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밀린 임금 의사 아닌 '사무장' 책임 판결
사무장병원 밀린 임금 의사 아닌 '사무장' 책임 판결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5.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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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근로계약 따른 임금 지급의무 처음부터 사무장에 귀속"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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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에서 일한 직원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사무장이 줘야 할까? 아니면 사무장에게 고용된 의사가 줘야 할까?

대법원은 4월 29일 사무장병원 운영과 관련해 근로기준법상 임금 및 퇴직금 지급 주체가 문제된 사건에서 사무장이 근로자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의사가 아닌 사람(속칭 사무장)이 의사를 고용해 의사 명의로 의료기관(속칭 사무장병원)을 개설·운영하면서 실질적으로 근로자를 채용한 경우에 근로기준법상 임금 및 퇴직금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는 사무장이라는 판단이다.

피고인 사무장 A씨는 제약회사를 퇴사한 후 경매를 통해 충청남도 S군 소재 건물을 부인의 명의로 매수했다.

A씨는 건물에 의료장비 등 의료시설을 갖추고, 평소 알고 지내던 의사 2명에게 월급을 지급키로 하고 고용한 다음 2014년 9월 27일 의사 2명 중 1명의 명의로 'OO병원'이라는 상호로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받아 2015년 8월 28일까지 병원을 운영했다.

A씨는 OO병원 총괄이사라는 직함으로 활동했고, 의사 명의로 개설된 병원 수입·지출 계좌의 통장을 소지하면서 보험급여 등 병원 수익금을 사용해 병원의 물적 설비를 구입하고, 인력관리를 위해 노무법인과 고문 계약을 체결하는 등 병원을 실질적으로 경영했다.

원고인 B씨를 포함한 직원들은 개설자로 신고된 의사를 사용자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지만, 실제 사무장 A씨가 B씨 등을 비롯한 OO병원 직원들을 채용했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직원들을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지휘·감독했다.

물론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했고, 의사 2명에게도 매월 약정된 급여를 지급했다.

그러나 B씨를 포함한 직원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B씨 등에 대한 임금을 체불했다는 근로기준법 위반의 범죄사실로 기소돼 2017년 7월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개설자로 등록된 의사도 동일한 근로기준법 위반의 범죄사실로 기소됐지만, A씨가 실질적인 사용자(경영자)이고, 의사는 피고용자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2016년 9월 무죄를 선고받고 제1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B씨는 한편으로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해달라며 A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원심(전주지방법원)은 B씨의 임금 및 퇴직금 지급 청구를 배척했다.

원심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인을 고용해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 신고를 하고, 의료기관의 운영 및 손익 등이 의료인이 아닌 사람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내용의 약정은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의사가 아닌 자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에 위반돼 무효이므로, 의료기관의 운영과 관련해 얻은 이익이나 부담하게 된 채무 등은 모두 의사 개인에게 귀속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무장 병원인 OO병원의 개설 및 운영을 위해 의사가 B씨 및 직원들과 체결한 근로계약에 따라 임금 및 퇴직급 지급 의무는 의사에게 있다"라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반대로 어떤 근로자에 대해 누가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서도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과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대법원 1999. 2. 9. 선고 97다56235 판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다107071, 107088 판결 등 참조)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대법원은 "B씨 등 직원들과 사무장인 A씨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성립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A씨가 B씨 등에 대해 임금 및 퇴직금 지급 의무를 부담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B씨 등과의 근로계약에 따른 임금 및 퇴직금 지급 의무는 처음부터 A씨에게 귀속되는 것이지 OO병원 운영과 손익을 A씨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의사와 A씨 사이의 약정에 따른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의사와 A씨의 약정이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되어 무효가 된다고 하더라도 A씨가 B씨 등에 대해 임금 및 퇴직금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데는 아무련 영향이 없다고 본 것.

대법원은 "원심판단에는 실질적인 근로관계의 성립 및 이른바 사무장병원에서의 임금 지급의무의 귀속 주체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라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전주지방법원에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고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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