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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제타, 수술 전 보조요법 급여 적용 1년…임상현장 변화는?
퍼제타, 수술 전 보조요법 급여 적용 1년…임상현장 변화는?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20.06.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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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강수환 영남의대 교수(영남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의 등장은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들의 예후를 크게 개선했다. 상대적으로 치료제 발전이 빠르다는 유방암 분야에서도 돋보이는 모습이다.

이에 더해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허셉틴 개발사인 로슈는 퍼제타(성분명 퍼투주맙)와 캐싸일라(성분명 트라스투주맙엠탄신)를 HER2 양성 유방암 극복의 무기로 제시한다.

다만 새로운 치료제의 가격이 높아 환자 접근성이 빠르게 개선되지는 않고 있다. 전국민 건강보험을 운용하고 있는 국내 사정상 가격 대비 효과·안전성 입증을 까다롭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조기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퍼제타의 급여범위가 확대된 것은 환자와 의료진, 제약사 모두에게 희소식이 됐다. HER2 양성 조기유방암 환자에게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서 본인부담 30%의 선별급여가 시작된 것.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도 퍼제타(본인부담 100%)는 비급여이지만, 병용하는 트라스투주맙과 도세탁셀에 대해 5% 본인부담의 중증질환 급여가 시작됐다.

급여 확대 후 1년. 조기 유방암 환자의 치료 환경은 어떻게 변했을까. <의협신문>은 일선에서 유방암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강수환 영남의대 교수(영남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를 만나 지난 1년 HER2 양성 조기유방암 치료의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강수환 영남의대 교수(영남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의협신문
강수환 영남의대 교수(영남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의협신문

Q.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퍼제타의 수술 전 보조요법이 작년부터 선별급여를 통해 건강보험 적용됐다. 이후 실제 임상 현장의 변화는 어떤가?
-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의 수술 전 선행화학요법 표준 치료는 세포독성항암제인 AC(독소루비신·시클로포스파미드) 투여 후 탁산과 HER2 표적치료제 '허셉틴'을 병용 투여하는 것이었다. 퍼제타도 허가 약제로 쓸 수는 있었지만, 약제비 부담이 있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낮았다.

다행히 작년 5월부터 선별급여를 통해 수술 전 보조요법에서 퍼제타를 병용 투여할 때 환자의 본인부담률이 30%로 줄었다. 환자들은 이에 더해 실손보험을 통해서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급여 적용 이후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 패러다임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대부분의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들에게 'TCHP' 요법을 쓴다. 즉 탁산·시클로포스파미드·허셉틴·퍼제타, 네 가지 약제를 6 사이클 투여한 뒤 수술을 진행한다.

물론 30%의 본인부담률에 대해서도 비용 부담을 느끼는 환자의 경우 AC와 허셉틴 병용요법을 쓴다. 그러나 선별급여 이후 퍼제타를 더한 치료 비용은 대부분의 환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된 것 같다.

처음엔 부담을 느끼던 환자들도, 퍼제타를 함께 투여했을 때 병리학적 완전관해(pCR)율이 더 좋다는 점을 잘 설명해 드리면 대부분 치료를 결심한다.

Q.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에게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퍼제타 치료의 이점은 무엇인가?
- 일반적으로 유방암 환자는 조기에 발견해 치료해도 20~30%가 재발을 경험하게 되는데, 특히 HER2 양성 유방암은 질환 특성상 재발 위험이 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가 pCR에 도달한 경우 재발률이 56% 감소하며, 사망 위험도 64%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같이 pCR는 생존율 데이터를 얻기 어려운 조기 유방암 환자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여긴다.

HER2 양성인 환자에게 퍼제타 병용 요법을 사용하면 기존 치료 대비 pCR 비율이 크게 증가한다. 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퍼제타 기반 선행화학요법 이후 확인되는 pCR 비율은 65%에서 최대 80%에 이른다. 보수적으로 생각해도 최소 절반 이상은 pCR가 온다고 볼 수 있다. pCR이 확인되면 재발률뿐 아니라 생존율 개선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Q.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허셉틴+퍼제타 치료를 진행하는 것은 어떤가?
- 아직 수술 후 보조요법에 대해서는 퍼제타가 비급여다. CR이 왔든 안왔든 수술 후에 허셉틴만 쓰는 것도 상당히 효과가 있다. 허셉틴 단독과 허셉틴+퍼제타가 통계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재발율 수치는 2% 정도로 큰 차이가 없다. 생존율에서는 3% 정도 차이를 보인다. 이를 위해 그 고가의 치료를 할 필요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환자에게 수술 후 보조요법에 대해 설명한다. 환자가 경제적으로 비급여로도 가능하다고만 한다면 수술 후 퍼제타 기반 치료를 받도록 권하고 있다.

Q. 실제 현장에서 HER2 표적치료제를 처방할 때 임상 데이터와 차이가 있었나?
- 임상연구와 큰 차이가 없었다. 3명 중 2명 정도의 비율로 pCR가 확인되고 있다. 이번 주에 두 명의 HER2 양성 환자를 수술했는데 이분들도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pCR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HER2 양성으로 확인된 환자분들에게는 "치료 잘 받으시면 세 분 중 두 분은 병을 없앨 수 있다"고 설명하며 치료 의지를 심어 주기도 한다.

모든 환자에게 임상시험 결과 및 개인적인 치료 경험에 근거하여 가능한 치료 옵션을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한다. 결국 치료는 환자분들이 받는 것이므로 환자분들의 선택에 도움을 드리려 노력한다. 다만 때에 따라 치료비 부담이 큰 약제들은 오히려 희망 고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고민스러운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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