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7 06:00 (수)
응급환자 살리려 오래 애쓰면, 평가는 마이너스?
응급환자 살리려 오래 애쓰면, 평가는 마이너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4.27 17:59
  • 댓글 1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증상병 환자 예후 고려, 응급실 재실시간 연장→평가 '불리'
재실시간-사망률 관련성 '역비례'…신속 입원 시 사망률 오히려 '높아'
ⓒ의협신문
ⓒ의협신문

현행 응급의료기관 평가 기준에 따르면, 응급환자를 살리려 한 행동이 오히려 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응급실 중증상병 환자 예후에 도움을 주기 위해 타 응급의료기관 전원 대신 재실시간 연장 및 병상 확보를 택할 경우 '6시간 이내 입원 또는 전원'이라는 평가지표를 어기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성우 고려의대 응급의학교실 교수팀은 대한의사협회지(JKMA) 4월호 특별기고 '우리나라 응급의료기관 평가제도의 개선방안'에서 위와 같은 현행 응급의료기관 평가제도의 한계들을 분석하고, 평가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짚었다.

국내 응급의료시스템이 도입된 지 30년, 시스템 품질관리를 위한 평가는 17년이 지났다(2003년부터 시행). 초기 응급의료기관 평가는 시설·장비·인력과 같은 하드웨어 중심의 평가였다. 이는 응급환자를 적시에 적정하게 치료할 수 있는 응급의료기관을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이성우 교수팀은 현행 응급의료기관 평가제도가 응급의료기관 종별에 따른 역할 기준과 그에 맞는 평가 기준을 적절히 갖추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응급의료기관의 일부 평가지표로 지역 및 국가 단위의 응급의료체계의 수준 향상과 질 평가를 대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먼저 '중증응급질환'에 대한 정의부터 "혼란스럽다"고 평가했다.

교수팀은 "현 평가제도는 중증 응급질환을 중증 상병과 최종치료제공 필요질환군으로 정의해 평가하고 있다"며 "하지만, 일선응급의료 현장에서 이 정의는 실제 중증 응급환자를 위한 치료 품질과 무관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는 단지 평가만을 위한 정의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2019년 대한응급의학회 연구보고에 따르면, 평가제도에서 정의한 '중증상병 응급환자'의 단 26.9%만이 실제 중환자실 입원, 사망 등의 중증응급특성환자로 분석됐다. 중증상병 응급환자는 중증응급특성환자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중증상병환자 응급실 재실시간 제한'이라는 평가지표는 평가의 본래 목적과 불일치한다는 지적도 이었다.

 2019년 대한응급의학회 연구보고에 따르면, 중증상병 해당환자의 평균 응급실 재실시간과 사망률은 관련성이 매우 낮았다.

심지어 중증상병 해당 환자의 평균 재실시간이 6시간 이내였을 때, 즉 신속하게 입원이 이뤄진 환자들의 사망률은 7.1%로, 응급실 재실시간이 6시간 초과한 군의 사망률 6.5%보다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팀은 "현재 평가제도에서 재실시간 관리의 목적은 중증응급환자 예후 향상에 있다"며 "이는 응급실 과밀화 해소 등 운영 효율성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의료 질적인 면에서는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응급의학회는 2016년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자료를 기반으로, 응급환자의 예측생존율을 산출했다. (출처=JKMA 홈페이지) ⓒ의협신문
응급의학회는 2016년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자료를 기반으로, 응급환자의 예측생존율을 산출했다. (출처=JKMA 홈페이지) ⓒ의협신문

대한응급의학회에서 제시한 '응급의료기관의 치료역량 분석기법'도 소개했다.

응급의학회는 2016년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자료를 기반으로, 응급환자의 예측생존율을 산출했다. 여기에 W통계를 활용, 실제 생존율과 예측 생존율을 비교했다. 더불어 case-mix analysis 방법을 활용해 Ws(표준화W)의 95% 신뢰구간을 측정하는 지표를 개발했다.

교수팀은 "지속적 수정 등 보완이 필요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응급의료기관이 스스로 객관적 질 관리를 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 지역별 응급의료의 치료역량 적정성 역시 산출 할 수 있다"면서 "정부는 이를 활용해 전국의 권역 단위별 응급치료역량의 적절성을 파악할 수 있고, 전국의 응급의료망을 설계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인한 상급종합병원 중심 환자쏠림 현상이나 고령화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는 문제들이 응급실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제시했다.

특히, 고령화라는 사회적 현상을 평가 지표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인응급환자의 응급실 체류시간은 상급응급의료기관일수록 긴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응급의료기관 평가 기준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수팀은 "노인응급환자의 응급실 체류시간 및 감염성질환의 비율은 비고령군에 비해 의미 있게 높다. 이에 따른 응급의료기관의 업무량 역시 가중되고 있다"면서 "고령화 사회로의 진행이 노인환자의 응급실 방문 역시 증가시키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