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가 되살린 잊혀진 전쟁 '마산방어전투'
개원의가 되살린 잊혀진 전쟁 '마산방어전투'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0.05.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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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대균 원장 "70주년 맞은 6·25 한국전쟁 잊혀져 가는 게 안타까워"
美국립 문서보관소 '미25보병사단 전투일지' 입수...60일 혈전 재조명
[마산방어전투] 표지. 미보병25사단장이자 마산 사수의 특명을 받은 특수임무부대를 진두지휘한 윌리엄 B. 킨 소장과 북한군의 대대적 공세에 위기에 직면한 임시수도 부산의 긴박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그림. ⓒ의협신문
배대균 원장이 집필한 [마산방어전투] 표지. 미보병25사단장이자 마산 사수의 특명을 받은 특수임무부대를 진두지휘한 윌리엄 B. 킨 소장과 북한군의 대대적 공세에 위기에 직면한 임시수도 부산의 긴박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그림. ⓒ의협신문

역사학자나 군인도 아닌 한 원로 개원의가 6·25 한국전쟁사 중에서도 절체절명의 부산 임시수도 함락 위기를 이겨내는 데 결정적인 분수령으로 작용한 '마산 전투'를 다룬 <마산방어전투>를 출간, 눈길을 끌고 있다.

<마산방어전투>를 출간한 주인공은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배신경정신과의원을 개원하고 있는 배대균 원장.

배 원장은 "6·25전쟁으로 한국군 14만 명, 유엔군 16만 명, 북한군 93만 명, 중국군 100만 명, 민간인 25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전쟁고아 10만 명과 이산가족 1000만 명이 발생했다"면서 "70주년을 맞는 6·25전쟁의 비극이 잊혀져 가는 게 안타까웠다"고 <마산방어전투>를 출간한 배경을 설명했다.

1935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난 배 원장은 15살 나이에 전쟁의 참상을 목도했다. 1961년 부산의대를 졸업하고, 1966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면서 해군 대위로 임관했다. 1968년 백구부대 의무관으로 월남전에 참전했으며, 1969년 해군 소령으로 예편했다.

두 차례 전쟁의 상흔을 가슴 속에 묻어둔 채 틈틈이 수필을 쓰며, 평범한 개원의로 살았다. 하지만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6월이면 불현듯 떠오르는 전장의 상흔에 가슴이 시렸다.

배 원장은 우연한 기회에 2009년 미국 작가 바르 드러리와 톰 클라빈이 저술한 <The Last Stand of Fox Company>를 접했다. 틈틈이 번역하고, 전쟁사료를 수집한 끝에 2014년 <장진호 전투(폭스 중대의 최후의 결전)>라는 번역서를 출판했다. 

<장진호 전투> 출판을 계기로 한국전쟁 중 가장 길고, 많은 희생자를 낸 마산전투를 역사에 기록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싹텄다. 

60일간 계속된 마산전투에서 1천여명의 국군이 전사하고, 5천여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북한군은 4천여명이 죽고, 3천여명이 포로가 됐다. 하지만 마산 대혈전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손담 6·25참전유공자회 창원시진해지회장과 함께 2년 6개월 동안 마산전투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현장 발굴과 해병대 군사연구소의 고증을 거쳐 2018년 <마산방어전 루트를 찾아서>를 발간했다. 

하지만 미군과 UN군에 관한 자료가 없어 아쉬움을 느꼈야 했다. 수소문 끝에 미국 국립 문서보관소(National Archives)가 마산을 사수한 미25보병사단의 방어전투일지를 보관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어렵게 구한 전투일지는 A4용지 500매 분량에 달했다.

3년 넘게 전투일지를 번역하면서 뜻 있는 지역 인사들과 마산·함안 전투 유적발굴팀을 꾸려 현장을 누볐다. 피아간 19번이나 고지의 주인이 바뀐 서북산과 여항산을 답사하고, 흩어져 있는 자료를 모았다.

<마산방어전투>는 1950년 8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미25보병사단의 마산 방어전투 일지(War Diary)와 한국군·한국 해병대·한국 전투경찰 등의 마산·함안·고성 지역 전투일지를 토대로 60일 동안 부산 임시수도를 사수하기 위한 피와 죽음의 기록이다.

"번역작업을 하면서 참 많이 울었습니다. 사랑과 평화가 무엇이길래 수 많은 젊은이들이 이름도, 아는 사람도 없는 이역만리 한국에 와서 생명을 걸고 싸웠는지…." 

배대균 원장(경남 창원시·배신경정신과의원) ⓒ의협신문
배대균 원장(경남 창원시·배신경정신과의원) ⓒ의협신문

<마산방어전투> 표지에는 미보병25사단장이자 마산 사수의 특명을 받은 특수임무부대를 진두지휘한 윌리엄 B. 킨 소장과 1950년 8월 부산 임시수도 50km 앞까지 밀고 내려와 대치하고 있는 일촉 즉발의 당시 전황을 담았다.

<마산방어전투>를 읽다보면 '귀신 잡는 해병대'라는 해병대의 상징어가 나오게 된 이유, 세계 전사상 처음 등장한 보급품 지게부대, 진주와 공주 등에서 자행한 양민 학살 현장의 참혹상도 마주할 수 있다. 반순열 전 육군 소장(39사단장·2군 사령부 부사령관)이 감수를, 손담 6·25참전유공자회 창원시진해지회장이 자료 정리를 도왔다. 

배 원장은 "마산이 무너지면 부산이 함락되고, 나라가 전복될 수 있는 위급한 상황에 대한 기록"이라며 "이 번역서가 잊혀져가는 마산방어전투를 소개하고, 6·25 전사에 기록되어 역사 보존의 한 장이 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고 밝혔다.  배대균 원장 전자우편(bnp1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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