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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의료급여 환자 혈액투석 정액수가 '합헌' 결정
헌재, 의료급여 환자 혈액투석 정액수가 '합헌' 결정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4.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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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급여환자 치료받을 권리 제한" 주장에 "공익 목적 더 크다" 판단
재판관 3인 '위헌' 의견 제시…보건복지부 위헌적 요소 개선 노력 필요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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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혈액투석 치료 '정액수가' 제도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선고했다.

헌재는 23일 재판관 6:3 의견으로 만성신부전증 환자에 대한 외래 혈액투석의 의료급여 수가 기준을 정액수가로 규정한 '의료급여 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2016. 12. 30.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6-272호) 제7조 제1항 본문, 제2항 본문이 청구인(의사, 의료급여 환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기각)했다.

의료급여 혈액투석은 보건복지부 고시 '의료급여 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 제7조 제1항과 제2항'에 따라 지난 2001년부터 정액수가를 적용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만성신부전증 환자가 외래 혈액투석을 받는 경우 의료급여기관 종별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1회당 정액수가로 산정한다.

외래 1회당 혈액투석 정액수가에는 진찰료, 혈액투석수기료, 재료대, 투석액, 필수경구약제 및 Erythropoietin제제 등 투석 당일 투여된 약제 및 검사료 등이 포함된다.

의료계는 이 같은 혈액투석 정액수가가 원가에 80%에 불과해, 정액수가를 초과한 진료를 환자들에게 제공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의료급여 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해 왔다.

이와 함께 '의료급여 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 제7조 제1항 본문, 제2항 본문이 만성신부전증 환자의 외래 혈액투석에 대한 의료급여 수가를 정액수가로 규정해 의사 또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인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7년 2월 7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해 심리한 결과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선고했다.

이석태 재판관은 ▲정액수가 조항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정액 범위 조항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의사인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여부 ▲수급권자인 청구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내지 보건권 침해 여부 ▲수급권자인 청구인의 의료행위 선택권 침해 여부에 대해 기각결정 이유를 밝혔다.

이석태 재판관은 "정액수가 조항은 의료급여법 등 상위법령의 위임에 따라 의료수가 기준과 그 계산 방법을 정한 것이므로 법률유보원칙(일정한 행정권의 발동은 법률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는 공법상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사인 청구인들의 직업수행 자유 침해 여부와 관련해서는 "심판대상 조항의 정액수가제는 혈액투석 진료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재정 안정성을 확보해 적합하고 지속가능한 의료급여가 제공될 수 있도록 도입된 수가 기준으로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또 "혈액투석 진료는 비교적 정형적이고, 대체조제의 가능성, 정액수가에 포함되지 않는 진료비용 등이 인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의사의 직업수행 자유에 대한 제한은 최소화된다고 볼 수 있다"며 "심판대상 조항으로 의사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한정된 재원의 범위에서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려는 공익보다 더 크다고 볼 수도 없다"며 의사의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수급권자의 인간다운 생활 권리, 의료행위 선택권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석태 재판관은 "심판대상 조항은 의료급여의 수준이 국가가 실현해야 할 객관적 내용의 최소한도 보장에도 이르지 못했다거나, 국가가 국민의 보건권 등을 보호하는 데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며 "수급권자인 청구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내지 보건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정된 의료급여재정의 범위 내에서 적정하고 지속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의 질을 유지할 방법인 정액수가로 인해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도 없다"며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의료행위 선택권도 침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소수이기는 하지만 반대의견도 나왔다. 이은애·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보건복지부 고시 조항이 의사의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하고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의료행위 선택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냈다.

이은애 재판관은 "정액수가는 건강보험환자에 대한 평균 진료비용의 80%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금액으로 20년 가까이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행 정액수가제는 환자의 개별적인 상태에 따른 진료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같은 수가를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맞는 진료 결과 정액수가를 초과하는 비용이 발생한 때도 의사는 초과 비용을 지급받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은애 재판관은 "정액수가제는 의사에게 최선의 진료가 아니라 정액수가의 범위 내에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진료만을 하도록 유인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라며 "재정의 안정성을 도모하면서도 의사의 진료 재량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는 대안에 관한 고려 없이 일률적·획일적으로 정액수가를 적용함으로써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해 의사의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한다"라고 봤다.

그러면서 "의료급여 수급권자도 진료 계약의 당사자로서 진료 계약에 따른 유효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고,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서 도출되는 자기 결정권의 하나로서 의료행위 선택권을 갖는다"며 "현행 정액수가제는 재정의 한계를 이유로 외래 혈액투석 진료를 받는 수급권자에 대해 정액수가를 벗어나는 의료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도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수급권자로서는 의료급여의 범위 내에서 진료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일부 또는 모든 비용을 부담해 추가적인 진료를 받을 것인지조차 선택할 수 없다"고 밝힌 이은애 재판관은 "수급권자가 정액수가를 벗어나는 최소한의 선택권조차 보장하지 않아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해 의사의 의료행위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이번 헌법소원심판 청구 대리인인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헌법재판소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아쉬움이 많은 판결이라고 밝혔다.

현 변호사는 "정액수가는 상위법령에 근거 없이 보건복지부 고시에 의해서 제정된 것이고, 우리나라 건강보험 수가체계나 요양급여비용계약제와도 어울리지 않는 기형적인 제도인데도, 이 부분을 정당하다고 판시한 부분은 지나치게 행정편의주의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합헌 결정이 내려지기는 했지만 3인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제시한 만큼 보건복지부에서도 위헌적인 요소를 개선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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