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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19 17:45 (화)
"생리통에 반값 한약?", 첩약급여화 문제점
"생리통에 반값 한약?", 첩약급여화 문제점
  •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6.2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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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제약회사에서 생산하는 한약제제들은 현대의약품과 달리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일부가 건강보험 적용이 되고 있다. 한의사가 한약재를 이용해 조제하는 첩약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고 있었는데 곧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이 실시될 예정이다. 

6월 17일 <뉴스1>에 첩약급여화를 홍보하는 대한한의사협회 김경호 부회장을 인터뷰한 기사가 실렸다. "생리통 치료 23만→8만원 뚝…10월부터 '반값한약' 혜택받는다"라는 제목의 기사인데 제목부터가 놀랍다.

제대로 된 임상시험이나 과학적 근거가 없는 한약으로 생리통 환자에게 23만원을 받아내는 한의사들의 수완이 놀랍고, 여러 임상시험에서 생리통에 탁월한 효과를 입증한 비스테로이드성소염진통제(NSAID)를 한 통에 2∼3000원이면 살 수 있음에도 한의사에게 그보다 100배나 되는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한의사들이 정부 예산을 받아서 만든 <월경통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2017년 초안을 보면 대체로 침과 전기침에 대해서 A등급으로 약침·한약·뜸·추나에 대해서 B등급으로 권고했다. 권고등급에 대해 A등급은 "근거수준이 높음이며 편익이 명백하고 임상현장에서 활용도가 높을 경우 권고한다" B등급은 "근거수준이 중등도이며 편익이 신뢰할 만하고 진료현장에서 활용도가 높거나 보통인 경우, 또는 권고의 근거관련 연구의 근거자료가 부족하더라도 임상적 이득이 명백한 경우 부여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근거가 희박한 일반적인 한방치료들과 달리 월경통에 대해서는 근거가 뒷받침된다는 주장이 사실일까? 인용한 연구들을 직접 확인해야 평가가 가능한데 진료지침에 레퍼런스를 전혀 기재하지 않고 결론만 제시했기 때문에 알 수가 없다. 

아마 중국 학술지의 논문들을 근거로 삼았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산 임상시험논문은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2014년 북경중의대 연구팀이 중국 학술지에 발표된 침술에 대한 임상시험 논문들의 결과를 분석한 결과, 총 840건의 무작위대조군임상시험(RCT) 중 99.8%가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었다. 침술이 임상시험을 해본 거의 모든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는 한의사들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근거가 중국산이라는 사실을 모르게 하려고 레퍼런스를 일부러 숨기지 않았을까?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과는 반대로 근거 평가에 권위를 인정받는 코크란 체계적문헌고찰 2016년 논문에서는 한의사들이 가장 높은 A등급을 제시한 침 치료에 대해서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유일하게 편향 위험이 낮은 임상시험에서는 3개월간 침 치료를 받은 그룹과 플라시보 효과를 가리기 위해 경혈이 아닌 곳을 찌른 대조군을 비교했을 때 월경통 개선 효과에 3, 6, 12개월째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침술조차도 진정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7월에 "제3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2016∼2020년)에 따라 한의약의 표준화·과학화를 위해 추진되는 사업으로, 30개 질환에 대해 총 275억원을 투입해 3년간의 국제적 수준의 임상연구 수행 후 표준임상진료지침을 개발, 2021년부터 일선 한방의료기관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2018년 11월 정석희 초대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사업단장의 <민족의학신문>과 <한의신문> 인터뷰를 보면 "사업단의 최종 목표인 보장성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임상진료지침이 의사와 환자의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근거를 평가해 정리한 자료가 되어야 한다는 의학계의 상식과는 달리 "근거가 있다는 결론을 만들어내서 건강보험 재정을 갈취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 "사업 취지를 이해해주고 비록 어렵더라도 한의학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의 연구 진행을 요청드린 것도 흔쾌히 받아들여 헌신적으로 노력해준 연구자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라는 발언도 한의표준임상진료치침의 진실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275억원의 세금을 써서 중국산 문헌과 작년 한의약난임치료 같은 엉터리 연구를 바탕으로 미심쩍은 임상진료지침을 내놓고 건강보험 재정까지 축내는 것이 아닐지 염려된다.

첩약급여화부터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사업까지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예산 낭비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 엄밀한 임상시험을 통해 현대의약품 대비 효과와 비용 측면에서 우월성이 입증되는 부분만 급여화를 해야 하는데, 비용은커녕 효과를 제대로 입증한 한약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할 일은 국민에게 걷은 건강보험료로 환자들이 23만원을 주고 먹던 월경통 한약을 8만원에 먹도록 지원하는 일이 아니다.

한약은 제대로 된 근거도 없고 해로울 수 있다는 진실을 알려서 국민이 잘못알고 불필요한 지출을 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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