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식품의약품안전처, 아직 멀었다
[기자수첩] 식품의약품안전처, 아직 멀었다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20.06.16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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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의협신문 기자. ⓒ의협신문
이승우 의협신문 기자. ⓒ의협신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오랜만에 의사 임상심사위원 정원 18명을 모두 채웠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식약처는 16일 "코로나19 치료제 등 의약품·의료기기 허가 시 임상시험 심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임상의사 정원 18명을 모두 충원했다"면서 "임상의사 18명 충원으로 전문성이 업그레이드되고 협업 심사로 심사 기간이 단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이번에 채용된 임상의사는 대학병원, 제약회사 등에서 임상 경험이 풍부한 인재로서 식약처의 임상심사 전문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일단 그간 18명 정원을 채우지 못해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전문성 부족과 의사 임상심사위원 충원 의지 부족 등을 지적받은 식약처가 정원을 채운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18명이라는 임상심사위원 정원이 식약처의 임상시험 심사 전문성 강화하기에 충분한 숫자가 아니라는 점과 이전에도 정원 가까이 채용한 적이 있지만,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사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식약처의 전문성 강화 기대가 충족될지 의문이다.

의사 임상심사위원제도는 지난 2016년에 도입됐고, 당시 정원은 19명이었다. 지난 5년간 정원이 전혀 늘지 않았고, 오히려 1명이 줄었다.

이와 관련 식약처가 임상심사위원 정원을 늘리려는 의지가 약하다는 지적이 지속됐다. 식약처는 임상심사위원 채용 의지 부족을 지적받을 때마다 기획재정부와 관련 예산 협의가 원활하지 않고, 채용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에도 급여와 근무조건 등 때문에 의사들이 지원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강윤희 전 임상심사위원의 주장에 따르면 식약처의 임상심사위원 채용공고의 의사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졌다.

강 위원은 "내가 입사하기 전 의사포털사이트에 채용공고를 내지 않을 때는 지원자가 없어 채용하지 못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안다. 지난 2017년 5월 식약처에 입사해 의사포털사이트에 공고할 것을 건의했고, 그해 17명(19명)까지 채용했다. 2018년 초 채용에서는 의사포털사이트에 공고하지 않았고, 지원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2017년 12월 식약처가 진행한 모 대학병원 임상심사위원 설명회에는 한 명도 오지 않았다. 의사들이 참여하는 춘·추계 학술대회 전공의 세션에 설명회를 하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건의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임상심사위원의 잦은 사직도 정원을 유지하지 못하는 고질적인 이유다. 2018년 17명을 채용했지만, 2019년에 7∼8명이 사직했다. 이런 식으로 입사 1∼2년 만에 사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개인적 이유로 사직하는 경우도 있지만 임상심사위원이 계약직이기 때문에 의사 결정권이 없고, 심사시스템 또는 관련 정책과 제도 결정 과정에서 배제돼 단순 심사 업무만 하게 되는 것이 이직률을 높이는 이유라는 사직한 임상심사위원들의 주장이 반복되고 있다.

현재 주요 식약 행정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주체인 식약처 본부에 의사 출신 공무원은 과장급 1명에 불과하다. 그간 여러 명의 의사가 개방형직에 응모해 식약처에서 일했지만,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사직했다. 그들이 꼽는 가장 큰 사직 이유는 무력감이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 의욕적으로 일하려 했지만, 동료들의 조력을 받기 쉽지 않았고, 혼자 동분서주하다 지쳐갔다는 것이다.

식약처가 그간 채우지 못했던 임상심사위원 정원을 채운 일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단지 임상심사위원 정원을 늘렸다고 심사 전문성이 저절로 강화되고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식약처가 채용된 임상심사위원들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내부 분위기를 쇄신하고, 외부 전문가들을 포용해 활발히 소통하고 교류하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귀담아 듣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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