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삼건축]과 함께하는 건축미학...병원 건축하기-(2)
[간삼건축]과 함께하는 건축미학...병원 건축하기-(2)
  • 이태상 건축가(간삼건축 병원팀 PM) tslee@gansam.com
  • 승인 2020.05.11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병원 건축, 이용·생활할 사람 많아…이들 생각·행동 담아야
유저 인터뷰 통해 이해관계 조정…설계 구체화 과정 거쳐

병원은 상당한 의지와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지는 건축물이다. 완성까지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생각이 공유되고 다양한 용도가 과밀하게 중첩된 건축이다. 직간접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해 초기부터 건축물로 완성되어가는 과정 중에 건축가가 이해하는 병원건축을 말하고자 한다.   
 

시작점

한쪽이 고정되고 허공으로 돌출돼 있는 구조를 캔틸레버라고 하는데 건축물의 긴장감이나 구조미를 살리면서 역동성을 표현할 수 있고 모서리에 기둥이 없기 때문에 직각의 연속된 창을 만들 수 있어서 건축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구조이다.

4.8m 길이에 0.5m 폭인 다이빙 스프링보드가 이러한 예로 끝점에서 반동을 이용하여 점프해 물속으로 들어가는 과정까지의 아름다움을 겨루는 다이빙 종목에 사용된다. 건축의 시작점에는 다이빙과 같은 과정이 있다. 한번 진행되어 현실화되면 되돌리기가 어렵다. 뒤로 돌아선다면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돼 버리고 다이버가 움직임을 시작하면 최고 점수를 받기 위해 어떻게든 입수까지 해야 한다.

스프링보드에 서기까지 지상의 수많은 훈련과 시뮬레이션이 결과로 나타나 듯 건축도 앞선 기획과 설계 과정이 충실해야 후회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 당연한 얘기일 것 같지만 많은 경우에서 기획의 과정이 생략되거나 너무나도 간략하게 이뤄진다. 목표하는 병상수와 면적이 설계를 시작할 때가 아닌 거의 마무리 시점에서 확정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카스텔베치오 박물관 / 스카르파 건축을 만끽할 수 있는 캔틸레버구조의 돌출 데크에 서면 긴장감과 개방된 시야를 제공 한다ⓒ의협신문
카스텔베치오 박물관 / 스카르파 건축을 만끽할 수 있는 캔틸레버구조의 돌출 데크에 서면 긴장감과 개방된 시야를 제공 한다ⓒ의협신문

 

병원, 의지와 목적이 있는 건축물

기획

기획단계는 건축에 대한 클라이언트의 의지와 생각을 글과 숫자로 전환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병원건축은 다른 건축물 대비 프로그램이 방대하고 복잡하며 사용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가 많기 때문에 이 과정이 특히 중요하다. 숫자라 하면 앞에서 말한 병상수가 있을 것이고 의료진수, 의료장비리스트, 예상환자수 등 챙겨야 할 다른 숫자들도 많다.

그래서 그런지 규모가 큰 프로젝트의 경우 기획이나 의료컨설팅을 회계 전문가를 포함한 집단과 같이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컨설팅의 결과는 비젼부터 수익성, 개원계획, 부지의 활용계획을 포함한 기획설계안까지 다양하고 광범위한 내용을 담아낸다. 컨설팅에 건축가가 참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불행스럽게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획의 후반전을 담당하게 될 건축가를 위해서 컨설팅보고서를 제공하면서 설계를 의뢰한다. 

건축 부지와 보고서의 프로그램이 시발점이 된다. 부지 크기에 맞지 않는 규모를 목표로 하여 위치나 경계 바뀌는 경우도 있고 인허가의 가능여부도 가늠하지 않고 규모가 산정되는 경우도 있다. 외국병원과 다르게 국내는 건축할 수 있는 땅이 여유롭지 않아 대부분 지하도 많이 이용하고 지상도  용적이 가능한 범위까지 기능을 적층하는 밀도 높은 건축의 결과로 나타난다.

어느 한곳을 누르면 다른 한곳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처럼 부지의 잠재력을 최대로 이용해야 나올 수 있는 건축을 해야 원하는 바를 충족할 수 있는 경우도 다반사다. 아키그램이 꿈꾸었던 걸어 다니는 도시(walking city)같이 되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렇게 기획은 부지의 여러 가능성들 속에 숫자로 나열된 목표를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과정이다. 목표가 적합한지 실제적인 검증을 하게 된다. 

 

워킹시티 / 1960년대 전위적 건축 집단 아키그램의 드로잉중 하나로 전통적인 건축과 부지의 관계를 새롭게 해석하여 자유로운 건축의 이상을 표현했다.ⓒ의협신문
워킹시티 / 1960년대 전위적 건축 집단 아키그램의 드로잉중 하나로 전통적인 건축과 부지의 관계를 새롭게 해석하여 자유로운 건축의 이상을 표현했다.ⓒ의협신문

설계

본격적인 설계과정에 진입하게 되면 커다란 입체적인 경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 급선무다. 회화의 밑그림, 조형물의 뼈대처럼 건축에서는 보이지 않은 요소들인 말과 글을 공간적으로 풀어내 주요한 삼차원의 선들을 구성한다. 내부와 외부, 층과 층, 사람과 자동차의 동선, 수직과 수평으로 혈관처럼 뻗어 있는 설비라인 등이 만들어내는 중첩은 선으로 변환되고 면과 공간으로 확장되어 건축의 한부분을 구성하기 위한 기초가 된다. 

G병원 본관 로비 및 지하 편의 공간. 기존 건축물 전면에 입체적인 경계를 만들어 새로운 공간으로 변환했다. (자료/간삼건축)ⓒ의협신문
G병원 본관 로비 및 지하 편의 공간. 기존 건축물 전면에 입체적인 경계를 만들어 새로운 공간으로 변환했다. (자료/간삼건축)ⓒ의협신문

이렇게 초기에는 다른 건축물들의 설계 과정과 비슷하지만 병원건축은 이용하고 생활할 사람이 너무나도 많고 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담아내야 한다. 그래서 규모와 배치의 윤곽이 잡히면 유저인터뷰라는 과정을 진행해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설계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유저와 건축가가 서로 준비되어 있으면 괜찮으나 그렇지 못하고 커다란 목표도 공유되지 않으면 원만한 진행이 어려워진다. 초기 기획에서 목표로 잡았던 면적을 2∼3배 초과해서 유저들이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부터는 의사결정과 갈등의 해소 과정이 프로젝트의 성패를 결정하게 된다. 마냥 유저의 요구만 들어주면 디스토피아가 될 수도 있다. 초기 목표를 잃지 않는 것이 건축의 품질을 좌우한다.

아래 소개하고자 하는 몇 개의 키워드는 실제 필자가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공간별로 지키고자 했던 것이다. 건축가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G요양병원 중정. 환자의 거주성을 위한 중앙의 커다란 중정공간은 밝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자료/간삼건축)ⓒ의협신문
G요양병원 중정. 환자의 거주성을 위한 중앙의 커다란 중정공간은 밝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자료/간삼건축)ⓒ의협신문

00병원 프로젝트를 위한 공간별 키워드

입원공간, 직원공간 : 거주성 고려
환자가 장기적으로 가장 오래 머무르는 공간인 병실의 환경을 향상시키는 것은 환자의 만족도와 직결된다. 그리고 의료진이 치료행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 또한 그만큼 중요한 요소다. 

외래 진료부 : 변화 대응하는 하드웨어
외래는 항상 변경에 대응해야 한다. 리모델링에 대비해야 하며 이를 위한 더미(dummy)공간이 필요하다.

중앙 진료부 : 효율성과 시스템 대응
병원건축에서 고치거나 변경하기가 가장 어려운 공간이다. 초기부터 수요를 면밀하게 고려하여 계획해야 한다.

공용 공간 : 감성디자인
병원의 공용공간은 건강한 환경으로 환자와 가족들을 연결시키고 치유의 흐름이 시작하는 장소이다. 의료의 기능뿐 아니라 적정한 편의시설 등을 포함하는 도시와 연결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인식해야 한다.

외관 : 도시와의 소통
병원을 너무 기능위주로 설계했을 경우, 건축은 따분해져 버리기 쉽다. 병원건축물도 도시의 풍경을 이루는 주요한 대규모 건축물이므로 지역민과 도시에 이해를 바탕에 두고 소통할 수 있는 외관과 외부환경의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랜드마크로서의 인지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탄소 소비 절감 + 에너지 절약
병원은 24시간 운용되며 내부의 온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므로 기본적으로 에너지 다소비건축물이다. '교토의정서' 체결 등으로 인해 탄소소비를 절감하는 방향이 대세이며 다양한 방법으로 탄소에너지에 대한 단가도 증가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다양한 에너지 절감 설계기법을 적용해야 한다. 물류서비스가 이뤄지는 공간도 효율적으로 설계해 병원의 물류가 지체되지 않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