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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성심병원, 코로나19환자 국내 첫 폐이식
한림대성심병원, 코로나19환자 국내 첫 폐이식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0.07.0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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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6명·미국 1명·오스트리아 1명 이어 세계 9번째
112일 에크모 장착 세계 최장 기록…환자 자발호흡 가능
폐 현미경 사진. 정상 폐(왼쪽)와 코로나19 환자 폐(오른쪽).
폐 현미경 사진. 정상 폐(왼쪽)와 코로나19 환자 폐(오른쪽).

한림대성심병원이 지난 6월 21일 코로나19 중증환자 폐이식에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세계 9번째다. 지금까지 코로나환자 폐이식은 중국(6명)·미국(1명)·오스트리아(1명) 등에서 이뤄졌다.   

50대 여성인 환자는 지난 2월 29일 한림대성심병원으로 코로나19 중증환자로 긴급 후송돼 응급중환자실 음압격리실로 입원했다. 전원 당시 의식은 있었으나 산소마스크를 착용했음에도 산소농도가 88% 이하로 떨어지는 불안정한 상태였다. 입원 3시간 만에 기도삽관 후 인공호흡기를 달았지만 인공호흡기 착용 후에도 혈압과 산소농도가 호전되지 않고 숨을 쉬기 어려워했다.

초기 치료로 항말라리아약인 클로로퀸(chloroquine)과 에이즈 환자에서 사용하는 칼레트라(Kaletra)를 사용했고, 항염증작용을 위해 스테로이드도 사용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비교적 젊고 건강한 환자였지만 에크모를 시행해 환자의 폐 기능을 대신해야 했다.

환자는 음압격리실에서 에크모를 달고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았다. 환자는 3월 초 한 번의 코로나19 양성반응 이후 줄곧 음성이 나왔다. 격리 2개월 만에 기관지내시경으로 채취한 검체로 코로나19 최종 음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환자는 바이러스만 사라졌을 뿐 폐 상태는 나빠졌다. 흉부X-ray 검사 결과에서는 심한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흉부CT 검사 결과 양측 폐에 광범위한 침윤소견과 폐섬유화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폐 기능이 너무 심하게 손상돼 에크모를 떼는 순간 환자는 사망 위험이 높았다. 선택은 폐이식 밖에 없었고 의료진은 폐이식을 결정했다.

환자는 입원 다음 날인 3월 1일부터 이식 전날인 6월 20일까지 무려 112일 동안 에크모 치료를 시행했다. 코로나19환자 중 에크모 장착기간 112일은 세계 최장 기록이다. 에크모 치료는 의료진이 실시간으로 환자를 추적·관찰해 건강상태를  유지시켜야 하기 때문에 장시간 에크모 장착은 쉬운 일이 아니다.

폐이식 수술은 6월 20일 오후 3시부터 21일 새벽 2시까지 진행했으며, 실제 수술시간은 8시간 동안 이뤄졌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성공의 가장 큰 이유는 선제적으로 시행한 에크모 치료뿐 아니라 의료진이 장기간 에크모 장착으로 인한 감염·출혈·혈전증 등 여러 합병증을 잘 막고 환자의 식이요법과 체력저하 등을 관리하기 위해 24시간 집중치료를 시행해 왔기 때문이다.

한림대성심병원이 국내 최초로 코로나19환자 폐이식에 성공했다. 폐이식을 받은 환자가 호흡근운동을 하고 있다.
한림대성심병원이 국내 최초로 코로나19환자 폐이식에 성공했다. 폐이식을 받은 환자가 호흡근운동을 하고 있다.

김형수 에크모센터장(흉부외과)는 "코로나19 환자 중 최고의 중증치료 사례였으며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폐를 떼어낼 때 건강한 폐와 다르게 크기도 작게 수축됐고 마치 돌덩이처럼 폐가 딱딱한 느낌이었다"며 "건강하고 젊은 코로나19 감염증 환자도 폐섬유화 진행 속도가 빨라 폐이식까지 갈 수 있으니 젊다고 방심하지 말고 감염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의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훈 에크모센터 교수(호흡기내과)도 "코로나19 환자의 특징은 영상검사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았지만 실제로 폐섬유화 진행속도가 빨라 자칫 놓칠 수도 있어 환자 관찰이 중요하다"며 "현재까지 환자가 급성거부반응을 나타나지는 않았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환자의 건강상태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급성거부반응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면역억제제 농도를 조절하고 재활운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폐이식 성공은 의료진의 지속적인 환자관찰을 통해 조기 치료를 시행하고 장기부전 진행을 막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팀워크를 이루는 등 유기적인 융합치료시스템을 구축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회복중인 환자는 "코로나19는 생사를 오갈 수 있는 큰 병이라고 생각하고 아주 조심해야 한다. 나는 에크모 치료를 받지 않았으면 숨쉬기가 매우 힘들어 이미 이 세상에 없었을 거다. 숨 쉬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건강할 때는 몰랐다"며 "가족과 떨어져 병상에 누워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울 때 매일 식사도 챙겨주고 운동도 시켜주고 나를 대신해 손발이 되어준 의료진의 헌신에 병을 이겨내자는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고 회상했다.

환자는 현재 산소를 들이마시면서 자발호흡을 하고 있으며 앉아서 스스로 식사를 하고, 호흡근운동과 사이클을 통한 침상 재활운동을 시행해 하지 근력을 키워 걸을 준비를 하고 있다. 재활운동을 열심히 해 보행이 가능해지면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앞당길 수 있다.

유경호 성심병원장은 "환자는 치료기간동안 코로나19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굉장히 강했으며 의료진과 가족들의 지지를 통해 성공적으로 재활하고 있다"며 "성심병원은 코로나19환자 폐이식수술 성공을 기점으로 코로나19를 정복하기 위해 더욱더 노력해 나갈 것이다. 이번 폐이식 성공으로 우리나라 중증환자 치료가 세계적 수준임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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