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19 11:25 (화)
'첩약 급여화'에 암 환자 절규…"누가 우리에게 '구충제'를 먹였나?"
'첩약 급여화'에 암 환자 절규…"누가 우리에게 '구충제'를 먹였나?"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6.29 15:25
  • 댓글 3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 "암 환자가 보는 첩약 급여화? 분노·무논리"
"좋은 약이 있어도 못 쓰고 죽어가…건강보험, 국민생명 지키는 도구 돼야"
ⓒ의협신문 김선경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이 28일 대한의사협회가 개최한 '첩약 건강보험 적용 결사반대 및 한방건강보험 분리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 연대사에서 "건강보험 적용은 급하지도, 필수적이지도 않은 한방첩약이 아닌, 위중한, 죽어가는 환자들에게 먼저 사용돼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무논리적이다' 그리고 '분노를 느낀다'.

암 환자 시각에서 본 '첩약 급여화'는 위 두 문장으로 정리됐다.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은 28일 대한의사협회가 서울 중구 청계천한빛광장에서 개최한 '첩약 급여화 건강보험 적용 결사반대 및 건강보험 분리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첩약 급여화'에 대한 암 환자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의료인들이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즉각 철회를 촉구하는 자리에서, 폐암 환자의 눈물 섞인 호소가 울려 퍼졌고, 장내는 일순간 경건해졌다.

이건주 회장은 현재, 폐암 4기를 진단받고 투병 중인 폐암 환자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본인이 겪은, 그리고 환우회 활동을 통해 접한 다른 환자들의 절박한 사연을 전했다.

그는 많은 암 환자들이 면역항암제가 1차 치료 시 급여화되어있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메디컬푸어가 되는 등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주 회장은 "생명이 촌각에 달린 환자들이 재정 부족 등으로 이유로, 면역항암제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하지 못하는 등 급여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약값을 감당하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하는 메디컬 푸어 사례가 생기거나, 고통스러운 부작용을 겪어야 하는 화학 항암치료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면역항암제조차 돈이 없어, 급여 적용이 어렵다는 정부가 필수적이지도, 급하지도 않은 한방 첩약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적용을) 강행하고 있다"면서 "암 환자들에게 무슨 논리로 설명하시려고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결국, 건강보험 급여화에 있어서 항암치료 등과 같이 '절실한' 필수의료에 대한 우선 적용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 이러한 우선순위에 '첩약'은 포함되지도 않고, 포함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폐암 환우들의 주장이다.

이 회장은 "돈이 없어서, 나라의 재정이 부족해서, 좋다고 하는 약도 써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우리 폐암 환자들 같이, 건강보험의 도움이 절실한 환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재정이 배분돼야 한다는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목놓아 외쳤다.

"개 구충제로 암을 고친다는 뉴스에 왜 환자들이 열광하겠습니까?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화제와 논란이 됐던 '개 구충제(펜벤다졸)' 사건도 언급됐다.

올해 초, 개 구충제인 '펜벤다졸'이 "항암치료에 효과가 있었다"는 미국 사례가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국내에서도 암 환자가 직접 복용 사례를 공유하는 등 '개 구충제' 열풍이 일어난 바 있다.

이건주 회장은 해당 사건을 짚으며 "절실한 환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안 좋아져 응급실로 실려 가는 일도 종종 있다.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해당 열풍에 대해, 면역항암제에 대한 급여 적용 미비로 생겨난 '비극'으로 규정했다.

그는 "환자들에게 재정이 어려우니 정부를 이해해 달라면서도, 엉뚱한 데(첩약 급여화)는 돈을 펑펑 쓰는 정부의 기만과 독선에, 생명이 경각에 달린 절박한 상황에 있는 우리 환자들은 분노한다"며 "조금이라도 더 살아보겠다는 일념에, 근거가 없는, 미신과 같은 유혹에 빠져 소중한 생명을 잃기도 한다. 이는 환자 입장에서도, 의료진 등 전문가 입장에서도 비극"이라면서 정부의 '첩약 급여화' 강행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현행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해서도 위중성보다는 보장성 수치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허울 좋은 수치인 보장성을 높이자고 정말 절실하게 필요한 임신·출산 부분, 중환자 의료나 중증 외상치료에는 문을 잠그고 있다. 죽어가는 국민은 나 몰라라 하는데, 어마어마한 재원이 필요한 보장성이 70%로 높아진들 무슨 소용인가?"라며 "위중한 환자, 죽어가는 암 환자들에게 우선순위가 주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돈이 없어서, 좋다는 약도 못 써보고 죽어야 하는 우리 환자의 입장이라면,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겠는가?"라고 울부짖었다.

마지막으로 정부에 "건강보험이 국민생명을 지키는 도구로 철저히 운영되도록 현명한 결정을 해주기 바란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건강보험으로 정치를 하거나, 사업을 해서야 되겠는가?"라며 "눈물을 흘리면서 죽어가는 환자들을 생각해, 소중한 세금, 보험 재정을 적절히 운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