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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하려면 '코로나와 관계없다'는 의사 소견서 받아와라?
등교하려면 '코로나와 관계없다'는 의사 소견서 받아와라?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6.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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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키트도 없는 개원가에 '코로나19' 책임 떠넘기기 '논란'
개원가 "10년 된 환자 부탁, 거절 어려워…이러지도 저러지도"
그래픽·일러스트 / 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 ⓒ의협신문
그래픽·일러스트 / 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 ⓒ의협신문

"학교에 가고 싶은데, 코로나19와 관계없다는 소견서 좀 써주세요"

A개원의(서울·이비인후과)는 최근 위와 같은 요청을 해오는 학생 환자들로 골치를 썩고 있다.

내용은 단순하다. 학교에서 등교하려면 코로나19와 관계없다는 의사 소견서를 가져오라고 했다는 것.

A개원의는 "10년 가까이 내원한 환자와의 관계 때문에 거절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선별진료소에서 음성판정을 받았다고 했고, 기저질환인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보였기에 결국 소견서를 써줬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 여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느낌에,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위 내용은 이비인후과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들을 요약한 것이다. 동 홈페이지에는 동일한 사연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상당히 많은 동네의원들이 유사한 요청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학교에서 방역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B교사(서울·J고등학교)에게 관련 내용을 묻자 "이는 교육청의 지침을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B교사는 "교육청에서 내려온 지침에 따라, 등교 학생 중 증상이 있는 경우, 일시적 관찰실(별도의 공간)로 데려간다. 이후, 학부모에게 연락해 선별진료소를 가도록 하고 있다"며 "학부모가 30분 안에 오기 힘들거나 이동이 어려운 경우엔 119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원칙은 코로나19와 관련된 임상 증상이 있는 경우, 등교를 하지 못하도록 한다. 하지만, 학생 중에는 기저질환일 뿐이라며 학교에 나오고 싶어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이러한 경우, 임상 증상이 있으면 의사에게 '코로나 감염 위험성이 없다'는 소견서를 받아오도록 한다. 이는 모두 교육청의 지침을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 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의사 소견서'가 등교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는 것. 문제는 진단키트도 없는 동네의원 입장에서, 코로나19 여부를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박국진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장은 [의협신문]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와 관계없다는 소견서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사연이 의사회 홈페이지에도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국진 회장은 "대부분 요청내용은 비슷하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도 괜찮다는 내용을 적어달라고 한다. 직접 학교 양식을 가지고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며 "직접적으로 코로나를 언급하는 환자도 있지만, 병원에서 거부할 것을 우려해, 뭉뚱그려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개원의사 입장에서, 이는 상당한 부담이다. 모두 알다시피, 개원가에서는 이를(코로나19를) 구별할 방법이 없다. 검사를 할 수 없으니 언급을 자세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동네의원의 입장에서 환자와의 관계를 고려해, 거부만 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기저질환을 언급하면서도 코로나19는 따로 검사가 필요하다는 등 에둘러 표현한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박국진 회장은 "이러한 지침은 동네의원에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라고 느껴진다. 마치 폭탄 돌리기와 같이, 책임을 떠넘기는 것 같다"며 "호흡기 증상 정도를 적을 수 있겠지만,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대한 언급을 하기는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의협신문]과의 통화에서 "교육청은 교육부의 지침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관련 지침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알레르기성 비염과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학생에 대해, 잔기침이나 콧물이 나온다고 해서 등교를 계속 못 하게 한다든지 선별진료소로 계속 안내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이에, 코로나19와 관련이 없다는 서류만 마련된다면 등교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지침"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지침은 무조건 병원(동네의원)으로 가라는 의미가 아니다. 1339를 통해 문의하고, 선별진료소로 가도록 하고 있다"며 "선별진료소에서 먼저 진료를 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서류를 받아오도록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선별진료소에서 '음성'을 받은 이후, 다시 '양성'을 받고 있는 사례가 나오는 만큼 선별진료소의 '음성'판정에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박국진 회장은 "음성판정을 받고, 이후에 다시 양성을 받는 사례도 나오고 있어 선별진료소의 '음성'판정에 따른 소견서 작성 역시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부담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추후 독감이 유행할 경우에 대해서도 우려되는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독감 증상과 코로나19증상이 유사하다. 이에, 개원가에서는 독감 검사는 가능하기 때문에 검사를 시행할 것"이라며 "이때, 독감 검사는 코로나19검사와 유사하게 면봉을 환자 입에 넣어서 실시해야 한다. 마스크를 내리는 순간, 격리조치의 위험에 노출된다"며 또 다른 피해 양상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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