위반죄가 성립된다"며 "1심판결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A씨는 2심 판결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응급의료법 제12조에서 정한 응급의료 방해의 주체, 응급환자, 응급의료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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