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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혼란' 속 등교 개학…에어컨, 의외 '코로나' 복병 될 수도
'우려·혼란' 속 등교 개학…에어컨, 의외 '코로나' 복병 될 수도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5.2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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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마스크·손 위생 기본, 환기·소독 철저해야!"…'블렌디드 수업' 병행 등 권장
방역 당국의 노력에도 교육 현장 '혼란'…현직 보건교사 '개학 반대' 청원도 등장
그래픽·일러스트 / 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그래픽·일러스트 / 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의협신문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학사일정으로 인해 초·중·고, 유치원 등에서 개학을 시작하고 있는 가운데 에어컨 사용이 의외의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교육 현장에서는 '혼란스럽다'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일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 이어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 유치원 등의 2차등교수업이 27일부터 시작됐다. 이태원 발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는 등 우려 속에서도, 초·중·고, 유치원 전체 등교 개학의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마스크 착용과 손 위생은 물론, 환기와 소독 역시 철저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갑 한림의대 교수(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는 본격 개학을 앞두고, 개인 SNS를 통해 에어컨으로 인한 비말 확산을 우려했다.

이재갑 교수는 "에어컨 때문에 비말이 확산되는 부분이 우려된다. 더 큰 문제는 확산된 비말이 광범위하게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에, 환기를 통해 감염성 비말의 농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어컨을 사용할 경우, 실내 공기가 자연 상태보다 더 빠르게·골고루 순환된다. 이는 곧 감염 비말이 멀리 확산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직 더위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곧 다가올 무더위에 에어컨 사용은 불가피한 상황.

이러한 전문가들의 우려에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7일 브리핑을 통해 에어컨 관련 권고 사항을 발표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 총괄 조정관은 브리핑에서 "환기가 가능한 시설은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사용하되, 최소 2시간마다 1회 이상 환기를 해야 한다"며 "에어컨 바람이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고, 바람 세기를 낮춰 사용해야 한다"고 권장했다.

이외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방역 수칙은 역시 '마스크 착용', '두 팔 벌려 거리두기', '손 위생 및 소독 철저' 등 지역감염 방역 수칙의 기본들과 동일했다.

박민선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은 "마스크를 쓰는 것 이외에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일정 시간 간격으로 손 세정제로 손을 씻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며 "친구 간에도 직접적 신체 접촉을 가급적 줄이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시 마스크 착용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킬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생활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민선 교수는 "가능한 점심시간이나 중간 쉬는 시간에 바깥 공기를 쐬고, 이때 마스크를 벗을 수 있도록 물리적 거리두기를 할 것, 그리고 가급적 창문을 모두 열어 환기를 충분히 할 것을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급식과 관련해서는 "학교급식은 시차 급식과 함께 학생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 줄 식사, 식탁 가림막 설치, 별도 공간 급식 등 기존의 방역지침을 학교 상황에 따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재갑 교수 역시 "환경소독과 손 위생을 특히 강조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수업 전 다 함께 손 위생제로 손 소독하기 ▲수업 중 소독 티슈로 책상 등 소독 실시하기 등을 권장하며 "마스크의 올바른 착용은 기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블랜디드 수업방식의 적절한 활용도 권장했다.

이재갑 교수는 "고3, 중3, 초1, 2가 등교수업이 불가피하다면, 교실 내 밀집도를 낮추는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등교 필수 학년 외 다른 학년들은 온라인 수업을 중심으로, 등교 수업을 보완적으로 진행하는 Blended and Flip learning 방법을 안착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블랜디드 수업 방식은 현재 대구지역에서 적극 실시하고 있는 수업 방식으로, 원격수업과 대면 수업을 혼합해 학생 간 접촉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재갑 교수는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해당 환자가 지역 사회 감염을 촉발할 수도 있는 부분이 있다. 지역사회감염 측면에 있어서, 학교는 개학 자체에 대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학교 차원의 지속·철저한 방역을 재차 당부했다.

방역 당국은 27일 등교 개학에 맞춘, '학생 마스크 착용 지침 보완 안'을 함께 밝혔다.

학생들은 교실, 복도 등 실내 공간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이때 KF94, KF80 마스크 외 덴탈 마스크와 면 마스크도 허용된다.

단, ▲머리가 아프거나 숨이 찰 때 ▲운동장 등 실외에서 다른 사람과 2m 이상 거리를 유지하고 있을 때 ▲거리 유지가 가능한 소규모 수업을 하는 경우 등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방역 당국의 노력에도 교육 현장 '혼란'…"등교 개학 취소해달라" 보건교사 청원까지 등장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2020. 5. 27. 오후 5시 기준) ⓒ의협신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2020. 5. 27. 오후 5시 기준) ⓒ의협신문

한편 방역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 교육 현장에서는 '너무도 혼란스럽다'는 불만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A교사(서울 소재 S고등학교)는 [의협신문]과의 통화에서 "교육부의 지시사항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고 있다. 현장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너무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A교사는 "교육부에서는 방역 인력 관련 인건비만 보내놓고, '방역을 철저히 하라'고 한다. 모든 게 '갑자기'다. 검증된 전문 인력을 중앙에서 뽑아 보내주는 형태가 돼야 맞는 것 아닌가? 너무도 무책임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처음 3학년 학생들만 개학한 상황에서는 보건 교사분께서 혼자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2학년 확대 개학 이후, 상당히 버거워하고 있다"며 "초반에 틀을 잡고 지시를 내리는 형식이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을 봐서 지시사항을 계속 바꾸고 있다. 현장은 생각보다 혼란이 상당하다"고 한탄했다.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역시 본인을 현직 보건교사라고 밝힌 청원인이 '등교 개학은 누굴 위한 것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 교육 현장의 혼란을 전해 주목을 끈 바 있다.

청원인은 "지난 2월부터 학교는 혼란 그 자체다. 계속된 매뉴얼 변경, 학사일정 변경 등이 있었지만 담임교사들은 하루 6시간씩 전화상담, 교과 교사들은 급작스럽게 시작된 온라인 수업으로 맨땅에 헤딩하듯 무에서 유를 창조해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건교사는 학교 하나를 책임지는 방역 책임자로 학교 매뉴얼을 짜고 물품을 시키고 정리하고 나 홀로 학교 발열 체크는 어찌할지, 소독은 어찌할지, 체온계 구매는 어찌할지 등 홀로 싸우고 있었다. 인력 지원은 전혀 없었다"라고 하소연했다.

청원인은 "이제는 정말 참기가 힘들다. 고3 등교 개학을 한 오늘. 오늘의 상황을 장관님과 교육부 관계자는 아는가?"라고 물으며 "학교에는 정확한 매뉴얼이 하나도 없다. 그저 아주 큰 뜬구름 잡는 소리만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자가진단에서 등교 중지한 학생들은 학교 나오지 말고 선별진료소 보내라고 했다. 선별진료소 전화했더니 그런 소리 처음 듣는 내용이고, 와봤자 의사가 문진 후에 코로나와 관련 없으면 코로나 검사도 안 해준다고 한다"면서 "정말 이건 아니다. 오늘 딱 하루 딱 한 학년 왔는데도 전혀 통제가 안 되고 학교가 난장판"이라고 한탄했다.

해당 청원은 27일 기준, 14만여 명이 동참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혼란은 생각보다 크다는 데 공감 의견이 모이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학교 현장은 앞으로 전면 확대될 등교 개학, 그리고 계속되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상황 속에 놓였다. 정부가 학교 현장과 지침 사이의 간극 등 문제점 파악과 이에 대한 구체적 매뉴얼, 지원방안 등을 마련하지 않는 한, 현장의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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