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2
응급실 2
  • 김호준 인턴(대전 을지대학교병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5.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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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2

 밤마다 파도를 노린다 한참 이는 절규를 통째로 들어내는 바람 맞으며 사람을 일어설 수도 없게 짓누르는 고독을 잰다 전염처럼 쓸고 지나가는 폭풍 아래서 해변 모래의 도둑 발자국을 찾는 것이란 힘겨운 일이다 모든 발열이 홍역과 같이 흔적을 남기지는 않으므로 잘 개어진 수면 위로 귀를 기울인다 오늘은 그곳에서 한 사내가 훔쳤던 물건을 찾았다 그의 어머니는 그것을 아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라고 말했다 소리는 불볕더위를 몰과 와 오늘의 바닷물을 더 파랗게 만들었다 한쪽으로 부르르 떨리는 사내의 팔이 잡풀처럼 떠오른다 나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채 젖은 종이를 꺼내 가사를 베껴 적었다 한물 지난 유행가와 함께 잊힐 그의 병명도, 해가 뜨면 다시 불거질 바닷물도 사내라는 이름만큼 차갑겠다 어머니의 날카로운 오열이 응급실로 퍼지면 나는 다른 바다로, 아니 수온만 조금 다른 바다를 향해 빨려 들어갈 것이다 어느 사내가 훔친 물건을 찾기 위한 이 습관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김호준
김호준

 

 

 

 

 

 

 

 

▶ 대전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2014년<시와사상>등단. <필내음>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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