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의료기기 이제부터 믿으셔도 됩니다
국산 의료기기 이제부터 믿으셔도 됩니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0.05.13 11: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개 부처 참여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단' 발족
6년간 1조 2000억 투입…지속가능한 의료기기 R&D 집중 지원
인터뷰 - 김법민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단장

'명품' 국산 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대장정이 시작됐다.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자원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4개 부처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단'이 5월 13일 개소식을 열고 첫 발을 뗀다. 이 사업에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6년간 총 1조 1971억원이 투입된다.

사업단의 최우선 과제는 국산 의료기기가 실제로 의료 현장에서 쓰일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그동안 연구개발 단계에서 좌초된 전례를 반면교사 삼아 지속가능한 의료기기 R&D를 지원하고 임상현장에서 활용되는 의료기기를 개발하며, 이를 통해 미래형 의료기기시장 선점에 나설 계획이다.

김법민 사업단장(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은 지난 3월 16일 취임이후 한국연구재단·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에서 파견된 전문인력으로 자문단을 구성하고 30여차례의 회의를 통해 사업단 운영 방향과 형태를 설정하고, 내역별 RFP(제안요청) 조성 작업을 진행했다. 사업단 발족 이후에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완성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10여년간 의료기기 관련 정부 사업을 맡아 온 김 단장에게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이번 사업이 국내 의료기기 산업계에게는 큰 기회이자 위기라는 인식이다. 적어도 4∼5년 내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야 지속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6년 잔치로 끝내지 않고 후속 기획을 이어갈 토대도 만들어야 한다.

그가 내디딘 의미 있는 첫 걸음은 어떤 미래를 품고 있을까.

사업 줄기는 4개 내역사업이다. 알찬 결실을 위해 내실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1내역사업의 중심 축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제품 개발입니다. 이를 위해 명품화를 통한 국가대표 제품 개발과 함께 수요가 큰 품목군을 중심으로 시장 진출 전략을 우선적으로 마련할 계획입니다. 우리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2내역사업은 4차 산업혁명 및 미래 의료환경 선도에 주안점을 둡니다. 핵심기술개발에 상향식 기획 틀을 만들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경우 일부 톱다운 방식도 적용합니다. AI·빅데이터·IoT 등을 활용한 의료기기 출현에 적합한 새 시장 창출을 도울 것입니다. 의료공공복지 구현 및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3내역사업을 통해서는 사회적 가치 중시·공적급여제도 활용·틈새시장 선점 등을 도모합니다. 장애인지원의료기기·고령화기기·비대면 현장형기기 개발을 지원합니다. 마지막으로 4내역사업은 의료기기 사업화 역량 강화에 방점이 찍힙니다. 임상시험을 위한 연구비를 탄력적으로 지원하고 신규 기기에 대한 인허가 가이드라인도 개발할 예정입니다. 시장 진입을 위한 두터운 신뢰를 다지게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톱다운 방식의 과제 수행은 내용보다 형식에 치중할 수 있다. 사업단의 목표는 과정을 잉태한 내용에 있다.

"저희는 과제 수행과정에서 미들 업/다운 형태를 기본 원칙으로 합니다. 내역사업에서 품목군을 제시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유도하고 선정과정에서 결과에 대한 선순환을 이끌어내는 구조입니다. 과거의 시행착오가 주는 교훈이 있습니다. 의제 자체에서 세부적인 스펙까지 제시하면서 연구진 수가 제한되고 결국은 연구개발의 성과물을 사업화로 이어가는 고민보다는 과제 수행의 실패를 두려워하게 되는 잘못에 빠지게 됩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지름길을 찾고자 합니다."

큰 그림이니만치 산업계의 기대도 크다. 어떤 지원책이 준비돼 있을까.

"여러 기관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습니다. REP 유형은 전략제품형·품목지정형·조기성과창출형·핵심기술형·선도기술개발형 등으로 나눴습니다. 세 번째까지는 제품에 중심을 두고 있고, 네 번째부터는 기술개발형 사업입니다. 첫 번째 전략제풉형 사업에는 연간 15∼20억원이 지원됩니다. 품목지정형 사업에는 연간 10∼12억원, 조기성과창출형 사업에는 연간 3∼8억원, 핵심기술형 사업에는 연간 2∼3억원, 선도기술개발형 사업에는 연간 6∼8억원 규모로 각각 진행됩니다."

4개 부처가 합심한 사업이다. 그래서 걱정을 물릴 수 없다.

"사업 수행 중심 기관에 대한 균형이 녹록지 않습니다. 정부 기관인만큼 각자의 목소리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문화뿐만 아니라 언어도 다릅니다. 상당 시간이 서로의 폭을 좁히고 이해를 넓히는 과정이었습니다. 과거에도 이런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경우만은 제대로 해보자는 데 공감했습니다.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지는 않겠습니다."

'한국에서 의료기기를?'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은 오래됐다. 뿌리박힌 고정 관념의 벽도 있다. 어떻게 풀어갈까.

"국내 의료기기 산업 지형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기존에 나와 있는 글로벌기업의 제품을 상대로 하기보다는 지금 없는 것들을 찾아갈 것입니다. 어떤 것 만치 좋은 제품을 지향하기보다는 우리가 가진 기술력과 잠재력으로 새로운 것에 다가설 것입니다. 이미 여러 영역에서 기술적인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전문 연구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덧대고 싶습니다."

기술과 제도는 엇박자일 수 있다. 그래도 산업은 기술의 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은 비대면 의료기기의 출현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곁들여서 원격진료에 대한 부분도 사회적인 합의를 기대합니다. 저희가 앞설 수는 없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제대로 하자'는 입장입니다. 제도나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기술적으로 산업계는 원격진료에 대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 의료시스템에서 가능한 부분에 전력을 기울이지만, 제도나 합의가 이뤄질 때을 대비한 기술력의 진전도 담보할 것입니다." 

국산 의료기기의 문제는 늘 질보다는 현실이다. 아무리 잘 만든다고 과연 국내 의료기관에서 써줄까에 대한 의문이다. 고민이 깊어진다.

"어려운 문제입니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 발전의 수많은 장애 가운데 가장 힘든 부분입니다. 이제는 조금 전향적으로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나마 코로나19 상황속에서 인식은 조금은 달라졌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연착륙에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먼저 국내 의료기관 가운데 국공립 의료기관에서라도 일종의 포지티브 인센티브 방식을 도입해 국산 의료기기에 진입 활로를 뚫어주셨으면 합니다. 저희 사업단의 중심 과제 중 하나는 국산 의료기기의 신뢰성 확보입니다. 저희만의 노력으로는 어렵습니다. 함께 해야 이뤄질 수 있는 숙제입니다."

이미 시행중인 연구중심병원과 연계한 시너지는 낼 수 없을까. 다양한 스펙트럼이 간섭된다.

"저희가 설정한 RFP 의제에는 전과정에 의사의 참여를 원칙으로 합니다. 기획단계부터 의사들과 함께 하고 개발된 기술에는 공동의 지적재산권을 부여하고자 합니다. 연구중심병원제도를 통해 연구 분야에 대한 병원의 인식도 많이 개선됐습니다. 연구인력의 양과 질 면에서 큰 진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인프라를 통해 연구자들과 임상 의사들에게 너른 마당이 펼쳐질 것입니다."

5월부터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과 '체외진단의료기기법'이 발효됐다. 사업단의 기대도 남다르다.

"혁신의료기기법에서 제시한 군 지정 내용과 저희 사업이 유사합니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제입니다. 법 취지가 '지원'에 모아진다면 될 수 있는대로 많은 기업이 혁신의료기기 기업에 지정되고 주어지는 혜택이 발전의 마중물이 되기를 원합니다."

코로나19의 질곡을 지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병 관련 기기 지원방안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호흡기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기기개발 지원에도 전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에크모·이동형 CT·차세대 분자진단기기·음압이송장치·인공호흡기 등 다양한 형태로 사업에 포함돼 있습니다. 이밖에도 간염·결핵 등을 예방·치료하기 위한 의료기기 개발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보험급여 문제는 산업계의 숙원이다. 현장 목소리는 어느정도 수렴될 수 있을까.

"고생끝에 만든 의료기기가 수가 때문에 사장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재활치료기기를 만들었는데 도수치료와 수가가 같다면 현실성이 있을까…. 수가 이슈는 의료기기 개발 단계부터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사업단은 과제 선정후 특허청과 연계해서 제대로된 특허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진행할 것입니다. 특허 회피 전략·향후 RFP 진행 방향에 대한 숙고도 함께 할 것입니다. 수가문제에는 인허가 상의 문제를 미리 파악하고 R&D의 방향전환이 필요하면 제시할 것입니다. 사업단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기기 사업화입니다."

좋은 기기 개발이 대전제이지만 시장 진입에는 허가·승인 과정의 장벽도 높다.

"코로나19로 인해 진단키트·시약 등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긴급사용승인이라는 행정적 절차도 한 몫 했습니다. 산업계에서 바라는 것은 쉽게 해주는 게 아니라 빨리 해주는 것입니다. 신의료기술에 대한 보험등재 역시 패스트트랙이 가동되길 바랍니다. 전례가 생겼으니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기대합니다."

첫 발을 뗀 사업단의 지향하는 곳은 어딜까.

"의료기기 개발에는 정부·기업·연구자·병원·의사 등의 긴밀한 연계가 중요합니다. 최근들어 첨단복합단지·클러스터·테크노밸리 등 지역을 중심으로 의료기기 사업화를 위한 인프라는 조성돼 있습니다. 사업단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연구개발 성과물을 집약해 한 데 묶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국적인 네트워킹을 통해 의료기기 연구개발의 허브 역할을 맡고자 합니다."

"학생들이 일 하고 싶은 의료기기 기업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연세대 의공학부를 거쳐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에 몸담은 지금까지 그의 바람은 한 가지다. 학자와 교육자로서, 또 의료기기 발전에 오래도록 몸담은 행동가이자 기획가로서 지난 시간에도 앞으로도 가슴에 새긴 소망이다. 

늘 아쉬움으로 돌아섰던 과거는 지났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