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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계, 중국 양심수 강제장기적출 범죄 연루 안돼"

"의학계, 중국 양심수 강제장기적출 범죄 연루 안돼"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0.06.0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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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AC, 서한문 통해 세계 의대·의료기관 등에 호소
"중국 이식센터 제휴 등 대외협력 정책 점검 필요"

중국내 불법적 장기이식 행태에 대해 세계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에 국제연대 ETAC가 세계 각 의대·의료진에게 "반인도주의적 범죄에 연루되지 말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중국 내 이식오용 종식을 위한 국제연대(International Coalition to End Transplant Abuse in China·ETAC)'는 서신문을 통해 "중국은 지난 20여년간 양심수에 대한 강제장기적출 범죄를 은폐해 왔다"며 반인도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호소했다.

ETAC은 지난 해 말부터 세계 의과대학·의료기관 등에 서한을 보내 "국제법상 반인도범죄에 연루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 정책을 수립할 필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중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양심수에 대한 강제장기적출은 윤리적으로도 허용될수 없을뿐 아니라 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 등과 마찬가지로 향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될 반인도범죄이기 때문에 대학 등은 중국 이식센터와의 제휴 등의 방식으로 이런 범죄에 연루되지 않도록 대외협력 정책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내 강제장기적출에 대한 의혹은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고 수많은 정황증거가 보고됐다. 지난 2016년에는 유럽의회·미국 하원에서 강제장기적출 종식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됐지만, 중국은 '정치적 음모론'으로 일축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코로나19에 대한 정보 은폐와 선전, WHO 등 국제기구에 대한 영향력 행사 정황 등이 드러나며 미국·캐나다·영국·호주·유럽의회 등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불신이 심화됐고, 그간 은폐해 온 강제장기적출 이슈에 대한 논란이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전문이 공개된 '중국재판소'(China Tribunal)의 판결은 이런 국제사회의 논의를 가속화시켰다.

중국재판소는 중국 내 양심수에 대한 강제장기적출 사안을 다루는 영국의 민간독립법정이다. 재판부는 구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CTY)에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에 대한 기소를 이끌었던 영국여왕 칙선 변호사 제프리 니스경을 비롯 7인의 전문가로 구성했다. 중국재판소는 2018년 말부터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증거조사와 공판절차를 거쳐 지난해 6월 최종심리 결과를 발표했으며, 올해 3월에는 총 500쪽이 넘는 방대한 판결문을 공개했다(https://chinatribunal.com/final-judgment/).

중국재판소는 만장일치로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중국 내 양심수들에 대한 강제장기적출이 상당한 기간에 걸쳐 일어났고 매우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였으며, 파룬궁 수련자와 위구르족에 대한 반인도범죄가 자행되고 있음이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각국 정부와 개인은, 중국과 어떤 방식으로든 실질적인 연계를 맺고 상호작용을 하고 있을 경우, 위와 같은 범죄를 저지른 범죄국가와 상호작용을 하고 있음을 인지해야만 한다"며 중국과의 거래에 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UN인권이사회는 제42차 총회에서 중국재판소 판결을 다뤘고, 영국 상원과 외무부, 미국 국무부, 호주 외교통상부, 유럽의회 인권소위원회 등에서도 중국재판소 판결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상원은 외무부를 통해 중국의 이식시스템이 윤리적이라고 변호해왔던 WHO에 대해 그 근거를 밝히라고 압박하고 있으며, 호주 외교통상부는 호주 대학들에 중국재판소 판결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호주 왕립 내과전문대학은 성명서를 발표해 구성원들로 하여금 수감자나 소수민족, 종교소수자 등 취약계층을 장기 공급원으로 사용하는 의료진과 연구·임상·교육 방면의 협업을 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영국왕립외과전문대학도 판결 내용을 정식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중국재판소 재판부 구성원을 면담할 계획이라고 전해왔다.

이은지 ETAC 한국지부 대표는 지난달까지 한국의 모든 의과대학 및 의료기관, 유관 NGO에 대해 중국재판소 판결 내용 및 이후 진행상황을 알리는 메일을 발송했다고 전하고, "중국재판소 판결문에서 확인된 사항이 매우 중차대한 만큼 각 대학과 의료기관이 해당 내용을 진지하게 검토해 법적·윤리적 리스크를 회피할 것"을 당부했다.

석희태 전 대한의료법학회장도 "중국 내 강제장기적출 이슈는 우리나라 의료법학계에서도 정식으로 다뤄야 할 문제"라며 "단순히 원정장기이식이나 의료윤리의 미시적 차원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종교의 자유, 인권 전반의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중국 내 장기 공급원은 민주인사, 소수민족 독립운동가, 신앙인 등 정치적·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박해받는 무고한 피해자들로 조사됐다.

오는 10월 8일부터 시행되는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2020. 4. 7. 법률 제17214호로 개정) 제27조의2에 의하면 해외에서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는 귀국 후 30일 이내에 이식받은 의료기관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서면에 기재해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해야 한다.

ETAC의 자문위원이자 지난 10여 년간 중국 내 강제장기적출 사안을 추적해 온 캐나다의 데이비드 메이터스 변호사는 불법 해외원정장기이식을 관리하기 위한 한국의 이와 같은 입법 성과에 대하여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면서, 향후 보건복지부령에서 정할 '환자의 서면보고 사항'에 ▲이식 받은 장기 ▲장기이식 받은 국가·지방·병원·병동 ▲수술 의사 기타 환자가 접촉한 의료인 이름 ▲제공·처방 받은 약품 ▲청구 받은 비용과 병원·의료인 및 중개인에게 지급된 비용의 총액 ▲비용의 지급방법과 지급상대방, 현금이 아닌 경우 지급방식 ▲장기이식을 연계한 사람이 있다면 그 이름과 연락처 ▲장기이식 전후 외국에서 체류한 기간과 일별 체류 장소 ▲장기이식 전후 입원기간 및 일별 체류 부서 ▲장기이식 전후 환자에게 제공된 약품 및 사후관리를 위해 추천 받은 약품에 관한 정보 ▲장기이식 수술의 기획 경위 및 기획자에 관한 정보 ▲당해 장기이식 수술 장소에서 이식 수술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위에 관한 정보 등이 포함된다면 새로운 입법을 효과적으로 뒷받침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TAC(https://endtransplantabuse.org)은 2014년 중국 내 강제장기적출 의혹에 대응해 국제 의료윤리 기준을 수호하기 위해 각국의 법률·의료·인권 전문가 등이 모여 결성한 국제 연대다. 전 유럽의회 부의장 에드워드 맥밀란 스콧, 노벨평화상공동후보에 오른 캐나다 전 아태담당 국무장관 데이비드 킬고어와 인권변호사 데이비드 메이터스, 저명 생명윤리학자 아서 캐플란 교수 등이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TAC의 국제자문위원회 의장인 웬디 로저스 호주 매쿼리대 교수는 2000∼2018년 중국에서 발표된 장기 이식 논문 445편 중 99%에서 장기 기증 동의 여부가 표시돼 있지 않음을 밝혀낸 공로로 2019년 네이처 선정 '10대 과학자'에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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