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대불금 소송 '연패'…헌재 위헌소송 '마지막 기대'
손해배상 대불금 소송 '연패'…헌재 위헌소송 '마지막 기대'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5.0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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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조정중재원 대불금 원천징수 취소 소송서 의사 873명 항소 기각
의료분쟁조정법 대불금 강제 납부 관련 조항…위헌 여부 충분히 다퉈볼만
ⓒ의협신문
ⓒ의협신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중재원)이 손해배상 대불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의 일부를 원천징수한 것을 취소해 달라고 의사들이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란 조정중재원의 조정을 거쳐 배상금이 확정됐으나 요양기관이 배상금을 지불하지 못한 경우, 중재원이 대신 지급한 뒤 나중에 해당 요양기관으로부터 돌려받는 제도다.

중재원은 2018년 의원급 의료기관의 대불금 재원이 모두 소진됨에 따라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자 2만 9678명에 대해 기관당 7만 9300원을 손해배상금 대불비용(총 23억 5000만원)으로 원천징수한다고 공고했다.

그러나 의사 873명은 중재원의 대불금 원천징수를 용납할 수 없다며 '손해배상금 대불비용 부담액 부과·징수 공고 처분 취소'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고, 1심 재판에서 패소하자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이들은 "안정적 진료환경에 대한 보장 없이 일방적으로 당사자에게만 대불비용 부담의 의무를 지우는 것은 법 적용의 형평성에 어긋나고, 근본적으로 과실책임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불금 제도는 의료기관 개설자를 대상으로 재원을 확보하되, 금액과 납부·관리 등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어 헌법의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며 "개인의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 가능성도 존재한다"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4월 29일 의사 873명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선고했다. 이번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포함해 2012년부터 대불금 원천징수 취소 소송에서 의사들은 연패라는 성적표를 받게 됐다.

조정중재원의 대불금 원천징수 취소 소송은 2012년 처음으로 진행됐다. 또 대불금 원천징수를 규정하고 있는 의료분쟁조정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까지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소송도 지고, 헌법재판소에서도 '각하' 결정을 받았다.

2012년 소송의 발단은 조정중재원이 손해배상 대불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 약 35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지급해야 할 요양급여비용의 일부를 원천징수(징수 공고 처분)했기 때문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개설운영자 2만 9675명에 대해 기관당 7만 9300원을 부과한 것.

이에 손해배상 대불금 원천징수 통보를 받은 의사들은 중재원이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기 위해 마련해 둬야 하는 돈을 정부가 아닌 의료기관에 부담토록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대한의사협회는 이런 대불금 제도가 개인의 재산권 침해 등 위헌적 요소가 크다고 판단, 의사 30인 이름으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손해배상금 대불 시행 및 운영방안 공고 처분 취소 소송)과 대불금 원천징수의 법적 근거인 의료분쟁조정법 제47조의 위헌 여부를 밝히기 위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의사 30인이 낸 행정소송에서 "의료사고 손해배상금 대불 비용을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부담토록 한 제도 운영방안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의료기관 개설자라면 누구나 의료사고 발생과 경제 사정 악화라는 위험 부담을 안고 있는데, 대불제도로 이런 위험을 분산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손해배상 대불금 위헌법률심판 제청 요구에 대해 의료기관 대불금 징수조항은 입법 목적 및 수단 모두 적절하다고 봤다.

다만, 대불비용의 부담액과 부담자의 범위, 징수 절차를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한 규정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고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13년 의료기관이 당연히 국민건강보험의 요양기관이 되도록 한 국민건강보험법 규정과 조정중재원이 의료사고 피해자에게 대불한 손해배상금 대불 비용을 의료기관 개설자 등이 부담하도록 한 의료분쟁조정법 제47조 규정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 밖에 같은 해 의사 7명이 별도로 손해배상금 대불 시행 및 운영방안 공고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조정중재원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 재판도 역시 의사들이 패소했다.

이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의료기관 개설자라면 누구나 의료사고 발생과 경제 사정 악화의 위험부담을 안고 있고, 대불제도는 모든 개설자 사이에서 이런 위험을 분산시키고 사고 발생 후 경제 사정이 악화하면서 기관 자체의 운영이 곤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의사 30명이 낸 소송과 같은 취지로 판결했다.

의료계가 행정소송 및 위헌소송에서 줄줄이 패소하고 조정중재원이 손해배상 대불금 원천징수에 대한 당위성을 인정받게 되자, 조정중재원은 2018년 또다시 손해배상금 대불비용 추가 징수에 나서 의료계의 반발을 샀다.

조정중재원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대불금 재원이 모두 소진됐다는 이유로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자 2만 9678명에 대해 기관당 7만 9300원을 손해배상금 대불비용(총 23억 5000만원)으로 원천징수한다고 공고했다.

의협은 "원천징수를 용납할 수 없고, 공고를 즉각 철회할 것"을 주장하면서 "추가 징수 강행 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경고했다.

의협은 5년 전과 마찬가지로 행정소송 및 위헌소송 등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먼저 위헌소송과는 별개로 의협은 행정소송을 준비하면서 의사 873명을 모집, 손해배상금 대불비용 부담액 부과·징수공고 처분 취소 소송'을 다시 한번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1심 재판(서울행정법원)에서 의사들은 패소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지만, 2012년 재판 결과와 마찬가지로 '항소 기각 결정'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의협은 대불금 관련 소송에서 모두 '패소'했지만, 5년 뒤에 제기된 헌법재판소 위헌소송을 기대하고 있다. 2013년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내린 이유에 주목하고 있는 것.

당시 헌재는 대불금 징수가 의료분쟁조정제도 도입 초기에 재원 마련을 위한 것이므로 정기적·장기적으로 징수할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이에 대해 의협은 "대불금 재원이 고갈됐다며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또다시 강제 징수에 나선 만큼, 해당 법 규정의 위헌성을 다시 한번 다투어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기관 개설자의 의료사고에 대한 귀책 여부를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손해배상에 필요한 재원을 강제 납부하도록 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포괄위임입법금지와 법률유보원칙, 자기책임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조정중재원의 손해배상금 대불비용 부담액 부과징수 공고에 대한 위헌소송 제기를 위해 전곡 16개 시도의사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 등에 참여자 모집 공고를 냈고, 그 결과 241명이 소송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 위헌소송은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이며 조만간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
* 제47조(손해배상금 대불)
①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금원을 지급받지 못하였을 경우 미지급금에 대하여 조정중재원에 대불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제3호의 경우 국내 법원에서의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한정한다.
1. 조정이 성립되거나 중재판정이 내려진 경우 또는 제37조제1항에 따라 조정절차 중 합의로 조정조서가 작성된 경우
2. 「소비자기본법」 제67조제3항에 따라 조정조서가 작성된 경우
3. 법원이 의료분쟁에 관한 민사절차에서 보건의료기관개설자, 보건의료인, 그 밖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자에 대하여 금원의 지급을 명하는 집행권원을 작성한 경우
② 보건의료기관개설자는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금의 대불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여야 하고, 그 금액과 납부방법 및 관리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③ 조정중재원은 손해배상금 대불을 위하여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별도 계정을 설치하여야 한다.
④ 제2항에 따라 보건의료기관개설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제3항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기관에 지급하여야 할 요양급여비용의 일부를 조정중재원에 지급하는 방법으로 할 수 있다. 이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요양기관에 지급하여야 할 요양급여비용의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이를 조정중재원에 지급하여야 한다.
⑤ 조정중재원은 제1항에 따른 대불청구가 있는 때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심사하고 대불하여야 한다.
⑥ 조정중재원은 제5항에 따라 손해배상금을 대불한 경우 해당 보건의료기관개설자 또는 보건의료인에게 그 대불금을 구상할 수 있다.
⑦ 조정중재원은 제6항에 따라 대불금을 구상함에 있어서 상환이 불가능한 대불금에 대하여 결손처분을 할 수 있다.
⑧ 제5항에 따른 손해배상금 대불의 대상ㆍ범위ㆍ절차 및 방법, 제6항에 따른 구상의 절차 및 방법, 제7항에 따른 상환이 불가능한 대불금의 범위 및 결손처분 절차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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