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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약 급여' 무슨 비기 있길래?...한의사 행위료, 의사 3배
'첩약 급여' 무슨 비기 있길래?...한의사 행위료, 의사 3배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0.06.1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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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첩약 시범사업, 한의사 변증·방제 기술료 3만 8780원 수가 책정
醫 "진맥 통한 진단·처방, 의과보다 낫다? 과도한 수가 국민 부담으로"
ⓒ의협신문
ⓒ의협신문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안전성·유효성 문제에 이어, 첩약 수가 적정성 논란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모양새다. 

앞서 정부는 첩약 처방을 위한 한의사 행위료, 이른바 '변증·방제 기술료'로 의원급 초진료의 2.5배, 재진료의 3배가 넘는 3만 8780원의 수가를 책정했다.

기본 진찰과 진단에 더해 '심층진단'과 '처방(방제)'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한 비용이라는 설명인데, 의료계는 현행 의과 진찰료와 비교해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수가 산정의 근거를 요구하고 있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첩약 급여' 한의사 기본행위료, 의원 재진료의 3배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첩약 급여 시범사업 세부안'을 공개했다.

이르면 올 10월부터 한의원에서 월경통과 안면신경마비·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등 3개 질환에 대해, 환자에게 치료용 첩약을 처방하면, 이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첩약 한제(10일분)당 수가는 △심층변증·방제기술료 3만 8780원 △조제·탕전료 3만 380원~4만 1510원 △약재비 3만 2620원~6만 3010원(실거래가 기준) 등을 합해 14∼16만원 수준이며 이 중 절반을 환자가, 나머지 절반을 건강보험에서 부담한다. 

첩약 수가 수준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 즉각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가장 이슈가 된 항목은 한의사 행위료에 해당하는 심층변증·방제기술료다.

정부는 이에 의원 진찰료의 3배가 넘는 수가를 책정했는데,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한의사의 행위료를 의사의 그것에 비해 더 높게 평가한 것인지, 그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한방 '심층 변증·방제' 도대체 뭐길래?  

정부와 한의계의 설명을 따르자면 '변증'은 사진팔강과 병인병기 등 한의학 기초이론을 통해 증상 등을 수집·분석해 질병의 원인·성질·부위 등을 분별해 질병의 증후를 분석하는 행위를 말한다.

'방제'는 이를 통해 도출된 개별 환자 고유의 치료 계획에 따라 약재를 선정하고 약재간 상호작용을 고려해 그 구성과 용량을 가감한 후 선정된 약제의 전탕 방법과 복용 방법을 설정하는 행위다.

의과와 비교하자면 변증은 진단, 방제는 처방과 유사한 개념으로 읽힌다.

이를 포함해 한의계가 밝힌 한방 첩약 처방 과정은 이렇다. 첩약 처방을 위한 한의사의 기본 의료행위는 '기본진단→3단계에 걸친 심층진단→처방(방제)'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안면마비를 호소하는 환자가 한의원에 내원했다 치자.

환자를 맞이한 한의사는 혈압이나 맥박 등을 체크하고, 병력과 가족력 및 현재 증상 등을 확인한 뒤, 기본 진단을 내린다.

첩약 처방을 위해서는 여기에 3단계에 걸친 심층병력 정보수집과 임상검사·변증 및 병증도출, 그리고 약제선정과 첩약 구성결정 등 방제기술이 더 필요하다는게 한의계의 설명이다. 

정부가 고가의 수가 산정 배경으로 밝힌 '심층진단'과 '방제'다. 

ⓒ의협신문
안면신경마비 환자를 예시로 한, 한방 심증변증-방제 행위 주요 내용. 

한의계의 설명을 따르자면 심층진단의 1단계는 심층 망문문절이다. 환자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는 망진(望診), 환자의 상태를 듣는 문진(聞診), 환자의 상태를 묻는 또 다른 문진(問診), 촉진에 해당하는 절진(切診)을 의미하는 것으로 의과의 시진·청진·문진·촉진과 유사한 행태다.

2단계는 각종 검사단계다. 구체적으로는 경락기능검사·맥전도·양도락검사 등 한방 검사에 더해 혈액검사와 영상진단 검사를 참고한다고 소개했다. 참고 사항이라고는 하나, 의과 진단검사인 혈액검사와 영상진단을 매뉴얼에 포함한 점도 눈길을 끈다.

3단계는 변증 및 병증도출 단계다. 팔강변증·위기영혈변증·장부변증·체질변증 등 한방 병증분석 기술을 사용해 첩약 복용 및 침치료 병행 여부, 복약 및 침치료 이후 경과 관찰 및 추가 복약 여부 판단 등 치료계획을 수립한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은 처방에 해당하는 방제기술이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제를 선정하고, 첩약구성을 결정하며, 복약방법을 설정하는 단계로 여기까지가 첩약 처방을 위한 한방 의료행위로서 수가 산정의 근거가 됐다.

의료계 "과다책정된 수가, 고스란히 건강보험·국민 의료비 부담으로"

의료계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의사들의 기본진찰료와 비슷한 개념인 변증·방제료가 3만 9000원으로 공개되었다는 것은, 의사들의 진찰료와 비교하여 과다 책정되었다는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의사들이 방사선학적 검사나 현대적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를 고려할 때, 진맥으로 진단하고 처방하는 진찰료가 4만원 가깝게 책정되었다는 것은 복지부에서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이날 소위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져, 정부는 첩약 시범사업 계획을 확정치 못한 채 회의를 마무리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첩약 처방을 위해 필요하다는 한의사들의 일련의 행위들은 의과의 그것과 유사하거나, 오히려 근거가 부족한 수준"이라며 "이에 의원 초재진료의 2~3배가 넘는 가치를 매겨, 수가를 책정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다 책정된 수가는 고스란히 건강보험 재정과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정부가 수가 책정의 근거를 명백히 밝히지 않는다면, '주먹구구식 수가 책정', '한의사 챙겨주기'였을 뿐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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