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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질환 첩약에 쏟아부을 연간 '500억', 암 환자에 쓴다면?
3개 질환 첩약에 쏟아부을 연간 '500억', 암 환자에 쓴다면?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20.07.0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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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트루다·타그리소 등 재정 문제 급여 좌절 항암제 즐비
월경통·안면신경마비·뇌혈관질환 후유증 관리 첩약 vs 항암제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지난해 건강보험에 청구된 약제비는 19조 3388억원. 최근 5년간 36.9% 늘었다. 최근 개발된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 바이오의약품 등이 속속 처방권에 진입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앞으로 더 많은 고가의 최신 치료제가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치료제는 환자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높은 약가가 책정돼 있다. 환자가 치료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급여권 진입이 필요하다. 문제는 건보재정이 한계가 있다는 것.

이에 정부는 최신 치료제들에 새로운 급여기준을 제시하는 등 건보재정 유지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한푼이라도 깎으려는 정부와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제약사 간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계획이 공분을 사고 있다. 건보재정 부담 탓에 최신 중환자 치료제 도입도 어려운 가운데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첩약에 예산을 쏟아붓는다는 비판이다.

2일 <의협신문>은 한방 첩약에 쏟아부을 건보재정으로 최신 해결할 수 있는 직면한 중환자 치료제 접근성 문제에 대해 살펴봤다.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3년간 한방 첩약 시범사업을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 관리 등 3개 질환에 대해 진행할 계획을 공개했다. 연간 건보재정 500억원, 환자부담 5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연간 의료비용 1000억원이다. 시범사업이 시작된다면 요통 등 한방 첩약이 다처방되는 분야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건보공단 의뢰로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치료용 첩약 시장규모는 1조 4000억원에 이른다.

당장 연간 건보재정이 들어갈 500억원을 항암제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사용한다면 어떨까.

정부와 제약사가 건보재정과 약가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는 항암제다. 특히 국내 유병률이 높은 비소세포폐암에서는 수년간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EGFR 또는 ALK 변이 음성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는 1차 치료제로 허가돼 있지만, 급여협상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임상에서 1차 치료제로서 효과를 입증했지만, 정부와 제약사 간 급여기준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는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키트루다의 적응증을 감당할 수 있도록 급여기준 변경을 제안했지만, MSD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민간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환자들이 감당하기에 연간 1억원에 달하는 키트루다의 약가는 너무 높다. 결국 1차에서 화학치료제를 쓴 후에야 2차에서 급여로 키트루다를 쓴다.

<의협신문> 취재 결과 키트루다가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급여를 확대하면 2차 치료제 사용 감소를 감안해 건보재정 소요가 연간 5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 관리에 첩약을 급여화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 추계치와 엇비슷하다.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의 1차 치료에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는 것과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 관리에 첩약을 사용하는 것을 비교할 수 있을까. 첩약의 안전성·유효성을 차치하고라도 우선순위에 대한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

물론 키트루다 제조사인 MSD가 독점적 위치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상황이라 정부가 확보한 예산을 모두 내어줄 수는 없겠지만, 예산이 확보돼 있다면 협상의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비소세포폐암 내 EGFR 변이 환자에게 쓰이는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도 비슷한 상황. 글로벌에서는 연간 3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블록버스터 표적항암제 타그리소.

국내에서는 1차 치료제로 급여가 이뤄지지 않았다. 임상에서 동양인 하위분석 결과가 의문부호로 남아 있지만, 결국 약가의 문제다.

1차에서 이레사·타쎄바·지오트립 사용 후 T790M 변이 확인 환자에게 쓰이는 2차 치료제에만 급여권에 들어와 있는 가운데 표시가 기준으로 연간 800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하고 있다. 1차 치료제까지 급여가 확대된다면 추가 소요 재정은 300∼400억원대가 예상된다.

이외에도 여러 최신 항암제들이 급여권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건보재정의 한계로 인한 예산이 문제다.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한방 첩약과 항암제, 건보재정의 우선순위에 대한 의료계와 암 환자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은 최근 대한의사협회 주최 결의대회에서 "세계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면역항암제조차 돈이 없어 급여 적용이 어렵다는 정부가 필수적이지도 급하지도 않은 한방 첩약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적용을) 강행하고 있다"며 "암 환자들에게 무슨 논리로 설명하시려고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환자들에게 재정이 어려우니 정부를 이해해 달라면서도, 엉뚱한 데(첩약 급여화)는 돈을 펑펑 쓰는 정부의 기만과 독선에, 생명이 경각에 달린 절박한 상황에 있는 우리 환자들은 분노한다"며 "환자 입장에서도, 의료진 등 전문가 입장에서도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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