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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06:00 (금)
의과대학의 한의학 교육 방향에 대해
의과대학의 한의학 교육 방향에 대해
  •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6.1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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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한의학 교육이 필요할까? 

우리나라의 의료법은 한의사를 의료행위의 형태는 다르지만 거의 의사와 대등한 관계로 인정하는 특수성이 있다. 적지 않은 환자들이 의사를 찾기 전후 혹은 동시에 한의사를 찾는다. 의사들은 한방 치료 부작용 환자에 대한 치료를 떠안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의사들은 한방 치료에 환자의 질문에 적절한 설명을 해줄 수 있는 한의학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물론 한의학을 믿고 한의사와 똑같은 소리를 환자에게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아래와 같은 질문에 맞닥뜨릴 수 있다.

 - 한의원에 가서 침, 약침, 봉침 등을 맞으면 도움이 될까요?
 - 미국 암센터에서는 한방 치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데 병행치료를 하면 좋을까요?
 - 처방해주신 약과 한약을 같이 복용해도 괜찮나요?
 - 임신을 준비하는데 한약을 복용하면 도움이 될까요?
 - 수술 전후로 보약을 먹으면 회복이 빠를까요?
 - 한의사가 약을 끊으라고 하는데 약을 끊고 한방 치료만 받으면 더 호전될 수 있겠습니까?
 - 최근 한방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 증상이 한방 치료의 부작용으로 생겼을까요?
 - 한의학이 과학적이고, 논문으로 치료효과를 입증했다는 보도를 여러 차례 봤는데 왜 선생님께서는 한의학을 믿지 않으십니까?

우리나라에서는 학술지나 해외 학자들의 비평을 찾아보지 않고서는 이런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기가 어렵다. 국내에는 한의사들의 일방적인 주장뿐만아니라 언론 보도나 방송까지도 왜곡된 정보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작년에 전국 광역시도 의사회의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구성을 계기로 각 지역을 순회하며 한의학에 대한 왜곡되어 퍼져있는 내용을 근거를 바탕으로 바로잡는 강의를 진행했다. 참석자들 대부분은 이런 내용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는 반응이었다. 의사들조차도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일반 국민들은 오죽할까?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최근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이 2018년에 배운 '한의학의 이해' 강의 자료를 얻게 됐다. 강의를 맡은 부산대 한방병원 교수는 복수면허자임에도 128페이지짜리 슬라이드에는 비판적 관점 없이 한의학 이론과 일방적인 한의학 홍보 내용이 가득했다. 

의사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들, 최고 권위의 과학학술지 <Nature>가 여러 차례 논평을 통해 한의학의 이론과 치료법이 근거가 없으며 해로울 수도 있다고 지적한 사실도, 침술에 대한 엄밀한 임상시험에서는 진짜침과 가짜침 그룹에 효과 차이가 거의 없어서 의학계에서 침 치료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사실도, 코크란의 한약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 수십편에서 사용을 권고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제시한다는 사실도, 한방치료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들도, 미국의 대형 암센터 등에서는 한의사(acupuncturist 면허자)가  마사지사 등과 함께 보완통합의학 부서에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일부분의 환자에게 침 치료를 하며 한약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 등은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 

의사들은 스스로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도 한의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의사들은 최근 들어서 의과의료기기를 호시탐탐 노리고, 심지어 일부 의과전문의약품에 대한 사용권도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의 한방 치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사회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데, 추나 급여화에 이어서 첩약까지 급여화가 된다면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까지도 점점 더 갉아먹게 될 것이다. 

산재한 문제들에 대해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의 대응만으로는 부족하다. 한의사들이 왜 사용할 자격이 없으며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될지 한의사와 한의학에 대해 더 많은 의사들이 이해해야 한다.

의과대학의 한의학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귀중한 강의 시간이 한의사들의 홍보의 장으로 이용된다면 교육을 안 하느니만 못하다. 대한민국의 비합리적인 제도와 왜곡된 현실에서 의사 스스로와 환자를 지키기 위해 한의학의 진실을 이해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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