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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19 17:45 (화)
의료기관도 코로나19 긴급 지원 필요
의료기관도 코로나19 긴급 지원 필요
  •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 (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5.1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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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덕분에'?…말보다 실질적 보상으로 마음 보여주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벌써 3∼4개월간 지속되고 있다. 조금 좋아지나 했더니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몇일 전 이태원에서 집단 감염이 생겨버렸다. 코로나19는 쉽게 종식되긴 어려워 보이고, 언제 또 대규모 감염이 올지 모른다. 

지난 2∼4월 코로나19의 감염을 우려한 환자들은 의료기관 방문을 최대한 자제했다. 중증 환자들이 찾는 소위 big 5 등의 대학병원들도 외래가 20∼30%까지도 급감하고, 입원도 10∼15%정도 감소했다. 내원 환자 수의 감소도 있지만 코로나19 환자 발생에 대비해 병실이나 중환자실을 비워두거나, 당장 급하지 않은 종합검진센터 수진자를 줄이는 등으로 인해서도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별 진료소의 운영 인력이나 시설 투입, 감염 관리 업무 증가, 소독제 등 방역 용품 소모 등에 적지 않은 비용이 소모되었다. 수익감소와 비용증가가 맞물리면서 경영 상황은 악화됐다. 환자가 30% 이상 감소한 중소병원급이나 의원급의 경영 상황은 더 심각하고, 심한 곳은 존폐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한다.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되면 결국 의료기관들의 연쇄적인 도산 및 지역의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의료기관들은 의료수익 순이익률이 1%대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단 몇 개월의 적자로도 경영상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정부에서 코로나19 진료로 인한 손실을 보상해준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코로나환자를 직접 치료한 기관이거나, 폐쇄나 업무 정지 조치를 받은 기관이 아니면 해당사항이 없다. 또한 손실 보상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메르스 때 직접 손실액의 절반도 보상받지 못한 경험 때문에 큰 기대를 가지기 어렵다.

이에 따라 많은 의료기관이 자구책으로 비상경영에 들어가고 있다. 긴급하지 않은 설비 보충이나 노후시설 리모델링 중단은 물론, 인건비 절감을 위해 직원들에 대한 상여금과 휴가비 삭감, 승진 보류, 급여 반납을 고려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관은 최대한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무급휴가, 무급휴직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비정규직의 경우 계약 종료 등에 맞춰 고용을 중단하고 신규 필요인력을 보충하지 않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대구지역 집단감염의 한 가운데 있던 계명대 동산병원에서도 경영악화를 이유로 수십 여명의 계약직 직원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기도 했었다.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코로나19의 2차, 3차 확산은 언제든 생길 수 있다. 언제 어느 지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의료수요가 급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미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계속된 코로나19 예방 조치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인 피로가 과중한 상황이다.

그런데, 의료기관들이 경영악화를 버티지 못하고, 의료인력들이 감축돼 버리면 그때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감염이 터지고 나서는 재정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임시로 일할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목숨을 걸고 하는 위험한 일을 임시로 와서 할 사람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  

우리나라의 의료기관들은 대부분 민간의료기관이지만, 정부 방침에 맞춰 선별 진료소를 설치하고, 병의원 입구에 인력을 따로 배치해 환자와 보호자들의 열을 체크하고 소독을 하면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

만일 우리나라도 유럽 일부 국가들처럼 의료기관이 모두 정부나 지자체가 소유한 공공기관이고 의료진이 공무원 내지는 준공무원이었다면 어땠을까? 손실은 모두 정부가 세금을 메우고, 의료진들도 급여나 고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로 인해 다른 영리의료활동도 할 수 없고 실제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손실이 발생하면 그때는 민간기관들이니 자체적으로 모든 손실을 감당하라고 하는 것이 합당한가?  

현재 전국민에게 긴급 재난 지원금을 나누어 주고 있다. 항공산업에는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마련했다고 한다. 의료기관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본 곳 중의 하나이다.

코로나19로도 힘들었는데, 비상경영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의료기관과 의료기관 종사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코로나19 긴급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환자들이 감소해 건강보험료 지출이 줄었을테니, 건강보험 재정에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진 덕분에'라면서 엄지를 들어주는 캠페인이 유행이다. 정작 주변의 의료진들은 그 캠페인을 보면서 오히려 씁쓸한 느낌만 가지는 것 같다. 진짜 의료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면, 말로만 때우지 말고, 실질적인 보상을 해줌으로써 감사의 마음을 보여주면 좋겠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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