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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원격진료' 상종 쏠림…의료전달체계 붕괴 우려
코로나19 '원격진료' 상종 쏠림…의료전달체계 붕괴 우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4.2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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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전화처방 의원 10배...대형병원 환자 쏠림 가속화 확인
의료계 "상종 원격진료 의료체계 붕괴"...시민단체 "의료민영화" 비판
그래픽·일러스트/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일러스트/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 사태에만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인 전화상담 및 처방(원격진료)을 사실상 제도화하는 것까지 검토하자 상급 의료기관의 환자 쏠림만 가속해 의료전달체계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상담 및 처방은 주로 만성질환자(고혈압·당뇨 등)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4월 12일 현재 전화상담 및 처방건수는 총 10만 3998건으로 집계됐다. 의료기관 종별로는 상급종합병원 14곳에서 2858건, 종합병원 109곳에서 2만 522건, 병원 및 요양병원 348곳에서 1만 7846건, 의원 2231곳에서 5만 9944건 등이다.

의료기관당 전화상담 및 처방 건수를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 204.1건 ▲종합병원 188.3건 ▲병원 51.2건 ▲의원 26.9건이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의원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 이후 주목받기 시작한 각종 비대면 서비스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비대면 의료서비스에는 전화상담·처방 등도 포함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비대면 거래, 비대면 의료서비스, 재택근무, 배달 유통 등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라며 코로나19 이후에도 이들 비대면 서비스 유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사실상 전화상담 및 처방이 효과를 봤다고 판단, 원격진료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정부도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있어 대한의사협회가 줄곧 반대한 원격진료 추진을 놓고 갈등이 재현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직접 전화상담 및 처방을 해본 의사들은 "병원 중심의 원격진료를 추진하면 의료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고,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구광역시의사회에서 직접 환자들과 전화로 상담하고 처방한 경험이 있는 A내과의원장은 "상급 의료기관은 의료인력도 부족하다면서 어디서 인력이 생겨 전화상담 및 처방을 많이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며 "앞으로 원격진료가 시행되면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한시적으로 인정했던 것을 제도화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키는 일에 앞장서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대형병원을 공룡으로 만드는 기형적인 구조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에 전화로 상담 및 처방하는 과정에서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의심스러워 직접 병원을 오도록 해 진료한 결과 흉통 소견이 있는 등 전화상담의 한계가 많았다"며 "전화상담 및 처방 효과를 이유로 원격진료를 병원 중심으로 추진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B개원의사는 "우리나라는 섬·오지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동네 의원이 있다. 의료취약지역이라 하더라도 보건소나 보건지소가 있어 의료 접근성이 좋은데, 굳이 원격진료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격진료는 대면 진료와 달리 오진의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사실상 실익이 없다"며 "몇 개의 회사가 대형 체인화되어 의사를 고용해 환자를 관리하는 독식이 난무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특히 "비용만 늘어나고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는 원격진료를 추진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라는 이유로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를 통째로 내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대형병원이 원격진료보다는 중증환자 진료에 전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에서 개원하고 있는 C의사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전화상담 및 처방이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하지만, 검체채취와 진료를 하지 못하는 것은 해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C의사는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전화상담 및 처방이 대형병원이 많았던 것은 성과라기보다는 잘못된 의료전달체계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며 "대형병원은 중증환자 진료에 더 집중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원격진료 추진은 시민단체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격오지 만성질환자 중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1차 의료기관에서 방문간호사가 입회하는 조건으로 환자를 진단·처방(원격진료)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특구를 지정하자 의료민영화 정책의 일환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한 것.

무상의료운동본부와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진료는 졸속으로 밀어부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격진료는 정부가 수없이 시범사업을 했지만 이렇다할 결과를 내놓지 못해 정당성을 얻지 못했다"며 "원격진료는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원격진료 지원 시스템, 혈압·혈당 측정기 등을 판매하고자 하는 기업들과 협력 병원의 돈벌이가 될 가능성이 크고, 궁극적으로는 의료민영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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