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십자가 벌판
[신간] 십자가 벌판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0.05.2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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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를로스 알폰소 지음/김애양 옮김/도서출판 재남 펴냄/1만 5000원

전쟁은 인격을 말살한다. 하물며 같은 민족끼리의 분쟁은 그 깊이를 더한다. 그곳에선 개인의 죽음은 전체의 죽음으로 확대된 채 삶 자체가 지옥이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장은 그대로 신과 마주하는 곳이다. 폭탄이 쏟아지는 곳에서 종교는 어떤 역할을 할까. 극명하게 갈린 그들의 신은 같다. 게다가 정의롭고 올바르게 살고자 한 이들이 전쟁터의 주검으로 흩어진다. 신은 누구의 편인가?

김애양 한국의사수필가협회장(서울 강남·은혜산부인과의원)이 멕시코 작가 까를롤스 알폰소(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의 장편소설 <십자가 벌판>을 우리글로 옮겼다.

이 책에는 세계 도처에서 발발하고 있는 내전의 참상이 옮겨진다. 권력자에게 억압받는 민중들, 시민에 맞선 정부군, 외국 자본의 도움을 받는 반란군 등 그들 속에 내재한 첨예한 갈등은 인간의 본질을 무너뜨린다.

사람들은 서로 연결돼 있다. 누구든 자신의 삶에만 관심을 갖지만, 누구라도 다른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은 전쟁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인간의 본질이 부서질 때 인간의 혼과 맺어지는 깊은 관계를 살천스레 드러낸다.

<십자가 벌판>은 한 나라에서 혁명으로 인해 정부군이 붕괴되는 과정을 다룬다. 각 장의 주인공인 여덟 명의 등장 인물은 묘지에 들어가기 직전 상태에 있다. 그들은 정부군의 구성원으로서 권력의 횡포와 구조의 억압속에서 짓눌리거나 튕겨 나간 '죽음의 양태'를 보여준다. 각 장 끝에서 핵심 인물들이 죽고, 그것을 앞뒤로 명부의 이야기와 성경구절로 액자를 이루면서 묵시론적 세계의 이야기가 된다. 각 장의 인물들은 복잡한 심리를 보여줄 틈도 없이 죽음에 이르는 데, 미리 결정된 형식 속에서 죽은 사람의 영혼은 도대체 이 죽음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되물으면서 신과 인간을 둘러싼 틀의 문제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당신께서 계획하신 우리들의 운명이 두렵습니다. 이런 일을 겪을만큼 우리가 나쁜 일을 했습니까? 왜 당신을 두려워하라고 가르치셨나요? 왜 당신과 함께 평화롭게 사는 방법을, 또 저를 둘러싼 세상과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으시나요? 이 모든 걸 이해하기 위해 무슨 일들을 더 치러야 하는 겁니까?"

현실은 파괴되고 사람들은 죽었다. 그러나 신은 최소한의 삶의 의미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도 사람들은 신앙을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삶이 한낱 환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다가선다. 여기와 저기, 이승과 저승, 현실과 영의 세계를 보여주면서 삶의 가치를 성찰하고 구원의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 책을 옮긴 김애양 원장은 1998년 수필가로 등단한 후 2008년 제4회 남촌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집으로는 <초대> <의사로 산다는 것 1,2> <위로> <명작 속의 질병이야기> <유토피아로의 초대> <아프지 마세요> <고통의 자가발전소> 등이 있다. 현재 계간 <문예바다> 편집위원과 의사수필가동인 한국의사수필가협회장을 맡고 있다.

1964년 국내 최초로 세익스피어 작품 37개를 모두 완역한 영문학자 선친 김재남 선생의 영향으로 문학에 대한 동경을 이어가고 있는 김 원장은 사이버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후 CUFS 스페인어 번역사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스페인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와의 인연으로 이 책을 번역했다(☎ 070-8865-5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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