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 급여화 강행 시, 의사 총파업으로 맞설 것"
"첩약 급여화 강행 시, 의사 총파업으로 맞설 것"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20.06.2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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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폭염 속 '첩약 급여화 반대·한방 건보 분리' 결의대회 개최
"정부, 코로나19 의료계 헌신 외면...국민생명 담보로 마루타 실험"
대한의사협회 소속 회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열린 '첩약 급여화 건강보험 적용 결사반대 및 건강보험 분리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대한의사협회 소속 회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열린 '첩약 급여화 건강보험 적용 결사반대 및 건강보험 분리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전국의 의사들이 한 여름 폭염을 뚫고 정부의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강행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즉각 철회 및 한방 건강보험 분리 등을 요구함과 동시에, 정부가 시범사업 강행 시 전국의사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시범사업을 통해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와 그런 사업에 연간 500억원씩 3년간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겠든 재정 계획의 허구성과 비합리성도 강력히 성토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8일 서울 중구 청계천한빛광장에서 '첩약 급여화 건강보험 적용 결사반대 및 건강보험 분리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최대집 의협 회장은 정부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강행 계획을 강하게 비판하고, 의료계의 반대에도 사업이 강행되면 한국의사 총파업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의협신문 김선경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의협신문 김선경

최 회장은 "정부가 포퓰리즘 정책에 매몰돼 의료계와 국민의 우려와 충고를 무시하고 끝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강행한다면, 정부가 그토록 자화자찬한 K방역이 의사들의 파업으로 파국에 이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한약은 의약품의 가장 기본요건인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조차 거치지 않았다. 또 한약의 부작용에 대한 감시와 분석 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아 제도적으로 부실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연간 500억 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면서 "가뜩이나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국민이 낸 소중한 건강보험료로 강행하는 막무가내식 정책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탄식했다.

"비급여의 급여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선결조건은 바로 재정이다. 첩약 급여화로 필수의료의 급여를 하지 못해 결국 생명이 경각에 놓인 절박한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게 되고, 건강보험 재정 또한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한방치료를 받고자 하는 국민이 있다면 그분들만 별도로 한방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도록 해 국민에게 짊어진 과도한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이를 외면하고 첩약의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한다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직무유기"라고 성토했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겸 대변인이 첩약 급여화를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겸 대변인이 첩약 급여화를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연간 500억원 규모로 앞으로 3년간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상 질환은 뇌혈관질환 후유증,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알러지비염, 무릎관절염 등 총 5개 질환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중 1단계 시범사업을 통해 뇌혈관질환 후유증,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세 가지 질환에 대해 보험급여를 추진하고 있다. 첩약 한제(10일 분) 당 진단 및 처방료 6만원, 첩약 조제료 4~5만원, 약제비 4~5만원 등 총 15만원을 책정했다.

전국 의사들 "첩약 급여화 철회, 한방 건보 분리" 외쳐
전국 각지에서 결의대회에 참석한 의사들도 한 목소리로 첩약 급여화 철회와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방 건보 분리(한방에 대한 별도의 건보재정 마련)도 촉구했다.

이철호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연대사를 통해 첩약 급여화 사업을 '국민을 마루타로 여기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모든 한약제제의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하는 전수조사 실시도 요구했다.

백진현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의료계가 한약의 안전성, 유효성 검증 필요성을 제기할 때마다 첩약 급여화 사업 전 검증을 하겠다고 발언한 사실들을 적시하며 정부의 약속 불이행을 강력히 비난했다. 또한 첩약 급여화 사업 계획에 한방 진찰료가 현행 의료행위 진찰료의 3배 수준으로 산정된 것에 대해서도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박홍준 서울특별시의사회장 역시 첩약 급여화 사업 철회와 한방 안전성, 유효성 검증 제도적 기반 마련을 촉구했다. 박 회장은 특히 "개인적으로 이비인후과 전문의로 40년간 환자를 진료했다. 그런데 안면신경마비를 첩약으로 치료하겠다는 것을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국민 건강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계획을 급여화하겠다는 정부의 태도가 경악스럽다"면서 "건보 급여화 원칙을 무시하는 정책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한방의료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라"고 했다.

강대식 부산광역시의사회장은 "생약제제의 납 함유 허용치가 일반 곡물의 25배나 된다. 이런 불합리한 기준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첩약 급여화를 하겠다는 것은 검증 안 된 약을 국민에게 시험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하면서, 첩약 급여화 철회 및 한방 건보 분리를 재차 촉구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신문 김선경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장은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헌신하고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의료계 상황을 되새기며, 정부의 첩약 급여화 재정투입 규모에 대한 강한 반감을 표출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업을 내려놓고 헌신해왔던 대구·경북지역의 많은 동료 의사들이 적자에 허덕이다 제때에 지원을 받지 못해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들에 대한 지원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안정성도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국민의 혈세 투입이 왠말이냐"고 반문했다.

김교웅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한방첩약의 안전성 문제를 조목조목 열거하며 정부 계획의 허구성을 부각했다. "지난해 안전성 문제로 회수·폐기된 한약제제가 70여 건이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첩약 급여화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마루타도 삼겠다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치료제, 백신 개발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한방제제에 대한 근거는 동의보감 하나밖에 없다. 정부는 한약의 모든 성분을 공개하겠다고 했었지만, 아직 진료·처방·약제 생산 및 유통·부작용 표준화 지침도 없다"고 꼬집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의료계의 이런 의견을 수렴해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 발표했다. 건의문 내용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전면 철회 ▲건강보험 효율적 운영을 위한 한방건강보험 분리 ▲공공의대 설립,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계와 협의 없는 무분별한 정책 강행 중단 ▲일방적인 원격의료 추진 중단 및 의료계와 긴밀한 협의 등이다.

한편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무모함과 비합리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박종혁 의협 총무이사 겸 대변인은 대형 해머로 한방 약탕기를 내리치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철회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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