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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한솔 전공의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R2)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6.2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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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솔 전공의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R2)

**병원비 1만 7000원을 내지 못해 원무과 직원에게 진료를 거부당한 한 사람이 5시간동안 방치되었다가 급성복막염으로 사망했습니다. 29살의 직원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었고, 법원은 이를 인정해 금고 1년을 선고했습니다. 최근 마지막 판결에서도 역시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이 직원은 접수 과정에서 이전 미납한 진료비 납부를 요구하며 접수를 거부했습니다.

법원은 "응급환자인지 판단은 의사 진단을 통해 이뤄져야 하고, 접수창구 직원이 섣불리 판단해 진료치료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허용할 수 없다. 또한 환자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병원 직원임에도 환자의 진료 접수를 거부해 응급치료 기회를 박탈하고 결국 사망하게 한 것으로 죄질이 무겁다."고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환자가 진료비를 제때에 지급하지 않더라도 일단 사람은 살렸어야 한다는 주장이 논리를 얻으려면, 그리고 생명이 최우선이라고 사법부가 판단하려면, 돈이 없어도 치료받게 해야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정부기관의 잘못 또한 탓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고작 1만 7000원 때문에 접수를 거절한 이 병원 직원이 '인간의 생명에 대한 잣대를 돈으로 측정한 나쁜 놈'이라고 한 댓글에 달린 수많은 추천. 그렇죠. 1만 7000원 때문에 거절한 직원은 참 나쁜 사람이죠. 자 그럼 다음 사례는 어떠할까요.

**뇌출혈로 쓰러진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불법체류노동자는 약 100일간 의식 없는 상태로 한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졌습니다. 이 민간병원은 환자가 내원한 당시, 서울의료원과 국립의료원, 적십자병원 등 여러 공공병원에 전원을 문의했으나 "급성기가 지나서 받을 수 없다, 비슷한 이유로 치료비 해결이 안 된 환자들이 많아 받을 수 없다."라는 핑계로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이 병원은 환자를 어떠한 이유로도 거부할 수 없기에 치료를 시작 했고, 대사관에 협조요청을 하였으나 들려오는 답변은 "노력해보겠다" 무엇을 노력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정부에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자격 취득방법을 알려주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환자는 의식이 없는 상태인데, 보험자격 취득방법을 환자에게 알려주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답변을 듣고 기가 찼을 겁니다.  의료법에 명시된 대로 의사는 보험자격이 없는 불법체류노동자이든, 만취자이든, 노숙자이든 어떠한 이유로도 이들의 진료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환자를 치료하더라도 정부와 국가기관이 이들을 위해서 치료비를 지급하지 않습니다. 치료비는 총 3400만원으로 이 민간병원이 고스란히 손해를 감수하게 됐습니다.

'고작 3400만원 때문에 이런 보도자료 내민 민간병원 의사들이 나쁜 놈들이네, 너네 그래도 돈 많이 벌잖아?' 라는 댓글에 또 수많은 추천이 달립니다. 자 그럼 또 다음 사례는 어떠할까요.

**주요 사립대 19개 병원 환자들이 진료비를 부담하지 않고 받지 못한 미수금을 취합한 2012년 자료입니다. 그중 가장 큰 액수들만 적어봅니다. 지금은 2020년, 8년 전보다 훨씬 더 늘어났겠네요. 동국대학교의료원 3666억, 연세대학교 의료원 1437억, 인제대학교 병원 759억, 고려대학교의료원 531억, 아주대병원 368억, 영남대학교 220억,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 222억, 단국대학교 의과대학부속병원 224억, 계명대 동산의료원 321억, 경희의료원 237억, 건양대학교 204억. 다른 사립병원과 국공립병원, 2차 병원 의원은 조사자체도 되질 않았습니다.

** 돈이 없으면 치료받지 못한다는 개념은 잘못되었습니다. 하지만, 환자에게 치료비를 못 받더라도 국가가 내줄 수 없다는 개념 또한 잘못되었습니다. 잘못된 제도적, 법률적 개선에 대해선 함구하면서 민간병원에서 모든 비용을 일방적으로 감수하고 국가는 나몰라 식으로 하면서 '생명을 중요시 하지 않는 의사'로 언론은 밀어붙이기 일쑤입니다. 불행중 다행인 사실은, 미수금이 늘어나더라도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의사들은 돈이 있는지 없는지 신경 쓰지 않고 진료하고 치료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참 좋고 참 정의로운 나라입니다. 참 밝은 미래만 보이는 나날의 연속입니다.

이 법은 대체 우리나라에서 잘 적용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21조(기금의 사용) 기금은 다음 각 호의 용도로 사용한다. <개정 2016.5.29.>

1. 응급환자의 진료비 중 제22조에 따른 미수금의 대지급(代支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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