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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면회 금지 유지 프로야구 개막만큼 고민했나?
요양병원 면회 금지 유지 프로야구 개막만큼 고민했나?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20.05.0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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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환자의 위안 코로나19로 막혀...대책 고민해야
정부 제한적인 면허 방안 가이드라인 만들어 배표해야
이경권 꿈이있는 요양병원 병원장ⓒ의협신문
이경권 꿈이있는 요양병원 병원장ⓒ의협신문

6일' 사회적 거리두기'에서'생활 속 거리두기'라는 이른바 생활방역으로 전환한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마스크 착용, 두 팔 간격 거리두기 등 방역 지침을 지키면서 행사와 모임이 가능해졌다.

프로야구가 정규시즌에 돌입했고, 프로축구도 곧 시작된다고 한다. 전 세계를 통틀어 정상적인 사회 생활에 근접한 유일한 국가라는 사실에 자부심도 느낀다.

내가 근무하는 요양병원은 정부가 코로나 대책을 발표하기 전부터 면회를 제한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면회금지를 먼저 실시했다.

진료원장이 세계적 유명인이 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과 함께 메르스 사태의 최일선에 섰던 공무원 출신이기 때문에 어떤 의료기관보다 방역을 철저히 했고 정부 시책을 따랐다.

우리 요양병원이 있는 광역시 시장이 이런 사실을 알고 방역 우수 요양기관으로 병원을 방문하려 하기까지 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요양병원 환자의 면회를 사실상 불허한다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6일자 발표가 있었다. 이해는 한다. 하지만 현장 상황에 대한 인식과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매우 아쉽다. 일선 요양병원에서는 매일 환자 보호자와 병원 직원 간 실랑이가 벌어진다.

시간이 갈수록 실랑이가 잦아지고 언성도 높아진다. 심하게 표현하면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환자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블루'라 부를 정도로 환자가 가족을 만나지 못해 생긴 우울감이 심해지고 있다.

식욕도 떨어지고 활력징후가 나빠지는 경우도 생긴다. 영양제도 드려보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초기 치매인 한 환자는 아예 식사를 거부한다. 남편분이 매일 병원에 오지만 면회를 못 하고 돌아가며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인간으로 하지 못할 일이라는 직원의 푸념을 듣는 기분이 어떤지 방역 관계자들이 알지 모르겠다. 베테랑 간호사에 의하면 가족 면회가 최고의 치료제라 한다.

이런 치료제를 사용하지 못하니 의료진도 환자 보기가 더 힘들다. 회진 때마다 몇몇 환자의 원망도 들어야 한다. 심지어 한 환자는 갑갑함을 이기지 못하고 병원을 뛰쳐나가 강제로 퇴원시키는 일도 벌어졌다. 왜 요양병원의 환자 면회 가이드라인을 빨리 마련해 주지 않는가.

2018년 기준 전국의 요양병원은 1445곳이고 연간 입원환자 수는 45만9301명에 이른다. 이런 분들에게 면회란 가족과의 유일한 접촉방법이고 세상과 소통하는 하나뿐인 수단이다.

입원기간이 짧은 급성기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처지와는 전혀 다르다. 그런데도 방역 당국은 요양병원 의료진과 직원에게 매일 체온을 측정하고 동선을 적어 제출하라는 행정명령만 내리고 면회는 금지한다.

프로야구나 프로축구보다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질병관리본부와 매우 긴밀하게 경기 진행의 가이드라인을 준비해 왔다는 보도를 접하고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요양병원은 고위험시설이라는 이유로 사회와 차단하는 조치만 취하면 그만인가.

협회와 긴밀히 논의해 석 달이 지난 이 시점에서는 외출·외박, 면회와 관련된 행동기준을 마련했어야 하지 않는가. 이발해 주시는 자원봉사자는 출입할 수 있는가. 웃음치료사는?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어 보호자를 만나게 해드릴 필요가 있는 경우도 출입을 금지해야 하는가.

임종이 임박한 환자의 경우는? 뭐라도 좋다. 특정한 장소를 지정해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보호자 1명에 한해 허용해 주는 것과 같은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는 절실히 필요하다.

K-방역을 진심으로 지지하는 한 사람으로 면회를 포함한 요양병원 출입에 대한 방역 가이드라인을 최대한 빨리 만들어 주기를 학수고대한다.

현장은 폭발 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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